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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에 묶은 ‘침대보 밧줄’… 요양원 탈출하던 노인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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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요양원을 탈출하다 숨진 마리오 피노티가 발견된 외벽을 수사관들이 살펴보고 있다. /더선 보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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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한 요양원에서 2층 방 창문을 통해 탈출하려던 90대 노인이 사망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수사당국은 평소 사람들과의 교류를 즐기던 그가 코로나 등으로 면회마저 금지되자 외로움을 느꼈고, 이에 요양원을 벗어나려다 사고를 당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22일(현지 시각) 현지 매체 코리에 델 베네토와 더선 등 외신에 따르면 이탈리아 북동부 베네토주 소재 한 요양원에 머물던 마리오 피노티(91)는 지난 17일 오전 6시30분쯤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그는 요양원 1층과 2층 사이 외벽에 매달려 있었고 허리에 침대보를 엮어 만든 밧줄을 찬 상태였다.

수사 당국은 “노인이 2층 방에서 밧줄을 이용해 창문 밖으로 탈출했고 이 과정에서 발을 헛디뎌 콘크리트 벽에 머리와 가슴을 부딪친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사건 담당 검사도 “지금까지 뇌와 폐 손상을 가장 유력한 사망 원인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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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진 마리오와 그가 머물던 2층 방 창문. /코리에 델 베네토 보도화면


마리오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요양원 관계자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원장은 매체 인터뷰를 통해 “그동안 아무런 문제 없이 잘 지내왔다. 퇴행성 질환도 없었고 심리적으로도 안정적이었던 걸로 안다”며 “지난주에는 조카와 영상통화를 하면서 ‘난 괜찮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당부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그의 평소 성격을 아는 사람들은 마리오가 남들에게는 말하지 못할 우울감을 느껴왔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리오는 지난해 3월 요양원에 입소하기 전까지 자유로운 삶을 추구해왔다고 한다. 결혼하지 않고 평생을 미혼으로 살았으며 고령에도 조카와 친구, 이웃의 도움을 조금씩 받는 정도였다.

지역 시장 피엘루이지 모스카는 “마리오는 요양원 입소 전까지 1년에 두 번씩 청사를 찾아 면담 시간을 가졌다. 그만큼 활동적인 사람이었다”며 “정치적 의견을 밝히는 데도 적극적이었고 요양원에 들어가고 싶어 하지도 않았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그가 느꼈을 극심한 외로움이 탈출의 동기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폐쇄적인 요양원 생활에 이어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 사태로 면회마저 금지되는 상황에 이르자 마리오는 깊은 우울감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 요양원 관계자는 “그가 머물던 자택이 근처에 있었고 아마 그곳에 가려던 것 같다”고 전했다. 현지 매체들도 “간병인과 간호사가 가족과 친구를 대신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며 “마리오는 사람이 그리웠을 것”이라고 했다.

[문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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