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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앞에 두고도 카톡 대화", 코로나가 바꿔놓은 교실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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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부터 대학까지, 코로나 '부작용' 앓아... 교육 공백이 부른 위기, 기회로 바꾸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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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등학교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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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처음부터 '내 물건은 나눠 쓰는 게 아니'라고 배워서 (친구에게) '빌려줄 수 없다'고 해요."

초등학교 1학년 담임인 교사 김희원씨는 아이들에게 '물건 빌리기'를 어떻게 알려줄지 고민이다. 갓 학교에 입학한 신입생을 맡아 차례 지키기부터 밥 먹기까지 알려줄 게 산더미인데, 지금까지 방역 때문에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게 많다. 김씨는 "코로나 감염 위험 때문에 친구에게 물건 빌려주는 게 안 된다고 가르쳤어요. 코로나가 사라진 이후에도 아이들이 나눔의 의미를 알지 못할까 걱정이에요"라고 말했다.

경기도 성남에 거주하는 한 학부모는 아이가 재택 수업을 하는 동안 미디어에 지나치게 노출돼 폭력성이 눈에 띄게 높아졌다고 했다. "주변에서 제 딸 같은 아이면 열 명이라도 키우겠다는 말을 들었었는데, 코로나 격리 후 휴대폰을 주지 않으면 바닥을 구르고 행동이 먼저 나간다"고 말했다. 마냥 휴대폰을 뺏을 수도 없다. 그는 "색종이 접기 숙제를 받아오면 유튜브를 보고 따라 해야 한다고 조르고, 수업도 온라인으로 들어야 하니 휴대폰이 꼭 있어야 한다고 소리친다. 책을 읽히거나 활동을 시키고 싶어도 영상에 익숙해져 금세 싫증을 낸다"고 하소연했다.

서울 성동구에서 3학년을 맡고 있는 초등교사 양지현씨는 아이들이 비언어적 표현을 이해하기 어려워한다고 말했다. 며칠 전 그는 줌(Zoom) 수업에서 비속어를 쓴 아이를 꾸지람했다. 그런데 아이는 자신이 혼나고 있다는 것을 몰랐다. 마스크를 쓰고 있어 눈만 보였기에, 교사의 화난 표정을 읽을 수 없었던 것이다.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느낀 사례는 또 있다. 양씨는 "갈등이 있을 때는 꼭 대면으로 아이를 불러 지도하는데 선생님이 말을 하고 있을 때 기다려야 하는 걸 이해 못하는 아이들이 있다"며 "아이가 채팅으로 말하는 데 익숙하다 보니 현실에서도 차례를 기다려 말하지 않는다. 아이를 앞에 두고도 모니터에 대고 말하는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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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등학생들의 등교모습.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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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각 시기에 필요한 발달 과정을 놓치면 아이의 인격 형성에 큰 어려움이 생긴다고 말한다. 인격 형성은 긴 시간에 걸쳐 이뤄진다. 여성가족부의 초등 발달 특성 자료에 따르면 초등학교 시기에 친구 관계의 중요도가 증가하고 자아가 발달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 시기 정부 차원의 지원은 학습결손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김씨는 "사회화 교육에 대해서는 국가 차원의 지도가 따로 없어 학교 자율로 뉴스포츠나 컵케이크 만들기 활동을 기획해 접촉 기회를 늘렸다"고 말했다. 이미 고학년이 된 아이들의 보충 수업은 그마저도 국어와 수학 위주로 돌아간다.

우리보다 앞서 본격적인 대면 수업을 시작한 영국의 경우 이미 2020년부터 소규모 그룹 수업인 '버블'을 통해 대면과 비대면 수업을 병행했다. 영국의 일부 학교는 교사를 대상으로 정서 건강 지도 교육을 확대하고, 상담 교사 수를 늘려 대면 수업을 지원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대면 수업과 적절한 보완책이 함께할 때 더 빠른 교육 정상화가 가능할 것이다.

앞서 인터뷰에 응한 초등학교 관계자들은 제때 발달하지 못한 아이들의 사회성 문제를 심각하게 보고 대안 교육을 시도하고 있다. 초등교사 김씨는 거리 좁히기의 일환으로 짝 활동과 개인 상담 횟수를 늘렸다. 아이들은 짝꿍과 작품을 만들고 수업을 들으며 친구가 됐다. 말하기를 어려워하는 아이들을 위한 발표 수업도 계획했다. 수업에 참여한 아이는 여러 사람 앞에서 말하는 연습을 한다. 김씨는 "자유롭게 모둠 활동을 할 수 있으니 더욱 다양한 사회성 수업을 할 수 있지 않겠냐"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나노 교실 : 파편화된 중고등 교실

경기도 성남시의 한 중학교 2학년 지석이(가명)는 마스크를 벗은 모습을 보여준 뒤 여자친구로부터 이별 통보를 받았다. 마스크 쓴 모습이 마음에 들어서 고백했는데, 나중에 본 맨얼굴이 기대한 모습과 다르단 이유였다. 코로나 시기 얼굴을 절반이나 가린 채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에게 서로의 얼굴을 모른 채로 교제하는 일이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다.

수업 시간도 사뭇 달라졌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 3학년 현지(가명)는 대면 수업이 낯설다.

"코로나 이후에 줌 수업하면서 선생님께 질문하지 않고 제 경험을 공유하지 않는 것에 익숙해지다 보니 대면 수업에서도 그러게 돼요. 선생님이 앞에서 수업하셔도 줌 수업을 틀어둔 것과 비슷한 느낌이에요."

온라인 수업에 익숙해진 아이들이 늘면서 교실도 인터넷 강의처럼 한방향 의사소통이 주를 이뤘다. 다시 시작한 조별 수업도 막막하다. 이 학교에서 사회 과목을 가르치는 박아무개 교사는 "요즘 애들은 바로 앞에 친구를 두고도 카카오톡으로 대화한다"며 바뀐 교실 풍경을 설명했다.

교육 공백 2년을 거치며 아이들의 파편화 경향은 더욱 심해졌다. 지난 5월 한국교총이 교원 799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코로나19로 공교육이 봉착한 가장 심각한 문제'란 물음에 교사들은 '사회성 저하(35.1%)'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는 2위 '교육 격차 심화(27.7%)'보다 7.4%p 높은 수치다.

명맥만 겨우 유지되는 학생자치활동

"회장, 부회장이 할 일은 거의 없어요. 단체 메신저를 통해 선생님 얘기 전달하는 정도지."

서울의 한 고등학교 담임 박아무개씨는 코로나19 이후 학급 회장단의 역할이 눈에 띄게 축소됐다고 말한다. 학급에서 대화 자체가 줄어드니 학생들의 의견을 모아 선생님께 전달하는 일도 줄었다. 학급 회장단이 맡는 일 중 가장 중요한 것은 학급 회의 진행이다. 교사 박씨는 코로나19 이후에는 단 한 번도 학급 회의를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3년 전엔 한 달에 한 번 정도 학급 회의를 했어요. 지금은 일절 안 해요. 학급 회의 내용이 주로 학교생활에 관한 거잖아요. 학교에서 활동하는 데 제약이 많고 온라인으로 대체되다 보니 회의할 주제도 거의 없죠."

학급 회장, 학생회, 대의원회와 같은 '학생자치활동'은 학생 스스로 정치적 자신감을 기르고 사회 참여 의식을 갖는 데 큰 영향을 끼친다. 하지만 코로나19 교육 공백 이후 자치활동들은 명맥만 겨우 유지하고 있다. 교사뿐 아니라 학생들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성남시 한 공립 중학교에 다니는 서아무개 양은 "학생회 지도 선생님이 전에 활동한 자료를 가지고 계시는데, 비대면 때 거의 활동 못하던 시기에 그걸 주지 않고 다른 학교로 전근 가셨어요.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문제가 없었을 텐데 아무 자료 없이 다시 대면 활동을 시작하려니 막막해요"라고 말했다. 올해 자치활동을 하려는 아이들은 백지상태부터 시작해야 한다. 하지만 학교는 감염병 관리, 학습결손 보충에만 신경을 쏟느라 학생자치활동과 같이 제도화되지 않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못했다.

'위드 코로나' 시기 학생자치활동은 오프라인으로의 회귀가 아닌, 온오프라인의 조화에서 대안을 찾아야 한다.

앞서 인터뷰한 교사 박씨는 "제가 맡은 토론 수업을 좀 더 효과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게더타운이나 로블록스에서 수업을 만들었다. 마찬가지로 학생자치활동도 꼭 학교랑 교실에서만 이뤄지란 법은 없다"라며 메타버스를 활용해 자치활동을 보완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게더타운과 로블록스는 대표적인 메타버스 플랫폼이다. 가상 공간에서 아바타가 직접 움직이며 사회적 상호작용을 가능케 한다. 대의원 회의, 모의 법정, 학급 회의 등 학생자치활동에서도 충분히 활용해볼 길이 있는 것이다. 교사 박씨는 또 "이제 학급 단위 자치활동만 고집할 게 아니라, 진로나 적성과 연계한 자치활동으로 이어져야 합니다"라고 덧붙였다.

거리 좁히기가 시급한 대학생 네트워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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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고등학교 교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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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창회 톡방에서 아르바이트 자리를 넘겨주기도 하고, 같은 전공이나 진로를 가진 선·후배가 소통할 수 있었죠. 그런데 코로나 이후에 얼굴을 못 보면서 대화도 뚝 끊겼어요."

이화여자대학교 내 A고등학교 동창회 2대 회장을 맡았었던 박혜연(24)씨는 옛날과 다르게 카톡방(카카오톡 메신저 대화방)이 조용해져 안타깝다고 말했다. 박씨는 "대입을 위해 달려왔던 신입생들은 입학 후 더 이상의 목표가 없어 막연해 한다. 이런 학생들에게 선배들이 비전을 제시해줄 수 있는 게 동창회의 역할"이라며 "선배들이 후배들을 챙겨주며 소속감을 가질 수 있게 도와주고 싶어 모임을 만들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박씨의 동창회도 코로나 팬데믹의 여파를 피해 갈 수는 없었다. 인원 제한으로 모임을 계속 연기할 수밖에 없었고, 예상과 다르게 길어진 거리두기 기간으로 인해 2년간 한 번도 모임을 갖지 못했다. 박씨는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이번 학기 종강 후 대면으로 모임을 갖고 선후배 멘토링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지만 "한편으로는 2년의 공백이 대면 전환만으로 해결될 수 있을지 걱정이 들기도 한다"고 전했다.

비대면 수업 전환 이후에도 동기와 선후배 간의 교류를 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행사들이 학교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이루어졌지만, 인원 제한으로 인해 소모임과 같은 행사들은 어려워졌다. 동아리와 학회는 대부분 비대면으로 뜨문뜨문 모임을 이어가거나 사라졌고, 오리엔테이션과 엠티 역시 줌을 활용하거나 취소됐다. 가뜩이나 모든 것이 혼란스럽고 새로운 환경과 수업 방식에 적응해야 하는 신입생들이 네트워킹에까지 스스로 나서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2년제 대학교 학생들은 팬데믹 기간 내내 학교에 소속감을 느끼지 못한 채로 대학 생활을 마감해야 했다. 2년제 대학의 세무회계학과를 다녔던 서아무개(20)씨는 "코로나 때문에 동아리 모임을 못 할 거라는 생각에 동아리를 애초에 가입하지 않았다. 과방도 코로나 때문에 이용 시간 제한이 있었다"라며 "그래서 학과 교수님이나 선배들에게 취업과 관련된 멘토링의 기회가 없었던 점이 아쉬웠다"라고 말했다. 이후 서씨는 4년제 대학으로 편입해 현재 재학 중이다. 그러나 이미 졸업해 대면 활동을 경험하지 못한 학생들의 대학 생활을 보상할 방법은 없다.

교육 공백이 불러온 위기를 기회의 발판으로

지난 4월 18일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되면서 우리 사회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이하게 됐다. 비대면 교육이 초·중·고·대를 막론하고 학생들의 사회성을 기르는 데 큰 걸림돌이 됐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한편으로는 비대면 교육을 통해 새로운 교육 방식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는 의견도 나왔다.

최윤정 이화여자대학교 교육학과 교수는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상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비대면 수업을) 시작하게 됐지만, 오히려 장소라는 물리적 제약을 뛰어넘을 수 있었고 공개적으로 교실에서 발표하는 게 어려웠던 학생들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었다"며 팬데믹 기간을 교육 방법의 혼합이라는 새로운 발견의 기회로 해석했다.

이와 같이 온라인과 오프라인 교육, 그리고 다양한 학습 방법을 혼합하는 '블렌디드 러닝'이 주목받고 있다. 블렌디드 러닝의 방법 중 하나인 플립 러닝은 동영상 강의를 수업 전에 미리 제공하고, 수업 시간엔 학생들이 온전히 토론에만 시간을 쏟을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스스로 공부해오지 않으면 수업에 참여하기 어렵기 때문에 학생들은 개인에게 최적화된 학습을 할 수 있다.

블렌디드 러닝은 해외에서 이미 활발히 사용 중이다. 미국 하버드 경영대학의 혼합 수업에서는 고품질 카메라와 다양한 앵글을 통해 오프라인 강의실 학생들과 원격 수업 학생들이 실제 한 교실에서 참여한 것과 같은 수업 환경을 만들어주고 있다. 호주 모나쉬대학교는 'LEARNING IN THE ROUND'라는 360도 공간을 활용하여 혼합 수업에서 원활한 그룹 활동과 발표를 가능하게 했다.

완벽하진 않지만, 이제 코로나의 확산세는 어느 정도 잡혔다. 학습결손을 보충하는 데 급급해 미뤄뒀던 사회성 회복을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2년 반의 팬데믹을 성장통으로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 학생들의 사회성 공백을 메우기 위해 기존의 대면 교육을 강화하면서도, 새롭게 발굴한 비대면 교육을 적절히 활용할 수 있는 최적의 교육 모델을 찾아가는 것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 '거리 좁히기'의 첫발이 될 것이다.

이아미·홍현희·송채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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