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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신종 해킹 '심 스와핑' 모르고… "유심이 어떻게 복제되나" 피해 신고 안 받은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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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킹 의심된다" 통신사 직원 말에 경찰서 갔지만
수사관이 신고 반려… "가까운 사람이 범인" 발언도
경찰 "신종 범죄 많아 신고 선별하다 생긴 일" 해명
한국일보

지난달 23일 새벽 A씨의 카카오톡에 전송된 중국어 로그인 메시지(왼쪽)와 같은날 KT 고객센터에서 수기로 작성해 준 A씨의 유심 이동 이력. A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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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의 휴대폰 유심을 복제해 암호화폐 등을 빼돌리는 '심 스와핑(SIM Swapping)' 해킹 피해가 속출하고 있지만, 지난달 서울 시내 경찰서에서 "유심 복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피해 의심 신고를 받지 않은 일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국내에선 심 스와핑 피해가 최소 2건 더 발생했다.(▶관련기사: [단독] 갑자기 먹통 된 휴대폰, 가상화폐가 사라졌다) 경찰이 디지털 범죄 수법이 빠르게 진화하는 점을 감안해 적극 대응했더라면 추가 피해를 막을 여지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A(50)씨는 지난달 23일 오전 심 스와핑으로 의심되는 해킹 피해를 당했다. 휴대폰이 작동하지 않더니 재부팅을 반복하자 '유심이 변경됐다'는 메시지가 왔다. 해킹을 의심해 금융계좌를 확인하자, 리플(XRP) 등 가상화폐가 1,000만 원어치가량 매도되고 대신 이더리움이 매수돼 있었다. 해커가 이더리움을 다른 지갑으로 전송하려다 실패한 흔적도 있었다.

A씨는 당일 KT 고객센터를 방문해 유심을 교체했고 그곳 직원의 권유로 종로경찰서에 신고하러 갔다. 이 직원은 A씨에게 "해킹이 의심되지만 자체적으로 해결해 줄 방법이 없으니 경찰에 신고하라"고 했다. A씨는 담당 수사관에게 피해 사실을 알렸지만, 그는 "유심 복제가 됐다는 말은 들어본 적도 없다"며 신고 접수를 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부인이나 자녀가 변경했을 수도 있다. 이런 건 가장 가까운 사람이 범인"이라며 근거 없는 추측을 내놓기도 했다.

A씨는 근거 자료를 챙겨 같은 날 재차 경찰서를 찾았다. 중국어로 된 카카오톡 로그인 메시지, KT에서 확인해 준 유심 변경 이력, 암호화폐 출금 시도 흔적 등이었다. 하지만 수사관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 그는 "그렇게 수사 의뢰를 하고 싶거든 자필로 진술서를 쓰라"고 말했고, 그런 비협조적 태도에 불쾌감을 느낀 A씨는 결국 신고를 포기했다.

A씨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경찰은 아예 (신고) 접수를 하지 않으려는 태도였다"며 "내 사건을 접수했다면 추가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았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30일과 이달 12일에도 "휴대폰이 먹통이 되더니 암호화폐를 탈취 당했다"는 유사 피해 신고가 있었던 점을 지적한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심 스와핑이 (국내에선) 최근 알려졌고 해당 수법을 기술적으로 잘 몰랐기 때문에 생긴 일"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해킹 피해와 관련해 황당한 신고들이 워낙 많다 보니 이를 선별하는 과정에서 실수가 생겼다"고도 했다.

A씨 사건은 이후 KT 측에서 불법 기기변경 의심 사례로 경찰에 고발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경찰이 심 스와핑을 잘 몰라 발생한 일이겠지만, 명확한 피해 신고가 있다면 적극 접수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지영 기자 jy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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