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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사도 광산' 유네스코 추천…정부, '외교전' 총력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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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일본 정부가 조선인 강제 노역이 이뤄졌던 곳인 사도(佐渡)광산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추천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2015년 조선인들의 강제 노역 피해가 있었던 군함도를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면서 강제 노역 사실을 적시하겠다던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는 일본이 이같은 행태를 보인 데 대해 정부는 유감 표명 및 즉각 중단을 촉구했다.

28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총리관저에서 기자들에게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관련 "올해 신청해서 조기에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 등재를 실현하기 위한 지름길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그는 "등재 실현을 위해 관계 부처가 참가하는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TF(태스크포스)를 설치해 역사적 경위를 포함한 다양한 논의에 대응하겠다"며 한국의 반발에 대해서는 "냉정하고 정중한 대화를 하고 싶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외교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정부는 우리측의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가 제2차 세계대전 시 한국인 강제노역 피해 현장인 '사도광산'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 추진키로 결정한 데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하며, 이러한 시도를 중단할 것을 엄중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작년 7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일본 근대산업시설' 관련 일본의 위원회 결정 불이행에 대해 심각한 유감을 표한 바 있음을 상기하며, 일본 정부가 2015년 세계유산 등재 시 스스로 약속한 후속조치를 충실히 이행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함을 재차 강조한다"고 지적했다.

프레시안

▲사도광산을 대표하는 아이카와 금은산에서 메이지시대 이후 건설된 갱도. 구불구불하고 좁은 에도시대 갱도와 달리 비교적 넓게 매끈하게 뚫려 있다. 사도광산에는 2천 명 이상으로 추정되는 조선인이 태평양전쟁 기간 일제에 의해 동원돼 가혹한 환경에서 강제노역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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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는 지난 2015년 군함도를 비롯한 메이지 시대 산업유산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면서 일부 시설에서 강제노역이 이뤄졌다는 사실을 명시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여전히 이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유네스코는 지난해 7월뿐만 아니라 2018년에도 일본에 이를 이행하라는 내용이 담긴 결정문을 채택한 바 있다. 그러나 일본은 이를 이행하지 않은 상태에서 또 다시 강제 노역이 이뤄진 사도광산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겠다고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기시다 총리의 발표 이후 기자들과 만난 외교부 당국자도 이러한 사실을 강조했다. 이 당국자는 "일측이 지난해 7월 세계유산위원회의 군함도 등 일본 근대산업 유산에 대해 강력한 이행 결정 촉구에도 불구하고 유네스코의 권유를 무시하고 결정 이행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또 다시 회원국과 갈등을 일으키고 유네스코를 정치화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는 세계유산의 보전을 통해 평화를 증진한다는 유네스코의 세계유산 제도 취지에 정면으로 어긋나는 것일뿐만 아니라 관련국가와 국제사회 신뢰를 또다시 저버리는 행동"이라며 "그런 차원에서 TF를 중심으로 이 문제를 위원국들에게 강력히 제기해 나갈 예정이며 보다 종합적이고 체계적·단계적인 대응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 1월에 관계기관 협의회와 전문가 협의회를 개최해서 TF 구성 방안을 협의했다. 외교부의 공공외교대사를 단장으로 문화체육관광부, 행정안전부, 교육부, 문화재청 등의 부처와 관련 전문가가 참여할 것"이라며 "TF를 중심으로 자료 수집, 분석, 교섭 등 기관별로 전문성을 발휘해 본격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7월 유네스코에서 세계유산과 관련한 새로운 지침이 만들어졌는데 정부에서 이를 어떻게 활용할 것이냐는 질문에 이 당국자는 "일본이 기록유산과 관련해 가이드라인을 개정한 것이 있는데 그 논리대로라면 일본은 사도광산 등재 추진 과정에서도 관련국인 우리와 충분히 논의했어야 한다"며 자세한 배경을 설명했다.

이 당국자에 따르면 유네스코에는 기록유산과 세계유산이 있는데, 난징 대학살 기록이 유네스코 기록유산에 등재된 이후 일본은 특정 국가가 반대하는 기록 유산을 등재하려면 등재하기 전에 대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조항을 '가이드라인'에 넣은 바 있다.

일본이 기록유산에 대해 적용했던 이같은 논리는 작년 세계유산에 대한 가이드라인에도 적용되기 시작했다. 이 당국자는 "세계유산의 경우 각국 간 협정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개정이 어려워서 작년에 우리와 중국이 주장해 세계유산협약 가이드라인을 개정했었다"며 "특정국이 등재를 신청하기 전에 다른 국가들과 잠재적 갈등을 피하기 위해 관련국과 건설적인 대화를 충분히 하고 심사 과정에서도 그러한 협의를 하도록 돼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일본이 기록유산 제도를 개편했던 그 논리에 따르자면, 이번 사도광산 등재 과정에서도 당연히 (개정된 지침에 따라) 관련국인 우리와 충분히 협의했어야 한다"며 일본의 조치가 일관성이 없다는 점을 지적함과 동시에 "이 부분에 대해 세계유산 위원국들에게도 충분히 문제제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유네스코 가이드라인에 따른 절차와 유네스코 세계유산 지정의 목적, 일본의 그간의 행태 등을 고려했을 때 이번 사도광산 세계유산 등재는 명분과 정당성이 약한 것이 사실이다.

문제는 지난해만 해도 일본이 유네스코에 지급한 분담금이 전체의 11%수준인 175억 원을 기록하는 등 유네스코 운영에 주요한 자금을 지원하고 있고, 이러한 지위를 이용해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하려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일본은 2015년과 2016년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의 등재를 막기 위해 분담금을 내지 않겠다며 실력행사를 한 적도 있다.

다만 일본이 지난 2015년 군함도를 비롯한 근대산업시설 등재 때 약속했던 사항을 지키지 않고 있다는 점 등을 감안했을 때 정부에게 아예 승산이 없는 것은 아니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 당국자는 "7년 전 일본 근대산업시설 등재 추진에 이어 또 다시 이러한 상황이 발생한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도 "당시의 경험과 기억을 십분 활용해서 이번 상황에 맞는 현실적·단계적 전략을 통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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