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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축효과’ 안다면, 전국민 재난지원금 찬성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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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경제학자처럼 생각하기

조선일보

재난지원금 지급 방식을 둘러싸고 '선별지급'이냐 '전국민 지급'이냐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해 5차 재난지원금 때는 하위 88% 국민에 1인당 25만원씩 지급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지난해 9월 6일 서울 용산구 전통시장의 한 가게에 재난지원금 사용 가능 안내 문구가 붙어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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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에는 많은 패러독스(역설)가 있다.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구축효과(crowding out effect)이다. 정부가 경제에 도움을 주기 위해 지원을 늘렸는데, 결과적으로 국민 경제에 효과가 없거나 오히려 부정적인 결과를 발생시키는 경제 메카니즘을 말한다.

전 국민에게 현금을 지급하는 재난지원금을 보자. 코로나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은 당연하고, 이에 대해 반대할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나 전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원하는 것에는 반대하는 경제학자가 많았다. 국민 모두에게 현금을 살포할 경우 구축효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인플레이션이다. 전 국민에게 100만원의 현금 지원금을 주었다고 하자. 국민들은 100만원 소득이 증가했으니 즐거워하며 소비를 즐긴다. 그런데 만약 대규모 현금 살포로 5% 물가 상승이 발생했다고 하자. 5% 물가 상승은 실질 소득 5%를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 연봉 2000만원을 받는 사람은 100만원이 사라지고, 연봉 4000만원을 받는 사람은 200만원이 사라진다. 100만원 현금 지원을 받았는데, 연봉 2000만원 이상인 사람들은 오히려 100만원 이상 손해를 보게 되는 셈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물가는 한번 오르면 올해만 오르고 내년에는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이 아니다. 한번 오른 물가는 앞으로 계속 유지된다. 앞으로 평생 연봉 5%가 감소하는 효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처음에 100만원을 현금으로 받은 대가로 이후 평생 매년 100만원 이상 실질 소득이 깎이게 된다면, 이 경우에도 국민 모두에게 현금을 지원하는 게 이익이 된다고 말할 수 있을까.

실제로 지금 전 세계적으로 살인적인 물가 상승이 나타나고 있다. 공급망 교란과 더불어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의 무차별적인 돈 풀기가 이런 인플레이션을 불렀다는 게 정설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물가상승률은 예년보다 훨씬 높은 2.5%였다. 연봉 1000만원인 사람은 앞으로 매년 25만원씩, 연봉 5000만원은 125만원씩 실질 소득이 줄어드는 셈이다.

많은 경제학자들이 전 국민 재난지원금에 반대한 것은 냉혈한이라서가 아니다. 좋은 정책인 것처럼 보이지만, 구축효과가 발생해 결국 국민에게 더 큰 손실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 정책에서 구축효과가 발생할지, 발생한다면 얼마나 클지 정책 입안자들이 항상 미리 고려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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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락 SR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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