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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련된 20대, 천진난만한 10대의 '반가사유'…옷주름도 힙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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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최경민 기자] [편집자주] '찐'한 삶을 살고 있는 '찐'한 사람들을 인터뷰합니다. 유명한 사람이든, 무명의 사람이든 누구든 '찐'하게 만나겠습니다.

[찐터뷰 : ZZINTERVIEW]3-③ 국내 최고 전문가가 말하는 '사유의 방' 관람 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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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의 방'. 왼쪽이 국보 78호, 오른쪽이 83호. /사진=국립중앙박물관(원오원아키텍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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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사유의 방'은 반가사유상 2점을 전시한 공간이다. 마치 작은 우주를 형상화한 듯한 연출력이 돋보이는 곳. 천장의 별빛, 계피향, 차분한 황토색 벽과 조명 등이 깊은 생각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하지만 '사유의 방'의 핵심은 역시 두 반가사유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미소와 자태를 최적의 상태로 감상하기 위한 공간을 만든 게 '사유의 방'이다. 이곳을 설계한 최욱 건축가는 지난 4일 '찐터뷰'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이 공간에 대해 "오로지 반가사유상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반가사유상은 어떤 유물일까. 관객이 봤을 때 왼쪽, 화려한 보관을 쓴 반가사유상이 옛 지정번호 기준 국보 78호다. 6세기 중후반 백제 작품으로 추정된다. 신라나 고구려 작품이라는 설도 있다.

오른쪽에는 옛 지정번호 기준 국보 83호 반가사유상이 있다. 단아한 아우라를 뿜어내는 조각. 7세기 초반 신라의 작품으로 추정된다.

'사유의 방' 프로젝트를 기획한 민병찬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지난 18일 인터뷰에서 국보 78호를 볼 때는 '얼굴'을, 국보 83호를 볼 때는 하체의 옷 주름을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33년 동안 국립중앙박물관을 지켜온 그는 국내 최고의 불교미술 전문가로 손꼽힌다. 두 반가사유상을 비교 감상하는 민 관장의 '관람 팁'은 다음과 같다. 문화재 지정번호는 폐지됐지만 편의상 기존의 국보 78호, 국보 83호 명칭을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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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78호 반가사유상. 세련된 20대를 연상케 하는 화려한 얼굴에 힘이 들어간 작품이다. /사진=한국학중앙연구원


"국보 78호는 조각가가 표현하려는 핵심이 얼굴에 가 있다. 선 처리가 날렵하게 얼굴 상 전체에 가 있다. 반면 국보 83호는 앉아있는 자세의 옷주름에 엄청나게 볼륨이 많이 가 있다. 얼굴을 보다가 쭉 내려와서 옷주름의 볼륨감을 보면 '저게 금동인데, 구리인데, 저렇게 표현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마치 진짜 옷자락 주름이 잡혀있듯 돼 있다. (신라에서 전해진 것으로 알려진) 일본 고류지 목조반가상 보다 훨씬 더 현실적이다."

"국보 78호는 약간 가냘프다. 6세기 중반 당시 인체조각의 포인트다. 섬세하다. 7세기 전반(국보 83호)으로 오면 인체 비례가 4~5등신, 아동형이다. 머리가 크고 상체가 작다. 얼굴도 성인의 얼굴도 아니고 10세 전후의 얼굴이다. 그때는 그게 가장 이상적인 얼굴이라고 조각할 때 생각했다. 국보 78호의 얼굴이 20대 청년의 얼굴이면, 국보 83호는 10세 아동의 얼굴이다. 웃을 때도 입술을 약간 내민, 어린 아이의 얼굴이다."

"국보 78호의 화려한 보관 장식은 사실 페르시아 양식이다. 중앙아시아, 중국을 거쳐 일본까지 전해지는 양식이다. 국보 83호의 보관은 반원을 세 개 이어붙여 만든 모양이다. 우리나라 밖에 없다. 특히 신라 반가사유상에만 보이는 양식이다. 일본 것(고류지 목조반가상)도 그래서 신라에서 가져간 것으로 보는 것이다. 신라에서 일본으로 갔다는 게 기록에도 그렇게 남겨져 있다. 나무도 우리나라 소나무 계열이다."

민 관장은 대학생 때 처음 반가사유상을 처음 보고 "어떻게 이렇게 환하게 웃고 있지?"라고 생각하며 신기했었다고 회고했다. 조각상이 사람보다 더 환하게 웃고 있다고 보았기 때문.

그는 "박물관에 들어와 1992년도에 삼국시대 불교조각전을 했었다. 20대 시절이다. 그때 내가 담당이었다. 두 작품이 똑같이 웃고 있는데 상당히 다르다고 생각했다"며 "그때는 국보 78호의 미소를 마음에 좋아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보 78호가 선이 좀 날카롭다. 얼굴에 눈썹, 코, 등 선이 많다. 광대뼈도 약간 튀어나와 있다"라며 "그 미소가 약간 날카로우면서 선명하고 세련됐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민 관장은 "이후 30대가 되니까 아무 생각없이 해맑고 천진난만한 국보 83호의 미소가 훨씬 가슴에 와닿았다"며 "천진난만해서 그냥 보고만 있어도 좋다고 생각했다"고 언급했다.

민 관장은 "요즘은 국보 78호의 미소가 또 마음에 와닿기 시작했다. 국보 78호 쪽이 얼굴이 좀 둥글넙적하다. 여유있고 너그러운 미소"라며 "물론 둘 다 완벽한 조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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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83호 반가사유상. 볼륨 넘치는 옷의 주름, 미소짓는 아이같은 얼굴이 압권인 작품/사진=국립중앙박물관



최경민 기자 brow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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