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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선 때마다 나오는 반값 아파트 공약, 로또 아파트가 공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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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3일 "인근 시세의 절반 정도인 반값 아파트를 대량 공급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가 12억5000만원이니, 6억~7억원에 아파트를 분양하겠다는 것이다. 당첨만 되면 6억원의 시세 차익이 보장되니 사실상 '로또 복권'에 맞먹는 '로또 아파트'를 공급하겠다는 공약이나 다름없다. 이 후보는 분양원가 공개와 분양가상한제를 확대 실시하면 반값 아파트가 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나 실현 가능성은 낮고 부작용이 클 거라는 비판이 높다.

우선 민간의 주택공급을 줄일 가능성이 크다. 주택가격 상승 우려가 높다고 정부가 지정한 지역의 민간택지에는 2019년 8월부터 이미 상한제가 적용되고 있다. 서울시내 재건축·재개발이 위축된 주요 원인 중 하나다. 그런데도 이 후보는 상한제를 더욱 확대하고 분양 원가까지 공개하겠다고 한다. 이런 식으로 민간을 옥죄면서 어떻게 311만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것인지 의아할 따름이다. 소수의 아파트 당첨자들만 수억 원의 시세 차익을 보고, 다수의 실수요자들은 주택공급 축소로 고통을 받을까 걱정이다. 이건 정의와 공정에 역행한다. 이 후보의 공공택지 공급 방식도 우려스럽다. 공공택지는 공공이 세금을 들여 땅을 강제로 수용해 조성된다. 이 과정에서 땅값이 몇 배로 뛴다. 지금까지는 그 이득의 일부를 공공이 환수해 임대주택 건설 등에 썼다. 그러나 이 후보 말대로 토지를 원가에 공급하면 그 이득은 전부 아파트 당첨자에게 돌아간다. 공공사업의 재원은 줄어든다. 이것 역시 과연 이 후보가 말하는 '불평등 해소'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다.

반값 아파트는 1992년 대선에서 정주영 후보가 내놓은 이후 단골 공약이 됐다. 이번 대선에서도 여야를 가리지 않는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도 지난 8월 '원가 주택 30만가구 공급'을 약속했다. 원가로 주택을 분양받은 뒤 5년 이상 거주하면 매각 때 시세 차익의 70% 이상을 보장하겠다고 했다. 민간이 자기 비용으로 이런 주택을 지을 리가 없다. 결국 공공의 부담이다. 장밋빛 공약은 '환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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