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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면 여자 손해”…'이혼대국' 중국, 이혼율 43% 줄어도 울상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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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조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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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이혼율은 전 세계적으로 매우 높은 편에 속합니다. 지난해 한국의 조이혼율(인구 1천명당 이혼 건수)은 2.0을 기록, 전 세계 평균(1.7)을 훌쩍 웃돌았죠. OECD 회원 38개국 중에서는 9번째로 높았습니다.

그런데 이런 한국을 이혼율로 크게 압도하는 나라가 바로 옆에 있습니다. 14억 인구 대국 중국입니다. 2020년 기준 중국의 조이혼율은 3.09를 기록, 동아시아 국가 중 단연 1위 이자 인구 1천만 이상 아시아 국가 중 유일하게 전 세계 톱 10에 들었습니다. 단순 계산으로 매년 이혼하는 인구가 430만명이 넘는다는 것이니 가히 '이혼 대국'이라 불릴 만합니다.

치솟는 이혼율에 다급해진 중국 당국은 지난해 1월부터 이혼 전 30일간 냉각기간을 의무적으로 갖게 하는 '이혼 숙려제'를 도입했습니다. 이로써 부부는 이혼 수속 신청 후 30일 이내에는 철회가 가능해졌고 숙려기간 중 어느 한 쪽이 이혼 증명 발급을 신청하지 않는 한, 이혼은 자동 철회되게 됐습니다.

새 규정에 대해 중국 인민들 사이에서 쓸데없는 간섭이라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지만 어쨌든 결과적으로 숙려제 도입 후 중국의 이혼율은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중국 민정부(民政部)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이혼 신고 건수는 213만건으로 전년 대비 43%나 감소했죠.

'이혼 숙려제' 도입 후 中 이혼율 '뚝'…정말 제도 효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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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부부가 이혼을 하게되면 이혼증을 발급한다. [사진=바이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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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중국의 이혼율이 급감한 원인이 정말 숙려제 때문 만인지 의문시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지난 3월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숙려제 효과를 인정하고 있는 당국의 입장과 달리, 다른 요인이 작용했을 가능성에 대해 보도했습니다.

중국 전문가이자 미국 인디애나대 동아시아 언어 문화학장 에단 마이클슨 교수는 NYT에 "최근 중국의 이혼율 하락이 코로나19로 절차를 맞추기 어려워진 것과 관계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반복되는 도시 봉쇄와 사회적 거리두기 등 방역 규칙 때문에 이혼 수속이 더 복잡해지고 번거로워진 영향이 있다는 지적입니다.

현재 중국 당국이 공표하는 이혼 건수는 합의에 의한 이혼에 한정됩니다. 이 경우 법정 분쟁 없이 민사국에서 처리하게 되는데 이때 부부는 이혼 수속을 위해 민사국을 반드시 직접 방문해야 하죠. 실제로 지난해 저장성 사오싱시의 이혼 등기 건수는 전년 대비 38%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지만, 이혼 신청건 중 약 35%는 숙려기간 종료 후 민사국을 찾아 절차를 끝내지 않은 것들이었습니다. 절차가 완료되지 않으면 이혼 신청은 자동 철회된 것으로 간주됩니다.

이뿐만 아니라 지난해 이혼 숙려기간 도입 직전 3개월간 이혼 신청이 급증하는 상황이 빚어진 바 있습니다. 2010년 10월부터 12월까지 3개월간 이혼 신청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13% 증가한 100만건에 달했죠. 최근 중국 내 이혼 신고 건수 자체가 줄어들 건 사실이지만, 이혼하려는 부부의 숫자 자체가 줄어든 것은 아니라는 점을 암시하는 대목입니다. 마이클슨 교수는 숙려제에 대해 "(당국이) 결혼생활에서 벗어날 자유까지 억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결혼하면 여자 손해"…中 여성들 사이 등장한 '공혼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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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자금성 인근에서 웨딩 촬영중인 커플.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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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혼율보다 더 문제인 건 혼인율입니다. 지난해 중국의 조혼인율(인구 1천명당 혼인 건수)은 전년 대비 6.3% 감소했고 10년 전과 비교하면 40% 이상 급감했습니다. 혼인 건수(763만6000건)는 통계치로 확인 가능한 1986년 이래 36년 만에 최저 수준이었습니다. 중국의 혼인율은 시진핑 주석 취임 직후인 지난 2013년 피크 이후 계속 하락세입니다. 올해 혼인율 역시 반등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중국 혼인율 급락의 원인으로는 치열한 진학, 취업 경쟁에 높은 집값과 생활비가 주로 거론됩니다. 한국의 상황과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최근 중국의 혼인율 급감이 꼭 경제적 이유 때문만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지난달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여성들의 경제 자립도가 올라가면서 결혼의 필요성을 못 느끼게 된 것도 큰 원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무역도시 단둥에 거주하는 30대 여성은 "결혼의 전제조건인 안정된 수입이 마련되지 않아 (결혼을) 안 한다"면서도 "주변에 수입이야 어찌 됐던하고 싶지 않다는 여성도 많다"고 말했습니다.

닛케이는 중국 여성들이 과거와 달리 윗세대보다 더 좋은 교육을 받고 경제적으로도 자립하고 있지만 사회가 바라보는 시선은 변하지 않았다는 점을 의식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싱가포르 국립대학 가족·인구연구센터 진양 웨이준 교수는 "중국 여성은 남편뿐 아니라 남편 가족 전원과 결혼하게 된다"며 "일종의 '일괄 거래'라고 할 수 있는데 이에 대해 더 이상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것 같다" 지적했습니다. 중국 헝다연구원이 내놓은 '2021 중국여성직장실태조사보고'에서 결혼 생각이 없다는 여성의 43.5%가 "결혼으로 삶의 질이 떨어질 것"을 이유로 꼽기도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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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비혼인구가 느는 것처럼 중국에서도 공혼인구가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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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최근 '비혼족'이라는 말이 자주 쓰이고 있지만 중국 여성들 사이에서는 '공혼족(恐婚族)'이라는 말이 자주 쓰이고 있습니다. 공혼족이란 말 그대로 '결혼 실패를 공포스러워하는' 이들을 일컫는 말입니다.

중국은 과거 산아제한과 남아 선호의 후폭풍으로 현재 결혼 적령기 남성 숫자가 여성보다 3500만명 이상 많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특히 농촌과 지방은 짝을 못 찾는 남성들이 너무 많아 심각한 사회 불안 요소로 지목되고 있죠. 이들은 결혼 후 아내가 농촌 일을 돕거나 아이를 낳으면 가업을 잇게 하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여기에 동의하는 중국 여성들은 드물고 이들과 중국 여성들 간 인식 차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습니다.

중국 남성들도 불만이 많습니다. 기형적 성비에 체면을 중시하는 풍토가 강하다 보니 아직도 중국 남성들은 결혼 전 신부에게 집(심지어 신부 명의로)과 차를 마련해 줘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지방 쪽에는 신부 측에 보내는 지참금(彩禮·차이리) 문화가 남아 있는 곳도 많습니다. 결혼을 위해서 중국 남성들이 불합리하게 져야 하는 경제적 부담은 한국보다도 더 무겁습니다.

韓·日서 늘어나는 난자 동결…中서 미혼 여성은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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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는 2010년대 중반 이후 난자냉동시술을 받는 여성들이 크게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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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혼화 경향으로 노산이 늘면서 한국과 일본에서는 '난자 동결 시술'을 받는 여성들도 늘어나는 추세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결혼 기피 현상과 맞물려 미혼 여성들 사이 자연스레 난자 동결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겁니다.

차병원에 따르면 지난해 이 병원에서 시술한 난자 동결 보관 건수는 1194건으로 1년 새 2배가량 늘었습니다. 10년 전(9건)과 비교하면 무려 132배나 급증한 겁니다. 일본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난자 동결 시술을 하고 있는 불임 전문 클리닉 '오크회'는 2020년 시술 건수(300건)가 5년 전 대비 3배나 늘었으며 계속 증가 추세라고 밝혔습니다.

만혼화와 비혼주의는 중국에서도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현상인 만큼 중국여성들 역시 난자 동결에 관심이 많습니다. 하지만 현재 중국에서는 법적으로 미혼 여성의 난자 동결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시술하려면 병원에 '결혼 증명서'를 제시해야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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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미혼여성이 난자동결을 하려면 결혼증명서를 제시해야 한다. [사진=바이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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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지난 2019년 광저우시에 사는 한 30대 미혼 여성이 난자 동결을 허용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해 화제가 된 바 있습니다. 그녀는 소송 이유로 "지금은 일 때문에 결혼도 출산도 원치 않지만, 차후 생각이 바뀔 수도 있지 않으냐"며 "난자 동결로 선택권이 생기면 삶을 더 주체적으로 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당국의) 미혼 여성의 출산과 육아에 대한 편견이 미혼 여성의 난자 동결을 금지하는 배경"이라며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죠.

실제로 중국에서는 혼외자의 경우 여전히 사회보장 수급이나 취학 등과 관련해 제도적 차별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여성은 당국을 상대로 소송을 하기엔 부담이 컸던지 병원을 상대로 소를 제기했지만 판결은 아직도 나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향후 중국에서도 제도가 바뀔 가능성은 있습니다. 지난 3월 열렸던 중국의 최대 정치행사 양회(兩會)에서 미혼 여성에게도 난자 동결을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패권 노리는 中 최대 걸림돌, 미국 아닌 '인구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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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20~65세 인구는 2023년 정점을 찍고, 2030년대 후반이면 10분의 1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그래픽=조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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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이혼율과 낮은 혼인율은 중국에 치명적입니다. 한국 이상으로 미혼 출산이 금기시되는 사회인 만큼 혼인율 하락은 출산율 저하로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중국의 지난해 조출생률(인구 1천명당 신생아 수)은 0.752%로 1949년 중국 건국 이래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추세대로라면 올해 중국의 출생아 수는 지난해보다 10%가량 줄어들게 됩니다. 이에 따라 중국은 올해 대약진 운동으로 수천만 명을 아사시켰던 1961년 이후 처음으로 총인구 감소세에 접어들 것이 확실시되고 있습니다.

중국 경제는 근 10년 내 미국 경제 규모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돼왔습니다. 그러나 인구 추세대로 간다면 금세 미국에 재역전당하거나 추월하지 못할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최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이 미국을 추월하려면 현 성장세를 유지해야 하는데, 생산가능인구(15~64세) 감소가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중국은 2012년 전후부터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했는데, WSJ은 2030년대 후반이면 중국의 생산가능인구가 현재의 10분의 1로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인구학자들은 중국이 과거 일본과 같은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고 경고합니다. 일본은 전후 고도성장으로 한때 미국을 경제적으로 앞설 것으로 전망되기도 했습니다. '단카이 세대(일본의 베이비 붐 세대)'라는 인구적 보너스 덕분에 1980년대까지 높은 성장률을 구가할 수 있었죠. 1950년대 일본의 중위 연령은 22세, 미국은 30세였습니다. 하지만 급속한 고령화 여파로 1992년 전후 다시 미국에 성장률을 추월당했습니다. 최근 일본경제연구센터(JCER)는 중국 경제가 미국을 추월하는 예상 시점을 2028년에서 2033년으로 늦추고 "2056년에 다시 미국에 추월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주요 근거 중 하나가 인구 감소였습니다.

더군다나 중국은 아직 개도국입니다. 한국과 일본의 경우 고령사회 진입이 시작된 시점의 1인당 GDP는 각각 2만7천달러, 3만달러였습니다. 중국의 1인당 GDP는 지난해 기준으로 1만달러를 갓 넘은 수준으로 아직도 갈길이 멉니다.

"부유해지기 전에 먼저 늙는다(未富先老)" 최근 중국의 상황을 두고 자주 회자되는 말입니다. 이자벨 아타네 프랑스 인구통계연구소(INED) 소장 등 인구 전문가들은 "중국이 인구 감소에 획기적 변화를 못 준다면 미국을 넘어서겠다는 꿈은 실현 불가능 할 것"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여러모로 세계 패권을 노리는 중국몽을 좌절시킬 최대 복병은 현 패권국 미국의 견제 같은 외부 요인보다 인구문제라는 내부 요인이 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토요일 연재되는 '한중일 톺아보기'는 한중일을 중심으로 아시아와 관련된 크고 작은 이슈들을 살펴봅니다. 하단 기자페이지 +구독을 누르시면 다음 기사를 쉽고 빠르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신윤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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