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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미국 46대 대통령 바이든

[outlook] 레드라인 넘는 김정은, 바이든 묘수가 안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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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 교수가 본 ‘긴장의 한반도’



‘포스트 싱가포르’ 균형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 센토사섬에서 전격적으로 ▶완전한 비핵화 ▶평화체제 보장 ▶북·미 관계 정상화 추진 ▶6·25 전쟁 전사자 유해 송환 등 4개 항에 합의했다. 북한은 지난 4년 동안 ‘센토사 모멘텀’ 재연을 고대했으나, 이제 그 미련을 떨치고 새판잡이에 돌입했다. 김 위원장이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회의를 통해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모라토리엄 철회를 시사하면서 주도권 잡기에 나선 것이다. ‘그랜드 바겐’과 ‘전략적 인내’의 양극단을 피하고 ‘외교적 관여’의 실용노선을 내세웠던 미국은 일단 ‘조건 없는 대화’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는 데 그쳤다.

안팎에서 난제들에 둘러싸인 채 취임 1주년을 맞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레드 라인’ 횡단도 불사하겠다는 북한의 안보 도전은 당혹스러운 사태 전개다. 대화 재개 노력을 지속하겠다는 무미건조한 반응은 한국 정부가 맞닥트린 무력감을 웅변한다.



미국 압박도 당근도 힘든 상황, 북한 4년 전으로 유턴 태세



임기 내내 경주해온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상징 자본이 소실할 위기 속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침묵이 뜻하는 바를 가늠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한반도는 다시 협상 교착 국면의 끝과 긴장 확대 국면의 시작이 교차하는 원점으로 회귀하고 있다.

2018년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결정 이래 약 4년을 지속해온 핵·ICBM 모라토리엄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의 외교 치적으로 손꼽는 정책적 유산이다. 영변 핵시설 해체와 제재 전면 해제를 맞바꾸려 했던 ‘하노이 담판’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핵·ICBM 모라토리엄을 유지하면서 문재인 정부도 북·미 비핵화 협상 재개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접지 않을 수 있었다.

북한, 미국에 대북정책 순위 재조정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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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27~31일 북한 노동당 제8기 제4차 전원회의에서 발언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조선중앙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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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행정부는 북한의 핵·ICBM 모라토리엄을 주어진 것으로 간주하고 대북 정책 기조를 설계했다. 그 결과 바이든 행정부의 ‘잘 조율한 실용적’ 대북 정책은 매우 강한 현상 유지 속성을 띠었다. ‘조건 없는 대화’ 제안은 실상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기 위한 별도의 조치는 없다는 ‘선행 양보 없는 대화’ 제안에 가까웠다.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이 ‘레드 라인’을 넘지 않는 이상 북한의 무력시위를 단순한 ‘관심 끌기’로 묵인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적 유산도 계승한 것으로 보였다. 실제 북한의 미사일 실험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에 해당한다고 규탄한 바이든 대통령의 경고는 취임 1주년이 지나서야 처음 나왔다.

지난 1년 동안 김 위원장은 협상은 원하지만 양보는 없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속내를 꾸준히 확인했다. ‘레드 라인’을 넘는 일 없이 상황 관리가 가능하다면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은 미국 외교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다는 사실도 통감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북한이라는 단어를 한 번도 입에 올리지 않았을 만큼 북한발 안보 우려는 미국 외교정책의 핵심 관심사에서 멀어져 있었다. 북한이 김 위원장의 핵·ICBM 모라토리엄 파기 위협을 바이든 대통령 취임 1주년에 맞춰 공개한 일을 우연이라고 치부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북한이 4년간 ‘레드 라인’을 넘지 않았기 때문에 미국의 정책적 관심에서 멀어졌다고 생각한 김 위원장은 ‘레드 라인’을 넘겠다는 엄포를 통해 미국이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의 정책 순위를 재조정하도록 압력 수위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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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현지시간) 워싱턴DC 전미시장협의회(USCM)에서 연설하는 조 바이든 대통령.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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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바이든 행정부 입장에서 북한의 핵·ICBM 모라토리엄을 당연한 것으로 여긴 상황 관리 ‘플랜 A’가 유효성을 상실하고, 김 위원장이 ‘레드 라인’을 넘었을 때 가동할 위기 관리 ‘플랜 B’가 효과적일 수 있는지다. 사실 ‘평화 공세’와 ‘긴장 격화’를 주기적으로 반복하는 북한의 ‘강압 외교’ 패턴은 지난 30년간 북·미 협상에서 익숙한 풍경이다. 가깝게는 ICBM 화성-15형을 발사해 긴장을 고조시킨 뒤 평창 동계올림픽 대표단 파견을 통해 ‘평화 공세’로 국면을 전환한 2017~2018년 3차 한반도 핵위기를 떠올릴 수 있다. 멀게는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하면서 긴장을 높이다 ‘김일성-카터’ 회담 이후 남북 정상회담 개최 합의를 통해 ‘평화 공세’로 국면을 전환한 1993~94년 1차 한반도 핵위기가 있다.

미국은 위기 때마다 ‘영변 폭격’이나 ‘코피 작전’ 등 군사적 예방 공격을 고려했지만, 전면전으로의 확전 우려 때문에 이를 회피하는 결정을 내렸다. 역대 미국 행정부의 예방 공격 회피 결정은 북한의 재래식 전력 보복 능력이 상당하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바이든 행정부가 ‘플랜 B’에서 군사적 옵션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지 않은 이유다.

바이든 행정부의 ‘플랜 B’가 외교적 관여를 기조로 삼는다 해도 정책 선택의 폭은 넓지 않다. 외교적 옵션을 가동해 김 위원장이 ‘레드 라인’을 넘지 못하게 하려면 북한이 원하는 선행 양보 조건을 충족시켜줄 필요가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를 하려면 미국 유권자가 지지하고, 민주당이 동의하며, 공화당이 협력하는 정치 환경이 필요하다. 지지율이 곤두박질친 바이든 대통령을 둘러싼 미국 정치 환경은 그 반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플랜 B’에서 정책 순위를 조정하더라도 북한을 ‘레드 라인’ 안쪽에 머물게 할 정책 실행을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다.



문 정부 ‘평화 프로세스’ 교착상태

중앙일보

김정 북한대학원 교수


결국 바이든 행정부가 김 위원장의 핵·ICBM 모라토리엄 유예 경고를 심각하게 받아들여 외교정책 목표를 재설정한다 해도, 이에 대처할 효과적인 외교정책 수단이 없는 실정이다. 정책의 목표와 수단 사이의 괴리는 지난 30년 동안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서 미국을 괴롭힌 딜레마다.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교착상태를 벗어나지 못한 이유도 이 딜레마에 있다. 핵 무장국 북한을 비핵화로 유인할 수단이 없는 상황에서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이라는 목표를 추구한 결과다. 군사적 예방 공격을 정책 선택지에 올리지 못하고 외교적 관여 정책의 효과에 물음표가 붙을 때 북한 핵 문제의 원점 회귀는 불가피하다.

■ 김정

북한대학원대학 부교수. 예일대에서 정치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고, 통일부·국방부·국방정보본부 등의 정책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

김정 북한대학원대학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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