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백화점 빅3 수장 싹 바꿨다… 키워드는 명품·패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30대 직장인 김지현 씨는 올겨울 해외여행을 계획하다가 코로나19 변이인 오미크론이 확산하자 계획을 접었다. 여행비로 잡아둔 목돈은 루이비통 가방을 ‘플렉스’했다. 김 씨는 “올해 국내 여행은 꽤 다녔고, 해외여행을 계획했다가 포기하자 스트레스 풀 창구가 필요했다. 그래도 오랫동안 맘에 둔 가방을 구매하니 마음이 좀 풀린다”고 밝혔다. 김 씨처럼 ‘보상소비’를 하거나 ‘보복소비’를 하는 소비자들이 지난해 꽤 많아졌고, 백화점들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2배 가깝게 늘었다.

실제로 2021년 매출 1조원을 돌파한 국내 백화점은 역대 최다치인 11개로 나타났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뿐만 아니라 부산과 대구 등에서도 1조원을 돌파한 백화점들이 줄을 이었다. 2020년 5개에 비해 1년 새 2배가 늘어난 수치다. 이에 국내 백화점 5개사 점포 매출은 30조원을 다시 돌파했다. 특히 연 매출 1조원을 돌파한 백화점 11곳 중 7곳이 3대 명품인 ‘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을 모두 갖춘 점포로 나타나면서 명품 중심 성장세를 재확인했다.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등 주요 3사는 백화점 대표에 패션·명품통을 배치하고 올해도 이들 카테고리 중심의 성장을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매일경제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명품 매장.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연 매출 1조원 돌파 백화점만 11개… 역대 최다

백화점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조원 매출을 넘어선 ‘1조 클럽’ 매장은 신세계백화점 4개,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이 각각 3개, 갤러리아백화점 1개로 총 11개다. 신세계 강남점, 롯데 본점, 롯데 잠실점, 신세계 센텀시티점, 현대 판교점 등 5곳은 작년에 이어 2년 연속 매출 1조원 달성에 성공했다. 현대 압구정 본점은 개점 36년 만에 처음으로 1조 클럽에 가입했다.

지역 백화점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롯데백화점 부산 본점과 신세계백화점 대구점이 1조 클럽에 가입했다. 롯데 부산 본점은 2019년 1조원 달성 후 2020년 밀려났다가 부산을 포함해 경남 지역 고객층을 포섭하면서 2년 만에 다시 1조 클럽에 진입했다. 신세계 대구점은 경북 지역의 고객층을 끌어들이며 2016년 개점 이래 4년 11개월 만에 연 매출 1조원을 달성했다. 이는 역대 최단 기간 연 매출 1조를 달성했던 현대 판교점 기록을 5개월이나 앞당긴 것이다. 지난해 롯데·신세계·현대·갤러리아·AK플라자 5개사 점포 합산 매출액은 전년 대비 20% 늘어난 약 33조8900억원으로 추산된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으로 28조원까지 감소했다가 1년 만에 다시 30조원대를 탈환한 것이다.

매출 성장세는 신세계, 갤러리아, 현대백화점 순으로 높았다. 신세계는 전국 13개 점포 합산 매출이 전년 대비 28.7% 증가한 9조6360억원, 갤러리아 5개 점포는 27.1% 증가한 2조8540억원이었다. 현대도 16개 점포 매출이 8조4800억원으로 23.7% 증가했다. 롯데는 32개 최다 점포로 합산 매출 11조7740억원이었다. 업계에서 유일하게 10조원은 넘겼지만 성장률이 12.7%에 그쳤다.

코로나19 사태의 종식이 요원함에도 1년 만에 매출 1조원 백화점이 역대 최다를 기록한 것은 보상·보복소비 심리가 급격히 늘어났기 때문이다. 하늘길이 닫혀 해외여행을 가지 못하는 기간이 길어지자 소비자들은 국내에서 고가의 해외패션·명품을 구매하는 데 기꺼이 지갑을 열었다는 것이다.

1조 클럽에 가입한 백화점들은 대부분 ‘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 등 이른바 ‘에·루·샤’ 브랜드가 모두 입점해 있는 것도 매출 증대에 영향을 미쳤다. 1조 달성 백화점 중 현대 무역센터점을 제외하고 모두 ‘에·루·샤’가 입점해 있다. 신세계 대구점도 2020년 에르메스에 이어 지난해 샤넬까지 입점시켰다.

업계 관계자는 “명품 브랜드 중 에루샤 입점 여부는 백화점 위상을 보여준다. 에루샤는 특히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에루샤 유치를 위해 적극 경쟁 중”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명품 판매 수수료는 국내 브랜드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적다. 하지만 명품 브랜드는 백화점 규모를 늘리는 데 큰 역할을 한다”며 “명품을 쇼핑하며 추가 구매하는 집객 효과를 놓칠 수 없어 백화점들은 명품 브랜드 유치에 적극적인 상황이다”라고 밝혔다.

여성 고객 비중이 절대적이었던 백화점 명품 시장에는 최근 남성 고객 비중도 급격하게 늘었다. 백화점들은 남성들에게 인기 있는 명품을 입점시키거나 전용 명품관을 열면서 남성 고객들에게도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매일경제

더현대 서울의 실내 녹색공원 ‘사운즈 포레스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현대백화점은 압구정점 4층을 남성 명품관인 멘즈 럭셔리관으로 운영하고 있다. 압구정본점은 구찌 멘즈, 발렌시아가 멘즈, 프라다 워모, 루이비통 남성 전문 매장이 입점해 있다. 특히 기존에 발렌시아가, 프라다, 루이비통 등이 이미 1~2층에 위치했지만 남성 전문 매장을 추가 유치해 브랜드를 강화했다. 롯데백화점도 본점 5층을 남성 명품관으로 만들고 30여 개의 남성들을 위한 매장을 입점시켰다. 신세계백화점은 남성 명품관인 멘즈 살롱에 루이비통, 구찌, 벨루티, 펜디, 톰포드, 돌체앤가바나 등 남성 럭셔리 브랜드를 오픈했다.

명품으로 재테크를 하는 사람이 늘어난 것도 명품 수요 급증의 원인이다. 이에 ‘에루샤’는 최대 5차례나 가격 인상을 하기도 했다. 특히 샤넬의 인기 제품은 1000만원을 넘어섰고, 올 초에는 코코핸들·비즈니스 어피니티 등 일부 인기 핸드백 가격을 인상했다. 코코핸들 스몰은 560만원에서 619만원으로 11% 올랐다. 미디엄 사이즈는 610만원에서 677만원으로 역시 11% 가격이 뛰었다. 샤넬의 경우 상품 가치 보존을 위해 일부 인기 핸드백 품목을 1인당 1개씩만 살 수 있는 구매제한 조치를 단행하기도 했다.

소비자들은 이른바 ‘샤테크(샤넬 재테크)’ 등 명품 재테크를 위해 백화점 ‘오픈런’에 열을 올리는 실정이다. 한파 속에도 오픈런을 위해 대기할 정도다.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 명품관 앞에는 가격 인상 전 명품을 사기 위해 고객들이 끝 모를 긴 줄을 늘어서고 있다. 하룻밤 사이 100만원 단위 가격 차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명품 재테크족인 A씨는 “샤넬은 2~3년 전만 해도 기본백이 600만원 선이었는데, 지금은 1000만원이 훌쩍 넘는다. 최대한 빨리 사서 늦게 파는 게 돈 버는 법”이라고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 따르면 백화점 전체 매출에서 명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11월 31.5%를 기록했다. 11월 명품의 전년 동기 대비 매출 증가율도 32.9%에 달했다.

▶명품이 곧 돈… 전체 매출 비중 30% 넘어

백화점 3사 대표들 모두 패션회사를 거쳤거나 백화점에서 해외 패션 브랜드 관련 업무를 총괄한 경험이 있다. 백화점 매출의 40% 가까이가 ‘패션·명품’ 카테고리에서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관련 파트에 대한 이해가 깊은 이들을 중용하는 게 시대적 트렌드에 맞는다는 것이다. 롯데백화점을 이끌게 된 정준호 대표는 내부 순혈주의의 대명사로 꼽혔던 롯데백화점에서 이례적으로 신세계 출신의 인사다. 1987년 신세계백화점에 입사해 30년간 신세계그룹에 몸담아 왔다. 패션 기업 신세계인터내셔날 해외패션 본부장, 조선호텔 면세사업부, 이마트 ‘부츠’ 사업 담당 등을 맡아 왔다. 이후 2018년 롯데GFR에 합류했다. 롯데GFR는 롯데쇼핑의 패션 자회사다.

업계에서는 해외 패션 유통 분야에서 국내 최고 전문가로 손꼽힌다. 신세계인터내셔날 밀라노 지사장 등을 거치며 프랑스와 이탈리아 브랜드를 두루 접하며 안목을 키웠다. 정 대표는 아르마니, 몽클레어 등 30여 개 유명 패션 브랜드를 국내로 직접 들여온 인물이다. 해외 패션 브랜드와 함께 탄탄한 인적 네트워크를 갖춰 ‘롯데백화점 럭셔리화’에 적격이라는 판단이다. 업계 관계자는 “실무에 있을 때는 가브리엘 정(정 대표 영문 이름)을 거치지 않으면 한국에 브랜드를 낼 수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전했다. 순혈주의를 고집해왔던 롯데백화점에서 외부인사를 발탁한 것에는 롯데그룹의 위기감이 있다. 롯데백화점은 코로나19 이후 급격하게 수요가 폭발한 명품 경쟁력에서 계속해서 뒤처져 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로 2021년 매출 성장률은 신세계백화점 28.7%, 현대백화점 23.7%에 비해 롯데백화점은 12.7%에 그쳤다.

매일경제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명품관 앞에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이 줄을 서고 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1월 초 인사와 함께 조직개편 내용을 발표하며 신임 정준호호의 첫발을 내디뎠다. 먼저 상품 조직을 세분화하고 각 부문장에 전문성을 갖춘 내·외부 전문가들을 파격 발탁할 방침이다. 내부 인력을 대상으로 공모를 실시해 차장·부장급도 전문성만 갖춰져 있다면 부문장(임원급)으로 파격 승진을 시키기도 했다. 젊은 직원들을 전진 배치해 롯데백화점 특유의 딱딱한 분위기와 소비 트렌드를 십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온 상품 구성에 변화를 가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고급 소비의 중심인 강남에서 고객에게 인정받는 점포를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정 대표는 “잠실점과 강남점의 고급화를 통해 롯데백화점의 이미지를 업그레이드하고 신세계 강남점과는 다른 고급스러움을 넘어선 세련된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1등 백화점을 강남에서 만들겠다”며 “강남에서의 성공 경험을 타 점포까지 확산하겠다”고 밝혔다.

2021년 10월 선임된 신세계백화점의 손영식 대표도 백화점에서 해외명품팀장과 상품본부장, 패션본부장을 거친 MD 전문가다. 1987년 신세계백화점에 입사해 2012년과 2014년 각각 상품·패션본부장 부사장보를 지냈다. 2015년 12월 신세계디에프 사업총괄 겸 영업담당 부사장으로 승진한 지 1년 만인 2016년 신세계디에프 대표로 취임했다. 손 대표는 신세계디에프 대표 재직 시절 3대 명품 브랜드를 연이어 유치하며 신세계면세점을 ‘업계 빅3’ 구도를 만드는 데 일조했다. 특히 시내 면세점에 명품 브랜드 입점을 성사시키는 데 주된 역할을 했다.

손 대표는 이후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분위기 전환을 위한 인적 쇄신을 이유로 대표직에서 물러났으나, 신세계백화점 대표로 화려하게 컴백했다. 한번 임원 자리에서 물러난 뒤 중요 요직에 다시 앉은 것은 손 대표의 브랜드 유치 역량 때문이다. 그가 신세계백화점 대표뿐 아니라 상품본부장을 겸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신세계백화점은 신년 정기세일 매출에서부터 가장 큰 신장률을 기록하는 등 순항 중이다. 신년 정기세일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4.4% 늘었다. 남성 패션 매출이 78.8% 늘며 가장 큰 증가폭을 보였고 이어서 명품(77.9%), 여성 패션(55.1%) 순으로 신장했다. 한편 현대백화점은 2020년에 이같은 트렌드를 미리 반영한 듯 패션계열사 한섬을 진두지휘하던 김형종 대표를 신임 대표로 발탁했다. 김 대표는 현대백화점 목동점장, 상품본부장을 거친 뒤 지난 2012년부터 한섬 대표를 맡아 2019년까지 패션업계를 주도했다.

매일경제

정준호 롯데쇼핑 백화점 부문 대표, 손영식 신세계 대표이사, 김형종 현대백화점 대표이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현대백화점 대표로 올라설 수 있게 한 발판은 한섬으로 꼽힌다. 김 대표는 ‘노(NO) 세일 고급화 전략’을 고수하기 위해 재고를 모두 불태웠던 일화도 있다. 단기적 수익보다 장기간에 걸친 브랜드 이미지 제고 전략에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실제로 한섬은 2015년부터 실적 개선을 이뤄내며 2017년에 매출 1조원을 넘어섰다. 김 대표가 현대백화점 대표로 올라서기 바로 직전인 2019년 한섬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2598억원과 1066억원이었다. 김형종 대표의 작품으로는 여의도의 ‘더현대 서울’이 꼽힌다. 이곳은 상품 판매 공간을 의미하는 ‘매장 면적’을 줄이는 대신, 고객들이 편히 휴식하고 힐링할 수 있는 공간을 획기적으로 늘리고 고객 동선도 넓혔다. 규모가 비슷한 현대백화점 판교점과 비교해도 매장의 70% 수준만 채우고, 나머지 30%는 실내 조경이나 고객 휴식 공간 등으로 구성한 것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에 따르면 “조경 공간의 면적은 의류 매장 170개를 입점시킬 수 있는 크기와 같은데, 서울지역 현대백화점 의류 매장 한 곳당 연매출이 평균 10억원가량인 것을 감안하면 연간 1700억원의 매출을 포기한 셈”이라며 “하지만 이를 통해 고객이 직접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며 더 많은 2030세대를 중심으로 한 고객들이 방문할 수 있게 된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유통가에서는 올해 백화점 빅3의 명품 전략이 곧바로 매출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소비 시장 큰손으로 떠오른 MZ세대의 명품 구매와 보복소비 열풍은 올해도 명품 시장 매출을 견인할 것이라는 얘기다. 특히 올해는 신규 출점 효과가 사라지고, 2021년 정점 수준이었던 보복소비 효과도 다소 진정될 것으로 예측되면서 백화점의 ‘MD(상품군별 배치) 경쟁력’에 따라 회사 매출이 좌우될 것으로 예상된다.

[홍성용 매일경제 유통경제부 기자 사진 류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37호 (2022년 2월)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