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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마 버릴 수 없는 엄마 물건 간직하는 법 [삶과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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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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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집은 사람들에게 단순히 의식주를 해결하는 공간이었지만 요즘에는 나만의 감성을 담아 나를 표현하는 공간이며 또 다른 자아로 인식되는 것 같다.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끼리 서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인테리어를 참고하여 같은 제품을 구입하는 경향이 있어 SNS를 보다 보면 분명 다른 집인데 서로 같은 집이라고 착각할 때도 있다.

면적이나 라이프스타일이 달라도 공간마다 갖고 있는 물건은 비슷한데, 전문가의 시선으로 보면 사용하는 물건과 방치된 물건을 정확하게 구분할 수 있다. 거의 새 제품인데도 배출되는 물건의 공통점은 대부분 광고를 보고 샀거나 사용방법이 복잡한 경우 또는 사용이 불편한 경우, 마지막으로는 내 감성에 맞지 않는 선물을 받은 경우이다.

이런 공통점을 가진 물건들은 사용 흔적이 없어 새 물건처럼 보이기도 하고 부품이 흩어져있다. 사용 방법을 잘 몰라서 나에게 '이건 어떻게 쓰는 거냐'며 물어보는 분도 있었다. 이런 물건들을 배출하기 전 확인을 받기 위해 한쪽으로 구분해 놓으면 대부분 사용 안 하는 걸 어떻게 알았냐며 신기해한다. 그리고 그 물건의 대부분은 내 예상대로 배출된다.

몇 년 전 교통사고로 어머님을 떠나보내고 이사한 집을 정리하게 되었다. 평소와 같이 물건을 정리하는데 물건 사이로 오래된 조미료통이 있었다. 이사하면서 리모델링도 하고 여러 가지 새 물건으로 교체하는 중이었기에 배출 확인을 위해 조미료통을 한쪽에 빼놓았는데 잠시 후 상부 장에 조미료통이 다시 들어있는 게 아닌가. 나는 내가 착각한 줄 알고 다시 빼놓았더니 "그 조미료통에 엄마 글씨가 있어서 그냥 보관할게요"라고 하시는데, 그 한마디에 내 마음이 땅끝까지 가라앉는 것 같았다. 오래되어 색도 변하고 거의 떨어지려 하는 '설탕'이라는 스티커가 너무 소중한 엄마에 대한 기억과 추억이라는 것이었다.

평소 강의를 하며 추억은 가슴속에 묻으라고 했지만 그날만큼은 그 추억을 소중히 간직해드리고 싶어 가장 안전한 곳에 잘 보관해드렸다. 추억의 물건들을 모두 보관할 수는 없지만 가끔 예외도 있지 않겠는가? 좋은 추억이 있는 물건들은 간직하고 싶은 게 사람의 본능인 것 같다.

하지만 모든 추억을 내 기억 속에 담을 수는 없다. 물건도 마찬가지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지, 정리에 대한 질문 중 가장 많이 받는 단골 질문 하나가 "추억이 담긴 물건은 어떻게 정리하나요?"이다. 아무리 새 제품이라도 물건은 시간이 지나면 변하기에 나는 부피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라고 답을 해준다. 예를 들어 아이들이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만든 작품으로 고민이라면 사진으로 남겨서 나중에도 볼 수 있게 만들면 된다. 작품이나 물건의 상태가 좋을 때 사진으로 남겨놓으면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은 상태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엄마의 설탕 조미료통도 시간이 지나면 글자가 희미해질 것 같아 사진으로 남겨 놓으라고 말씀드렸다. 물론 사진만 찍는다고 능사는 아니다. 휴대폰 속의 사진들도 그냥 찍어놓는 게 아니라 시기, 장소, 인물 등 나만의 기준을 정해서 정리해야 한다. 사용하지 않거나 아주 가끔 꺼내보는 물건을 추억 때문에 버리지 못하고, 깊숙한 곳에 방치하거나 이사할 때마다 골칫거리가 되는 물건이 있다면 새해에는 부피를 줄여 정리해보자.
한국일보

김현주 정리컨설턴트·하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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