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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한 동네의원들 "상가건물인데, 확진자 어떻게 분리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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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3일부터 전국 동네 병·의원들이 코로나19 진료에 참여한다. 코로나 검사부터 진단, 치료까지 동네 의원이 맡아서 하는 '원스톱' 진료체계가 시작된다. 정부가 참여 의원들의 신청을 받고 있지만, 의료 현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본격 시행을 일주일 앞두고 있지만 병·의원들이 따라야 할 방역 지침조차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아 혼란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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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평택시 하나의원, 26일부터 신속항원검사를 시작했다. 최모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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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크론이 우세한 4개 지역(광주, 전남, 평택, 안성)에서는 이미 26일부터 코로나 검사·치료 체계가 바뀌었다. 60세 이상 등 고위험군이 아니면 코로나가 의심되더라도 신속항원검사를 먼저 받아야 한다. 선별진료소뿐만 아니라 호흡기전담클리닉, 지정된 동네 병·의원을 찾아갈 수 있다. 신속항원검사에서 양성이 나와야 PCR 검사를 받을 수 있고, 호흡기전담클리닉과 병·의원에서는 확진자에 대한 비대면 진료와 재택치료를 이어서 진행하게 된다. 현재 호흡기전담클리닉 43곳에서 이와 같은 새로운 체계를 도입했는데, 이중 의원급은 8곳이다. 정부는 27일부터 검사·치료 체계에 참여할 전국 동네 의원들의 신청을 받고 있다.



동네 의원, 얼마나 참여할까?



관건은 동네 의원들의 참여도다. 당국은 동네 소아과·내과·이비인후과 등이 주로 참여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런 의원들 대부분 규모가 작은 데다, 일반 상가 건물 등에 자리한다. 일반 진료 환자와 코로나 의심 환자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분리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참여를 고심 중인 의원들은 의심환자를 대상으로 한 신속항원검사에는 긍정적이지만, 신속항원검사에서 양성이 나와 확진자일 가능성이 높은 이들에 대한 PCR 검사는 꺼리는 분위기다. 감염 관리가 어려울 것이라는 두려움이 크다고 한다. 일반 환자 발길이 끊길 것이란 걱정도 깔려있다. 확진자에 대한 비대면 진료나 재택치료자 관리는 할 수 있지만 검사는 못 하겠다는 곳이 많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작은 규모의 의원들은 환자들의 동선 분리가 쉽지 않다. 같은 상가에 있는 다른 상점들의 눈총에서 자유롭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면서 "의원들에게 참여를 권하고 납득시키는 작업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한 소아청소년과 의원 원장 A씨는 "(코로나 진료를)하고 싶어도 엄두가 안 난다"고 토로했다. 이 의원은 의사 세 명이 운영하는 제법 규모가 있는 곳이다. A씨는 “대형 병원처럼 감염관리를 할 수가 없다"며 "일반 환자랑 동선 분리를 해야 하는데 공간이 안 된다”고 했다. 그는 "재택치료 관리는 어떻게든 해볼 수 있겠지만, 검사는 불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선별검사소는 넓은 야외 공간에 있고, 검사자는 부스 안에서 팔만 내밀고 있으니 걱정이 없지만 좁은 실내에서 검사하는 건 위험한 일이다"라고 설명했다. 평일 야간과 공휴일 운영 역시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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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진료 병·의원 진단-검사-치료 흐름도. 정부가 의협 등에 배포한 '코로나19 진료의원 운영 지침' 상 내용이다. [중수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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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은 의원들의 코로나19 진료 매뉴얼(지침)을 배포했다. 박향 중수본 방역총괄반장은 27일 브리핑에서 "의원들이 참여할 때 검사 공간, 방역 보호구 수준, 확진자 발생 시 역학조사 어떻게 할 건지 등 안내가 나갔다"고 했다.

막상 해당 지침을 살펴보면 일부 의원에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규정들이 담겨있다. "호흡기·발열 환자와 일반환자의 별도 구역 분리 권장" "환자 간 일정 거리 유지" 등이다. 칸막이 등 물리적으로 구분하기 어렵다면 최소한의 이격거리 확보로 환자를 구별해 관리하라는 부분도 있다. 서울의 한 내과 의원에선 "기본적으로 나라에서 얘기하는 2m 거리 두기 자체도 어려운 실정"이라면서 "동선 분리를 할 만한 공간도 없는데 '알아서 잘해라' 식이니 참여가 어렵지 않겠냐"고 했다.

박 반장은 "세부 가이드라인, 진료참여 방식에 대해서는 좀 더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 "추후 의원들이 재택치료 관리기관으로 참여할 때 단독으로 참여할지, 여러 의원이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하는지 등의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도 했다. 이상훈 의협 부회장은 27일 '코로나19 진료의원 운영방안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최소 1000개의 의료기관이 참여해 전국의 국민이 병·의원을 찾아가는 데 거리상으로 힘들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면서"많은 의료기관이 참여할 수 있도록 신속항원검사 채취료, 재택관리 수가, 감염관리료가 어느 정도 현실화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 병·의원들을 움직일 수 있을지 미지수다.

어환희 기자 eo.hwa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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