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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형적인 업계구조 안 바뀌면 사고 반복” 건설사 MZ직원들의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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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안전 관리·감독하는 ‘주니어급’ 직원들

“책임자 처벌에만 중점 둬선 안 돼”

공사기간 단축, 단가 후려치기 관행 사라져야


한겨레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가 일어난 지 일주일째인 지난 17일 오전 사고 현장에서 잔해물 제거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광주/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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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 20·30대 ‘주니어급’ 직원들 사이에서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와 같은 대형 참사를 막으려면 건설업계가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주로 현장 안전 관리 업무를 맡는 이들은 무리한 공사기간 단축이나 단가 ‘후려치기’ 같은 관행이 이제는 사라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3년 반 동안 중견급 종합건설사에 다니고 있는 권아무개(29)씨는 25일 <한겨레>에 “중대재해법으로 책임자 처벌만 할 게 아니라, 공기(공사 기간)를 최대한 짧게 잡아서 ‘빨리빨리’ 지어대는 건설업계의 기형적인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건설 현장에서 노동자 안전을 관리∙감독하는 권 씨는 “사실 회사 이사급 등 책임자들 사이에서는 ‘사고 나면 입건된다’는 생각을 다들 가지고 있다. 애초에 공사 기간을 짧게 잡아놓은 상황에서 매일 시간에 쫓기듯 현장에서 노동자들의 안전을 관리하고 감독하는 게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건물 전체 공사 기간을 짧게 잡으면, 콘크리트 타설 등 세부 공정들도 촉박하게 진행될 수밖에 없다. 권씨는 “하청업체가 고용한 노동자들만 해도 보통 정해진 작업을 모두 끝내면 임금을 받게 된다. 현장 전반이 안전은 뒷전이고 빨리 일하려고만 하는 분위기가 자연스레 형성된다”고 말했다.

안전을 위협하는 또 다른 요소는 건설 노동자 대다수가 외국인이나 중장년층이라 겪게 되는 소통의 어려움이다. 2년 반 동안 종합건설사에 다니고 있는 임아무개(29)씨는 “중국인들 같은 경우는 한국말을 쓰는 분들이 있어서 그나마 소통이 되지만, 말레이시아나 러시아 같은 외국인 노동자들과는 말이 제대로 통하지 않아 안전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주로 나이 드신 노동자분들은 (젊은 관리자들에게) 반말을 많이 쓰신다. ‘안전모를 꼭 착용해 달라’, ‘추락 사고 방지하기 위해서 안전벨트 찬 후 벨트에 달린 고리를 꼭 걸어달라’고 지시하지만, 제대로 듣지 않는 경우가 많다. 법은 바뀌는 데 안전을 대하는 이분들의 태도는 90년대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고된 업무 강도에 건설업계를 떠나는 젊은 직원들이 많아 인력난이 심각하다고도 한다. 3년 차 종합건설사 직원인 박아무개(27)씨는 “최근 후임으로 들어온 직원이 3개월 만에 그만두고 나갔다”며 “주로 주6일 근무에 아침 7시까지 출근해서 저녁 8∼9시 사이에 퇴근한다. 최소한으로 잡은 공사 기간에 맞춰 작업하느라 주 52시간은 그냥 훌쩍 넘게 일한다”고 말했다.

박지영 기자 jy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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