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경북대 무슬림 유학생 “우리는 잠재적 테러리스트가 아닙니다”

댓글 3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경향신문]

경향신문

경북대 무슬림 유학생들이 지난 5월 2일 라마단 종료 뒤 진행되는 ‘이드 알 피트르’ 축제에서 기도를 하고 있다. / 경북대 무슬림 커뮤니티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대구시 북구 대현동 경북대 서문 인근의 이슬람사원 건축이 1년 3개월이 지나도록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지역 주민들이 이슬람사원 건립에 반대하면서 공사 추진을 막고 있어서다. 일부 주민이 지난해 경북대 무슬림 유학생들을 향해 “테러리스트”라고 소리치는 일까지 벌어졌다. 유학생들과 주민들 간 갈등이 이어지면서 무슬림에 대한 혐오표현과 가짜뉴스가 광범위하게 퍼지기도 했다.

경향신문은 이슬람교에 대한 허위정보와 관련해 경북대 무슬림 커뮤니티의 견해를 듣고자 질문지를 보냈다. 현재 경북대에서 컴퓨터공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무아즈 라작(26)은 지난 5월 16일 보내온 답변서에서 “모든 사회에는 나쁜 사람도 있지만 좋은 사람도 있다”며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슬람교를 테러와 같은 부정적인 이미지로 묘사해온 주류 미디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과 비판적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2019년 파키스탄에서 한국으로 유학 온 라작은 이슬람사원 건축 이슈와 관련해 150명가량이 속해 있는 경북대 무슬림 커뮤니티를 대변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다음은 답변서와 추가 인터뷰를 토대로 재구성한 그와의 일문일답이다.

-이슬람교는 크게 시아파와 수니파로 나뉘는 것으로 안다.

“나를 포함해 경북대 무슬림 공동체는 대부분 수니파다. 일부 유학생은 시아파다.”

-무슬림은 주로 어떤 종교활동을 하나.

“이슬람교의 일부 계명은 반드시 지켜야 하지만 일부는 선택적이다. 하루에 5번 예배하는 건 의무다. 바쁘더라도 예배를 해야 한다.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는다. 기도마다 5~10분가량이면 충분하다. 무슬림 사회에선 어린 시절부터 하루 5번 기도가 일상이기 때문에 전혀 특별할 건 없다. 다른 의무 중 하나는 자선활동의 일종인 자카트(Zakat·희사)다. 이는 사회를 평등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 사움(Sawm·단식) 역시 의무다. 성스러운 라마단 기간 동안 전 세계에 있는 무슬림들이 일출부터 일몰까지 단식을 한다. 라마단 달은 이슬람력에서 가장 상서로운 달 중 하나다. 라마단 기간 중 우리는 타인에 대한 공감, 겸손, 이타성 등을 배운다.”

-9·11테러 등 때문에 무슬림을 잠재적 테러리스트로 여기는 기류가 한국사회에도 있다.

“모든 사회에는 좋은 사람도 있지만 나쁜 사람도 있다. 모든 무슬림에게 9·11테러의 책임을 묻는 건 정당하지 않다. 미얀마 내 소수 무슬림인 로힝야족 학살 사건을 예로 들어보자. 사람들이 이 사건을 근거로 모든 불교도를 테러리스트라고 부를 수 있을까. 스리랑카 타밀엘람해방호랑이(LTTE)는 힌두교 테러 조직이다.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의 모스크 두 곳에서 일어난 총기 난사 사건 때 한 비무슬림 테러리스트가 무슬림을 무참히 살해했다. 누군가 그 테러 조직이나 테러리스트의 종교를 비난한 적이 있었나. 팔레스타인, 인도와 파키스탄 국경 부근 카슈미르 지역에서 여성, 어린이 등 무고한 사람들이 국가에 의해 희생당하고 있지만 이것 때문에 국가 전체나 종교를 비난하는 걸 보지 못했다. 같은 이유로 무슬림을 잠재적 테러리스트로 본다면 편견이며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라고 생각한다.”

-남성 무슬림은 여성 인권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있다. 제주도에 예멘 난민들이 들어왔을 때 한국 여성들이 성폭력 위험에 노출된다는, 근거 없는 이야기가 돈 것도 이런 인식 때문으로 보인다.

“아까도 언급했지만 모든 사회에는 좋은 사람도 있지만 나쁜 사람도 있다. 일부 무슬림 남성이 여성에게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고 가정해보자. 이슬람교가 그렇게 하라고 가르쳤을 리 없지 않겠나. 각 나라의 상황을 보면 비무슬림 남성에 의한 성폭력 사건도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오히려 이슬람교는 여성의 지위를 제고했다. 여성은 공격에 직면하거나 부당한 취급을 받지 않으면서 더 나은 삶을 살고, 교육을 받고, 재산을 소유할 권리가 있다.”

-히잡을 쓰는 것 자체가 억압받는 이슬람 여성의 실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인식도 있다.

“사실이 아니다. 모든 조직, 국가, 종교는 사람들이 따라야 할 몇가지 규칙을 정해두고 있다. 마찬가지로 히잡으로 신체를 감싸는 건 무슬림 여성이 따르는 알라가 정한 규칙이다. 그들은 (종교적) 보상을 받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규칙을 따르기로 선택했다. 이슬람교가 아닌 다른 종교나 국가에서 정한 규칙을 따르는 것을 두고 억압이라고는 안 하지 않나.”

이슬람 페미니스트들은 히잡을 여성의 ‘성적인 몸’을 억압하는 상징으로 보는 외부 시선과 달리 히잡을 쓰는 여성을 이슬람적 정체성을 가지는 ‘행위자’로 본다. 구기연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연구교수는 2018년 9월 ‘창작과비평’에 게재한 ‘난민 이슈가 보여준 우리의 민낯’에서 “무슬림 여성의 히잡 착용은 문화와 지역에 따라 그 의미가 상이하며 주체적으로 히잡을 선택하는 여성들이 있음에도, 이들을 무조건적으로 억압받는 수동적인 존재로 객체화하는 보도가 대다수”라고 짚었다.

-주민 비상대책위원회가 지난해 작성한 팸플릿을 보니 코란을 자의적으로 해석한 내용을 소개하는 대목이 나온다. ‘이슬람을 믿지 않는 사람을 살해하는 건 정당하다’는 등의 내용이다.

“만약 그 해석이 사실이라면 무슬림이 다수인 국가에서 어떻게 비무슬림이 아직까지 살아남아 있겠나. 팸플릿 내용은 코란을 완전히 잘못 해석한 것이다.”

-한국에서 지내면서 자주 접하는 무슬림에 대한 오해는 무엇인가.

“이전 질문에도 나왔지만 테러리즘과 여성 인권 관련 오해다. 이슬람교를 제대로 공부해보면 이게 프로파간다(선전 선동)에 불과했음을 알게 되리라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무슬림으로 살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무슬림은 이슬람 교리에 따라 먹을 수 없는 음식이 있다. 우리가 먹고 마실 수 있는 것을 ‘할랄’이라고 한다. 유럽과 달리 한국에선 할랄푸드를 인증하는 적절한 기관이 없다. 음식 성분을 몰라 고를 수 있는 선택지가 제한적이다. 할랄푸드를 찾는 게 가장 어렵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주류 언론이 (무슬림과 관련해) 당신에게 보여주는 것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았으면 좋겠다. 주류 언론은 광고주가 누구냐에 따라 악당을 영웅으로, 영웅을 악당으로 만들 수도 있다. 제대로 된 정보와 학자를 통해 이슬람교를 접해야 한다. 이런 방식이 이슬람교를 잘 이해하는 데 더 큰 도움을 주리라 믿는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 [뉴스레터]좋은 식습관을 만드는 맛있는 정보
▶ ‘눈에 띄는 경제’와 함께 경제 상식을 레벨 업 해보세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