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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뇌 안까지 찢긴 21살…” 광주 헬기사격 사망 가능성 첫 증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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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당시 사체 검안의 문형배 전 원광대 교수

고 김형관씨 사체 검안서와 사진 등 본 뒤 소견

고 조비오 신부 헬기 사격 목격했던 날 총상 입어


한겨레

1980년 5·18 당시 의료진과 시민들이 부상자를 병원으로 옮기고 있다. 고 헌트리 목사가 찍은 이 사진은 당시 급박했던 순간을 보여준다. 5·18민주화운동기록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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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민주화운동 때 숨진 한 시민의 사인을 두고 진압군이 헬기에서 쏜 기관총탄 피격일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당시 사체를 검안한 의사로부터 제기됐다. 5·18 당시 헬기 사격 탄흔이 광주 전일빌딩에서 발견됐지만, 헬기 사격에 의한 사망·부상자는 확인된 적이 없다. 5·18진상규명위원회의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한겨레>가 광주지방검찰청이 1980년 6월3일 작성한 민간인 사망자 165명의 검시서류를 분석한 결과, 총기 사망자 135명 가운데 오른쪽 머리 10×7㎝가 손실되고 뇌 안까지도 찢긴 희생자는 김형관(1959년생·방위병)씨였다. 방위병 얼룩무늬 군복을 입고 있던 김씨 얼굴은 총탄에 의해 짓이겨져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다. 김씨의 어머니 주을석씨가 처음엔 아들의 주검인 줄 모르고 지나쳤다가 아들 어깨에 있던 문신을 보고서야 아들이란 사실을 받아들였을 정도였다. 검시 서류에는 김씨가 5월21일 오후 4시께 광주시 남구 백운동 철길에서 소총 ‘엠(M)16’에 맞고 광주 기독교병원으로 옮겨진 것으로 돼 있다.

김씨의 시신 모습은 천주교광주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가 1987년 5월 낸 <1980년 광주민중항쟁 기록사진집>에 실려 있다. 그러나 그가 김씨라는 사실은 알려지지 않았다. 사진은 당시 기독교병원 원목이던 미국인 고 헌트리 목사가 찍었다. 5·18민주화운동기록관은 김씨의 시신 상태가 너무 처참해 사진을 일반에 공개하지 않고 별도로 관리하고 있다. 5·18 당시 사체검안위원회 의사였던 문형배 전 원광대 교수는 지난 11일 김씨의 주검이 찍힌 사진을 본 뒤 “엄청난 외력에 의해 뇌까지 모두 다 날아가 버렸다. 헬기 사격에 의한 사망일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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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5월21일 광주 상공에서 헬기 사격이 있던 날 남구 백운동 철길에서 총을 맞고 사망한 고 김형관씨.


김씨가 머리에 입은 총상은 총탄이 몸속으로 들어갈 때 생기는 ‘사입구’와 몸을 뚫고 나온 흔적인 ‘사출구’가 구별되지 않는다. 총탄이 통과한 부위가 피격 당시의 충격으로 심하게 훼손됐기 때문이다. 엠16 소총을 맞은 희생자들의 주검이 사입구보다 사출구가 더 큰 것과 차이가 있다. 문씨가 검안한 엠16 총상 희생자 이북일(1952년생)씨는 우상두부 0.5×0.5㎝의 사입구와 2×2㎝의 사출구가 있다고 기록돼 있다.

문씨는 “보통 엠16 총상 사망자는 구멍만 뚫리는데, 김씨의 주검 사진을 보면 머리 전체가 한꺼번에 날아가 버린 것”이라고 했다. 당시 계엄군 개인화기였던 엠16 소총은 구경 5.56㎜ 탄환을, 광주 출동 헬기에 장착된 엘엠지(LMG) 기관총은 7.62㎜ 구경의 탄환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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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가 사망한 5월21일은 고 조비오 신부와 고 이광영씨, 정수만 전 5·18유족회장 등이 계엄군 헬기가 공중에서 시민들을 향해 총을 쏘는 것을 목격한 날이기도 하다. 2020년 11월30일 광주지법 형사8단독 김정훈 판사는 “1980년 5월21일 (소형 공격헬기) 500MD에 의한 기관총 사격이 있었고 조비오 신부가 이를 봤다고 인정된다”고 밝혔다.

더구나 김씨가 총을 맞은 5월21일 피격 장소인 백운동 일대엔 아직 계엄군이 배치되지 않았다. 소총 사격 가능성은 낮다는 뜻이다. ‘보병 20사단 충정 작전 상보’엔 5월21일 오후 6시55분 목포로 가는 도로를 차단하기 위해 군을 투입한다고 적혀 있다. 김씨가 광주~목포간 도로 초입인 백운동에서 총을 맞은 것은 이보다 3시간 가까이 이른 시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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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 5월21일 보병 20사단 충정작전 상보.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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