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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블링컨, 우크라 문제로 전화했는데... 中왕이 “올림픽 방해나 멈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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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외교부, 회담 내용 상세 공개

美는 세 문장의 짧은 성명만 발표

“中·러 연대 막으려다 역공당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27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전화 통화를 갖고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대한 방해를 중단하라”고 말했다고 중국 외교부가 밝혔다. 왕 부장은 미국의 요청에 따라 이뤄진 이번 회담에서 “대만 문제에 대한 불장난을 중단하고 반중(反中) 소그룹 결성을 멈추라”고 요구했다. 블링컨 장관은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설명하며 중·러가 연대하는 것을 견제하기 위해 전화 회담을 요청했다가 왕 부장에게 ‘역공’을 당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 부장은 지난해 11월 열린 미·중 화상 정상회의를 거론하며 “(이후) 미국의 대중 정책 기조는 실질적으로 변한 게 없다”고 몰아세웠다. 베이징 올림픽에 대한 미국 정부의 외교적 보이콧(불참), 중국을 겨냥한 일본 등 동맹과 협력 강화, 독립 성향인 대만 민진당 정부에 대한 미국의 지원 등을 비판한 것이다. 왕 부장은 “(중국과) 맞서는 것은 중국이 강대해지는 것을 막지 못한다”고도 했다.

블링컨 장관이 이에 대해 어떻게 대응했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양 장관 통화 이후 성명을 내고 “블링컨 장관은 작년 11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화상 회담에서 논의됐던 전략적 위험(strategic risk)’ 관리, 기후변화 등에 대한 협력 방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만 했다. 3문장짜리 성명을 낸 것이 전부다.

조선일보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26일(현지 시각) 워싱턴DC의 국무부 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 참석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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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의 발표대로 이날 통화에서 두 사람은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논의했다. 미국 국무부는 “블링컨 장관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위협으로 야기되는 세계 안보 및 경제적 위험을 언급하고, 긴장 완화가 외교가 가야 할 길이라고 강조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왕 부장은 각 당사자의 자제를 촉구하면서도 “한 나라의 안전이 다른 나라의 안전을 해치는 대가로 이뤄져선 안 된다”고 했다. 이어 “지역 안전은 특히 군사집단을 강화·확대하는 것으로 보장될 수 없다”고 했다. 미국 주도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확대를 비판하고 러시아의 입장을 두둔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는 유럽연합(EU)과 러시아 사이의 완충지대 역할을 했던 우크라이나가 나토 가입을 추진하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나토 불(不)가입을 약속하라”며 우크라이나 주변에 병력을 배치하면서 본격화됐다.

올 들어 미·중은 대사관 인력 철수, 항공편 운항 중단 등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로이터통신, 환구시보 등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주중 미국 대사관 인력 일부가 중국을 떠날 수 있도록 허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당국의 강력한 코로나 방역 정책으로 정상적 생활이 어렵다는 이유다. 이에 대해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은 코로나로부터 가장 안전한 국가”라며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미국 교통부는 지난 21일(현지 시각) 미국을 떠나 중국으로 가는 중국 4개 항공사 항공편 44편에 대해 약 2개월간 운항 중단 조치를 한다고 발표했다. 중국 당국이 코로나 방역을 이유로 미 국적기의 중국 입국을 막은 데 대한 맞대응 차원이었다. 앞서 중국 당국은 일부 승객에게서 코로나 양성 반응이 나왔다며 미 국적기 44편을 입국 금지했었다. 양국은 서로 제한 조치에 ‘불합리하다’ ‘철회하라’고 반발하고 있다. 미·중 갈등은 북핵 문제에서도 엇박자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은 지난 20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공개회의에서 북한 미사일 개발 관련자들을 추가 제재하자고 제안했지만 중국·러시아가 보류 입장을 밝히며 6개월 이상 미뤄지게 됐다.

[베이징=박수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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