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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권 말 ‘알박기 인사’ 내부 반발로 좌초, 사필귀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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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관위 직원 집단행동… 조해주 사퇴

박범계, ‘외부인 검사장’ 임용 철회

꼼수 접고 대선 공정 관리 집중해야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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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사표를 반려해 임기를 연장하려던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이 선관위 전 직원의 집단 반발에 밀려 사퇴하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중대재해 전문가 발탁’을 명분으로 외부 인사를 검사장에 임명하려던 계획을 철회했다. 민변 출신 등 친정권 성향 인사를 발탁하려다 김오수 검찰총장을 비롯한 검찰 내부에서 반발하자 뜻을 접은 것이라고 한다. 문재인정권이 임기 말 무리하게 밀어붙이던 알박기 인사가 내부 반발에 밀려 잇따라 무산된 것이다. 자업자득이자 사필귀정이다.

중앙선관위 실·국장단, 과장단, 사무관단은 지난 20일 조 상임위원 사퇴를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내고 “선거가 임박한 시점에 (조 상임위원이) 퇴임 기회를 놓친다면 선거 과정과 결과에 대한 외부의 비난과 불복은 지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선관위 6급 이하 직원들도 성명에 동참했다. 선관위 내부 통신망에는 “퇴임하기를 피 토하는 심정으로 부탁한다”, “수십년간 쌓아온 선관위의 공정성을 훼손했다”는 등의 글이 쏟아졌다. 대선을 40여일 앞두고 선관위 직원 2900명 전체가 대통령의 인사에 반기를 든 것이다. 문 대통령의 처사가 얼마나 부적절했으면 공무원 신분인 선관위 직원들이 집단행동에 나섰겠나. 이들의 집단행동에 놀란 조 상임위원이 21일 다시 사표를 제출하자 문 대통령이 결국 수리했다.

이번 사태는 대선을 코앞에 두고 자신의 대선캠프 특보 출신 인사인 조 상임위원을 연임시키려 한 문 대통령이 자초한 일이다. 대선을 공정하고 중립적으로 관리해야 할 대통령이 선관위의 중립성과 공정성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훼손했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국민에게 사과해야 마땅하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불필요한 논란을 줄이기 위해 사표를 반려했으나 조 상임위원이 재차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수용한다”고 밝혔을 뿐이다. 자성의 모습은 눈을 씻고도 찾아볼 수 없다.

조 상임위원이 떠난다고 해도 선관위가 당장 중립성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야당 몫 추천 중앙선관위원 후보자인 문상부 전 중앙선관위 상임위원이 그제 사퇴함에 따라 나머지 선관위원 7명이 모두 친여 성향이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입으로만 선거 중립을 외치지 말고 행동으로 보여야 할 것이다. 선관위를 흔들려는 시도를 멈추고, 선거 주무 부처인 행정안전부·법무부 장관도 여당 의원에서 중립적 인사로 교체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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