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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구청 '100억원대 횡령' 혼자서 했다?…가능했던 세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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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용 제로페이 허점 활용, 공문서 위조로 완성

'공범' 없어도 감시체계 미비 비판 피하기 어려워

뉴스1

강동경찰서 수사관들이 27일 서울 강동구청 일자리경제과 압수수색을 마친 뒤 압수품을 갖고 밖으로 나오고 있다. 115억 원에 달하는 시설건립 자금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 강동구청 공무원 김모씨는 전날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2022.1.27/뉴스1 © News1 노선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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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도엽 기자,이밝음 기자 = '100억대 횡령을 혼자서? 그것도 7급 주무관이?'

서울 강동구청에서 발생한 '100억대 횡령' 사건을 지켜본 공무원들이 보이는 공통된 반응이다. 사건 초기 회계 시스템상 '불가능하다'며 사실이 아닐 것이라고 단언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조사가 진행될수록 '단독범행'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흔히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되는' 이번 횡령사건이 어떻게 가능했던 것인지 들여다봤다.

서울시·구청·제로페이·은행 등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단독 범행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다만 이를 감시할 직원이 없을 정도로 부실한 내부통제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고 했다.

29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강동경찰서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상 업무상 횡령 혐의를 받는 강동구 공무원 김모씨(47)를 구속수사 중이다.

김씨는 2019년 12월부터 1년3개월동안 수백여차례에 걸쳐 강동구청 계좌에서 자신의 계좌로 자금을 이체한 혐의를 받는다. 김씨가 자신에게 옮긴 돈은 고덕·강일 공공주택사업지구 내 친환경 자원순환센터 건립 사업비로 총 115억원이다. 김씨는 그중 38억원을 다시 강동구청 계좌로 돌렸으나 나머지 77억원가량은 주식에 투자했다가 대부분 날린 것으로 파악됐다.

◇법인용 제로페이 장려 분위기 노렸다

이번 횡령사건이 가능했던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일반계좌가 아닌 제로페이 계좌를 이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법인용 제로페이는 지난 2019년 하반기부터 공공기관 등에서 사용되기 시작했다. 출범 첫해 서울시 관내 서초구를 제외한 24개구가 업무추진비 지출 등의 목적으로 제로페이가 사용하기도 했다.

제로페이 사용이 장려되는 분위기 속에서 김씨가 사업비를 지급받는 용도로 사용 목적을 명확하게 상부에 보고했다면 승인권자는 '강동구청' 명의의 제로페이 큰 의심없이 계좌 개설을 허락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김씨가 계좌개설 목적과 다르게 사용한 것이지 제로페이 계좌개설 자체를 두고 문제삼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내부 조력자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 단독범행으로 무게추가 기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서울 내 한 구청 관계자는 "부서장이 확인을 꼼꼼하게 하는 경우도 있지만, 제로페이 사용 촉진 분위기 속에서 담당자가 제로페이 계좌가 필요하다고 하면 부서장이 큰 의심없이 승인해줬을 수 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관계자들은 김씨가 담당자의 승인을 얻어 강동구청 명의의 법인용 제로페이 계좌를 개설하고, 이 계좌의 담당자로 지정됐다면 단독범행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김씨는 제로페이 계좌가 구청 회계 시스템에 포착되지 않는 허점까지 활용했다.

다만 강동구청 사례가 일반적인 것은 아니다. 통상 법인용 제로페이는 여러 직원들이 함께 사용하고 직원마다 각각의 한도를 부여받아 결제한다. 김씨의 경우 사실상 혼자 사용한 것으로 보여 이 부분에 대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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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억원대 시설건립 자금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 서울 강동구청 공무원이 26일 오전 서울 송파구 동부지방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후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김씨는 2019년 12월부터 1년 3개월 동안 수십 차례에 걸쳐 구청계좌에서 자신의 계좌로 자금을 이체했고, 그중 38억원을 다시 구청계좌로 돌려놓은 것으로 파악됐다. 나머지 77억원가량은 행방이 불분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2022.1.26/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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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용 제로페이 '이체' 가능, 대부분 공무원도 몰라

또 법인용 제로페이의 사용처가 식사비, 업무추진비 등 소액 결제가 대부분이다 보니 이처럼 거액이 '이체'가 가능한지 이번에 처음 알아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특히 대부분의 부서가 이체 한도를 '0원'으로 설정해 두고 결제용으로만 사용한다고 귀띔했다.

관계자들은 법인용 제로페이 계좌 개설 후 김씨 혼자서만 계좌를 관리하며 다른 직원들의 감시를 피했다면 이론상으론 자유입출금식 통장처럼 돈을 수시로 옮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법인용 제로페이 계좌 사용자 명단에 김씨 외에 부서 직원들이 있었다면, 김씨의 수상한 이체 거래 내역을 포착하지 못했을리 없다는 것이다.

경찰 수사에 따르면 김씨는 법인용 제로페이 계좌에서 본인의 계좌로 1회 5000만원씩 등 총 236차례 이체하면서도 직원들에게 들키지 않았다. 사실상 혼자 계좌를 담당했었을 가능성이 높은 대목이다.

김씨는 이 점을 악용해 거액의 돈을 쉽게 옮기기 위해 이체 한도도 높였던 것으로 보인다. 김씨는 본격적인 범행 직전인 지난 2019년12월쯤 은행에 구청 명의의 공문을 보내 한도를 상향 조정했다. 기존 한도인 1회 1000만원·1일 1억원에서 1회 5000만원·1일 5억원으로 5배나 높였다.

이후 김씨는 이후 1회 출금한도는 5000만원을 꽉 채워 자신의 계좌로 이체했다. 10회에 5000만원씩 총 5억원을 이체한 날도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공문서 위조 가능성…공문 담당자는 '김씨'

김씨 범행의 마지막 퍼즐은 '공문서 위조' 여부다.

김씨는 SH 측에 사업비 지급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SH 측은 공문서에 기재된 계좌번호가 '강동구청' 명의라는 점을 확인하고 2019년, 2020년, 2021년 한 차례씩 총 세 차례에 걸쳐 115억원을 이 계좌로 보냈다. SH 입장에서는 담당구청 공무원이 공문을 보낸 만큼 의심하기 힘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다른 기관 등에 공문을 보내기 위해선 통상 최소 부서장 전결이 필요하다. 김씨가 7급 공무원인 것을 감안하면 정상적인 공문이라면 상관의 결제를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 상관이 제대로 살펴보지 않고 사인을 했거나 김씨가 결제를 받은 것처럼 위조해 공문을 발송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공범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 중인 경찰도 지난 26~28일 SH 측에 공문을 보낼 수 있도록 승인해준 부서장 등을 불러 조사한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현재까지는 '피의자' 신분이 아닌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현재까지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된 관계자들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는 경찰에서 "단독범행"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수사가 종결될 때까지 추가 피의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 김씨에게는 공문서 위조 혐의도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강동구청 내부에 공범이 없었다는 점이 확인되더라도 감시체계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dyeop@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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