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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명여고 쌍둥이 아빠 “상상으로 죄 만들어” 절규했다는데…5번 ‘유죄’ 판단은 왜 [법정 돋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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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학교 성적 급상승…전국 모의고사·학원 시험은 다른 결과
틀린 ‘모범답안’ 유력 정황 증거...“의심의 여지 없이 입증”


경향신문

숙명여고 쌍둥이 문제유출 사건의 압수품인 2학년 1학기 기말고사 ‘전 과목 정답’ 메모. 이 메모는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 자택에서 발견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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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으로 (죄를) 만들 수 있습니까. 아무리 (법이) 모순적이라도 양심만은 지켜야 합니다!”

지난 21일 서울중앙지법의 한 법정에서 ‘숙명여고 쌍둥이’의 아버지가 재판부를 향해 한 말이다. 그는 쌍둥이들이 시험 정답을 미리 입수해 성적을 올려 학교의 학사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유죄 선고를 받자 “이게 나라냐”며 거세게 항의했다. 형사재판의 경우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범죄 혐의가 입증돼야 하는데, 물증이나 증언·자백 등 직접 증거 없이 유죄를 선고한 것은 ‘상상으로 유죄 판결을 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럼에도 법원은 해당 사안에 대해 지금까지 5차례 유죄 판단을 내렸다. 쌍둥이 아버지의 정답 유출 혐의에 대한 1·2·3심. 쌍둥이들에 대한 1·2심 재판부 모두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입증됐다”고 판단한 셈이다.

■간접 증거로도 ‘의심의 여지 없다’

쌍둥이 측은 시험 정답을 유출한 증거, 즉 빼돌린 답안지 자체나 답안지를 찍은 휴대전화 사진, 답을 적은 메모지 같은 물증이 없다고 주장한다. 정황만으로 유출을 기정사실화 했다는 것이다. 답안지를 어떤 방법으로 언제 빼돌렸는지 특정이 안됐고, 이런 공소사실에 대해선 구체적 반박이 불가능해 방어권도 보장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 간접 증거만으로도 유죄 판결이 가능하다. 단 ‘증명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이고, 각각의 간접사실 간에 모순이나 저촉이 없으며, 논리와 경험칙, 과학법칙에 의해 뒷받침 될 경우’에 한한다. 재판부는 쌍둥이 자매의 경우도 여기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쌍둥이들은 학교 시험 성적이 유례가 없을 정도로 급상승했다. 언니의 경우 1학년 1학기 459명 중 121등에서 2학년 1학기에는 인문 계열 1등으로, 동생은 같은 기간 59등에서 자연 계열 1등으로 올라섰다. 이들은 수학과목의 경우 주변 학교에서도 극적인 성적 향상 사례가 있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전과목에서의 이 같은 성적 향상은 유례가 없다고 했다.

학교가 정답을 갖고 있지 않은 전국 단위 모의고사에서는 쌍둥이들의 성적이 향상되지 못한 점, 쌍둥이가 다닌 학원에서의 평가 결과 역시 학교 시험에서의 성적 향상과는 동떨어진 수준이었다는 점도 정답 유출 가능성을 뒷받침했다.

성적 향상은 그럴 수 있다손 치더라도 이들이 틀린 ‘모범답안’을 써낸 점은 유력한 정황 증거가 됐다. 해당 기간 모범답안이 정정된 경우가 10여차례 있었는데, 이 문제들 대부분에서 쌍둥이들이 정정되기 전 정답을 써 냈다. 일례로 동생의 경우 국어시험에서 ‘모음조화’에 관한 객관식 문제를 맞혔음에도 그 문제를 맞힐 수 있으면 풀 수 있는 서술형 문제에서는 정정되기 전 정답과 유사한 내용의 오답을 써냈다.

■시험지에 적힌 ‘깨알정답’의 정체는

좀 더 구체적인 간접 증거도 있다. 자매들의 시험지에 적힌 ‘깨알정답’과 휴대전화 메모장에 적힌 답안들이었다. 쌍둥이들은 시험 후 반장이 교실에서 불러준 정답을 채점을 위해 적어둔 것이라 주장했지만 이 답들은 실제 반장이 불러준 답과는 차이가 있었다. 대신 유출 추정시점의 모범답안과는 일치했다. 재판부는 모종의 경로로 유출된 정답을 미리 외운 뒤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시험지를 받자마자 적어놓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대법원의 판단대로 정답의 유출 경로를 쌍둥이의 아버지라고 봤다. 쌍둥이가 다니던 학교의 교무부장이었던 그가, 시험지를 보관하는 캐비닛 자물쇠의 비밀번호를 알고 있었고, 시험기간 직전마다 야근과 주말 근무를 했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그는 야근 대장에 근무를 기록하지 않기도 했다. 이를 토대로 언니와 아버지, 동생과 아버지 사이에 각각 공범 관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1심과 달리 쌍둥이 서로 간의 공범 관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봤다. 또 쌍둥이의 아버지가 답안을 유출한 방법은 특정되지 않았으나 유출 행위의 추정 시기와 대상 등은 특정돼 다른 혐의 사실과 구별이 가능하고, 따라서 피고인들이 특정 혐의에 대해 반박하는데 큰 문제는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증거 수집 방법과 재판 절차 등에 대한 쌍둥이 측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검찰이 쌍둥이의 아버지로부터 압수한 휴대전화 4대 중에는 쌍둥이의 것들도 포함돼 있었으나 검찰은 쌍둥이에겐 영장을 제시하거나 포렌식 참여 의사를 묻지 않았다. 재판부는 그러나 “압수는 물건의 소유자뿐만 아니라 보관자도 대상이라는 점에서 위법하지 않다”고 봤다.

국민참여재판 불회부 결정의 사유를 알려주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해선 ‘단독 재판부 사건의 경우 업무방해는 국민참여재판 대상이 아니다’는 이유로, 유출 정황이 없는 시험 과목에 대해서도 유죄 판단이 내려져 ‘증거 재판주의’에 어긋난다는 주장에 대해선 반복된 유사한 범죄 행위들을 하나의 동일범죄로 간주하는 ‘포괄일죄’의 법리에 어긋남이 없다는 이유로 배척했다.

박용필 기자 phi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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