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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후보님, 광주에 왜 갔나요 [取중眞담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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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 잇단 참사와 녹록지 않은 바닥 민심... 세몰이보다 중요한 것

[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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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7일 오후 광주광역시 북구 말바우시장을 방문 일정을 마치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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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을 앞둔 광주 민심이 심상치 않다. 더불어민주당 입장에선 지난 대선의 안철수 후보와 같은 강한 경쟁자가 없는 상황이지만, 바닥 민심은 쉬이 올라오지 않는 모습이다. 광주 선대위 관계자는 "지지율이 나쁜 건 아닌데 밑바닥 흥이 예전 같지 않은 건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전국 지지율에서 답보를 이어가던 이재명 후보는 27일 광주를 찾았다. 당초 나흘 간 경기도 일정을 소화하려다 마지막 날(27일) 계획을 변경해 광주로 향한 것이다. 시간이 금인 대선주자가 미리 공개됐던 일정을 틀어 다른 곳으로 향했다는 건 예삿일은 아니다.

두 가지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나는 전통 지지층인 광주를 찾아 세를 결집하려 했을 것이고, 다른 하나는 최근 잇단 붕괴사고로 심상치 않은 여론을 살피고자 했을 것이다.

피해자들이 민주당에 건 기대

오전에 신축아파트 붕괴 현장을 찾은 이 후보는 녹록지 않은 시간을 보냈다. 당초 고려했던 시간보다 더 긴 시간 머물며 실종자 가족 등 피해자들에게 질책을 들어야 했다. 전날 송영길 대표가 이곳을 찾았을 때처럼 면담 분위기가 마냥 부드럽지 못했다.

우선 강조하고 싶은 게 있다. 많은 언론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방문했을 때와 민주당 인사들이 방문했을 때를 비교했는데, 두 정당의 방문을 단순 비교해선 안 된다. 누가 먼저 왔고 누가 나중에 왔는지, 누가 사고 현장에 올라갔고 올라가지 못했는지 따지는 건 본질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소모적 논쟁이다.

본질은 피해자들이 처한 상황과 그들이 갖고 있는 기대치다. 실제로 비공개 면담에서 실종자 가족 중 일부는 "민주당을 애정하는 마음에서 더 강하게 이야기한다"고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즉 피해자들은 대통령이 소속된 여당이자 광주를 핵심 지지층으로 삼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 해결책 하나라도 손에 쥐고 오길 바랐던 것이다.

지난 12일 사고 직후 제대로 된 수색이 이뤄지지 못했고, 중앙사고수습본부도 지난 23일에서야 꾸려졌으며, 그조차도 수장이 장관급인 상황이 이어졌다. 피해자들은 이러한 상황을 겪으며 꾸준히 어려움을 호소해왔다. 피해자들을 지원하고 있는 한 인사는 "만약 서울에서 사고가 났어도 이랬겠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특히 민주당도 이번 사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건설업체인 현대산업개발이 가장 큰 문제겠지만, 지자체 역시 관리·감독의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광주의 광역·기초단체장 및 광역·기초의회는 민주당이 독점하고 있다. 결국 피해자들이 민주당에게 바라는 건 '방문'과 '위로의 말'이 아닌 실질적인 해결책이었다.

이 후보와 송 대표 모두 이런 점에서 부족했다. 그나마 긴 시간 면담을 거친 뒤 이 후보는 당초 준비된 약속은 아니었지만 "국가적 역량이나 방안이 총동원될 수 있도록 국무총리께서 직접 이 문제에 관여해 수색과 수습에 속도를 내도록 건의하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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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7일 오후 광주광역시 서구 광주화정아이파크붕괴사고 현장을 살펴본 후 피해자 가족 대표(오른쪽)의 손을 잡아주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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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문재인의 광주 공약, 이재명의 광주 공약

광주 정치권 관계자는 이 후보가 광주를 찾기 전날 전화통화에서 두 가지를 강조했다. 첫 번째는 신축아파트 붕괴 현장에서의 메시지, 두 번째는 광주 공약의 내용이었다. 그는 "이 두 가지에서 힘을 발휘하지 못하면 광주 민심을 확 끌어올리지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설명했듯 첫 번째는 사실상 실패했다. 광주시민들은 7개월 전 무너진 건물이 버스를 덮치는 모습을 지켜봤고, 2주 전 도시 한복판 아파트에서 건물 잔해가 우수수 쏟아지는 모습을 목격했다. 아무리 텃밭이라도 정부·여당에 마냥 호의적일 수 없는 상황에서 민주당 전체적으로 현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 못했고 자연스레 이 후보의 메시지 역시 부실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두 번째는 어땠을까. 이 후보는 광주에서의 첫 일정으로 광주공항을 찾아 광주 및 광주·전남 공동공약을 내놨다(관련기사 : 문재인 약속한 광주군공항, 5.18헌법... 이재명 다시 공약 http://omn.kr/1x2gm).

이 후보가 평소 내세우는 공약의 기조는 '실천'에 맞춰져 있다. 광주 공약 역시 마찬가지였다. 상징적으로 그동안 여러 선거의 단골 공약이었던 광주 군공항 이전 문제가 '제1공약'에 올라 있었다. 이 후보는 "(이 문제는) 수년 동안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라며 "군공항 부지에 광주의 미래를 심겠다는 시민 여러분의 바람, 저 이재명이 실현하겠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이 후보의 기조엔 긍정적·부정적 평가가 함께 나온다. 지키기 어려운 약속보단 해묵은 현안을 해결하겠다는 실천력 강조가 훨씬 중요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반면, 상징적인 새로운 공약도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노무현의 아시아문화전당, 문재인의 한전공대처럼 이재명의 '무엇'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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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7일 오후 광주광역시 북구 말바우시장을 방문해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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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선거에서든 민주당에게 광주는 중요한 장소다. 텃밭이라는 상징성뿐만 아니라 광주 민심이 수도권 등으로 지지세를 전파하는 데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즉 이 후보에게 광주는 세몰이를 보여줄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지만, 밑바닥 민심을 세심히 감지해야 하는 곳이기도 하다. 이 후보가 광주를 찾았을 때 만난 한 시민은 "민주당이 광주에 제일 잘했을 때가 언제인지 아나"라며 "2016년 국민의당에게 참패한 직후"라고 말했다.

이 후보와 민주당에겐 충장로우체국에서 손을 흔드는 것보다 더 세심히 챙겼어야 할 일이 많았다.

소중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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