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민간 개발이익 공유’ 사전협상제, 서울 외 지역에선 찬밥 신세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1. 2002년부터 주차장 용도 나대지로 방치되던 강동 서울승합부지. 이곳은 사전협상제도를 통해 2020년 공동주택과 오피스텔, 공공업무시설이 들어서는 복합시설로 탈바꿈했다. 2009년부터 3년간 진행된 사전협상 과정에서 서울시는 2종 일반주거지역이었던 이 부지를 준주거지역으로 바꿔 용적률을 기존 250%에서 500%로 높여줬다. 대신, 이 구역에 청년창업시설, 강동구주민시설 등 편의시설을 지어 늘어난 용적률의 43%를 공공기여로 환수했다. 사전협상제도를 통해 민간개발에서 얻은 이익을 민간과 공공이 모두 나눠갖는 ‘윈-윈’ 모델이 만들어진 사례다.

사전협상제도가 서울시에 안착하면서 민간과 공공이 서로 이익을 얻는 선례를 다수 남기고 있다. 사전협상제도란 도시계획변경이 필요한 대규모 개발사업에 대해 공공과 민간사업자가 사전협상을 통해 구체적인 개발계획을 수립하고 도시계획을 변경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토지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한편, 민간개발 과정에서 불거지는 특혜의혹을 잠재우고 공공성을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28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가 이 제도를 도입한 2009년 이후 현재까지 총 11건의 도시개발사업이 사전협상제도를 거쳐 도시관리계획을 변경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협상이 진행중인 사업도 9건이 있다. 1년에 2건 꼴로 사전협상제도를 거친 것이다.

조선비즈

광운대역세권 개발사업 조감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시는 굵직한 사업에 사전협상제도를 활용해왔다. 2014년에는 사전협상을 거쳐 경의선 홍대복합역사 개발계획을 확정했고, 2016년에는 현대자동차 부지(옛 한전부지)를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로 개발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지난해 3월에는 사전협상을 통해 광운대역세권 개발계획을 확정해 후속 행정절차에 돌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사전협상제도가 모든 지역에서 활발하게 활용되는 것은 아니다. 전국적으로 사전협상제도가 도입된 자치단체는 총 11곳(서울특별시, 인천광역시, 부산광역시, 대구광역시, 광주광역시, 부천시, 성남시, 고양시, 화성시, 평택시, 전주시).

이 중 부산광역시만해도 서울과는 사정이 다르다. 2016년 제도 도입 후 6년 동안 단 2건의 개발사업에 사전협상을 적용했다. 해운대구의 마지막 금싸라기땅인 한진컨테이너야적장(CY)이 2018년 사전협상 1호로 선정됐지만, 이후 4년 만인 올해 1월에야 옛 한국유리부지 개발사업을 2호 사업으로 선정했다. 부산시가 이 제도를 도입하면서 낙후된 지역 10곳을 사전협상 후보지로 선정해 민간제안을 받겠다고 한 점을 고려하면 성과가 미진하다.

기초자치단체에서도 아직 별다른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2020년 제도를 도입한 성남시에서도 사전협상을 진행 중인 곳은 아직 1곳에 불과하다. 지난해 사전협상 적용 여부를 놓고 민간사업자와 검토를 진행했고, 9월에 들어 사전협상 절차를 밟기 시작해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 작년 1월 제도를 도입한 화성시도 2~3개 사업이 사전협상대상으로 선정돼 협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협의가 완료돼 도시관리계획 변경으로까지 이어진 곳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서울에서 1년에 2건 꼴로 사전협상제도가 활용된 점과는 대조적이다.

일각에서는 사전협상제도가 전국적으로 확산하지 못하는 이유로 개발이익의 과도한 환원을 꼽는다. 각 지자체가 지역여건에 맞춰 기여율을 조절하지 않고 서울과 비슷한 수준으로 정하면서 민간사업자들의 참여를 막았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기초자치단체 관계자는 “사전협상제도를 도입한 후 민간사업자들로부터 문의를 받았지만, 최대 50%에 달하는 공공기여율이 너무 높다면서 사전협상을 시도하려다가 포기한 경우가 있었다”면서 “공공기여율을 현실화하는 방향으로 관련 제도를 수정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현재 서울의 경우 도시계획 변경으로 증가되는 용적률의 60%를 기준으로 공공기여율을 정한다. 용적률이 높은 용도지역으로 변경되면 개발이익을 높게 가져가고, 상대적으로 용적률 증가폭이 작으면 개발이익을 덜 가져가는 구조다. 이는 개발 수요가 많은 서울의 특성을 반영한 것이다. 그런데 개발사업의 수익성 측면에서 서울시와 큰 차이가 있는 광역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도 공공기여율 산정 기준을 서울시와 비슷한 50~60% 정도로 정하고 있다. 지역별 여건을 감안하지 않고 선도적으로 제도를 도입한 서울시의 기준을 그대로 수용했기 때문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공공기여율을 낮추고 제도 운영 방식을 보다 명확히 해 비용과 시간을 절약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은 공공기여를 높여 개발을 억제해도 사업을 하려는 사람이 많지만, 지방은 지자체가 제발 지어달라고 해야 개발이 가능한다”면서 “지역마다 여건 차이가 있어서 기여율을 일률적으로 정하는건 적절하지 않다”고 조언했다.

박세희 지안건축사무소 대표는 “용적률 완화 등 인센티브를 줄 때는 공공기여 조건을 법에서 규정해줘야 한다. 심의위원이 알아서 하라고 하면 계속 부결만 되고 진행이 더딜 가능성이 크다”면서 “공공기여 방식으로 땅을 내놓는 경우도 있지만 시설 기여도 있으므로, 상황에 따라 어떤 방식으로 공공성을 확보할지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최온정 기자(warmheart@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