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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피흘리는 두살짜리 5시간 방치한 어린이집서 보육료 요구…다른 부모 “우리 애도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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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친 어린이, 영구치 손상 가능성에 장기치료

피해 부모 “엄마 인터넷 카페서 추방·원생 부모에 허위사실 전달, 피해 숨기기 바빠” 주장

방치 교사는 정상근무

다른 학부모 “우리 애도 그럴까 봐” 전전긍긍

인근 공립 어린이집선 아동학대 수사 중, 옮기기도 힘들어

세계일보

2살 남자 어린이가 어린이집에서 앞니가 함몰되는 등의 큰 사고를 당했다. 제보자 제공


두살배기 어린이의 앞니가 함몰되는 사고가 일어난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의 어린이집에 다니는 다른 원생의 부모도 혹사 아이에게 피해가 갈까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의 어린이집은 사고를 숨기기 급급하다는 게 피해 원생 부모의 전언이다. “아이가 혼자 놀다 넘어졌다”며 “크게 다치지 않았다”고 허위 사실을 전달, 피해 부모는 물론이고 함께 피카소반에서 보육 받는 원생의 어머니들에게도 충격과 분노를 안겼다는 후문이다.

지난 19일 세계일보와 만난 28개월 된 피해 아동의 아버지인 권모씨는 최근 휴직하고, 아들 구현군 치료에 온 신경을 다하고 있다.



30대 가장인 권씨에 따르면 구현군은 지난달 13일 문제의 어린이집에서 ‘치아 함입(또는 탈출)’ 등 큰 상처를 입었다.

당시 녹화된 폐쇄회로(CC)TV에는 권군을 돌보던 교사 A씨가 책장을 옮기던 매트를 끌어당기면서 근처에 있던 아이가 넘어져 책장 모서리에 아래턱을 부딪치는 모습이 포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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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당시 녹화된 폐쇄회로(CC)TV 화면. 28개월 된 권구현군이 책장 모서리에 부딪히는 모습이 담겨있다. 제보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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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군은 이 사고로 고통을 호소하며 울었고 입에서는 피가 흘러넘치고 있었지만, A교사는 별일 아니라는 듯 구현이를 옆으로 밀어두고 하던 일을 계속한다.

권군 왼쪽과 오른쪽, 앞쪽의 아주 가까운 곳에 3명의 동료 보육 교사들이 있었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되레 현장에 함께 있었던 다른 아이들이 입에서 피나는 권군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등 사고를 알리는듯한 모습이 담겼다.

A씨는 이렇게 5시간 정도 아이를 방치한 뒤 권군 부모에게 전화를 걸어 “아이가 혼자 놀다가 매트리스에서 넘어졌다”며 “크게 다치지 않았다”고 전했다고 한다.

권씨는 “아이가 다쳤다는 말에 놀라긴 했다”면서도 “크게 다치지 않았다는 말에 안심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놀다 가볍게 다친 정도로만 생각했다”다는 권씨는 어린이집에서 돌아온 구현이의 모습에 깜짝 놀랐다고 한다. A씨의 말이 사실과 달라도 너무 달라서다.

병원 진단 결과 권군은 앞니 두개가 함입(함몰)됐고, 치아가 일부 깨졌으며, 윗니가 아랫입술을 관통하는 상해를 입었다.

이에 급히 봉합 수술이 진행됐고, 앞으로도 영구치 손상 여부에 대해 장기간 관찰과 흉터 제거술 등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피해 아동을 진단한 의사는 권씨에게 “왜 아이를 이 지경이 되도록 방치했느냐”라고 강하게 질타하면서 “자칫 2차 감염으로 더 큰 상처를 입을 수 있었다. 아닌 게 천만다행”이라고 우려를 드러냈다고 한다.

상황이 이런데도 어린이집에서 보내준 당일 생활기록부에는 아이에 대해 ‘기분 좋음’, ‘건강 양호’라고 표기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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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진단결과 28개월 된 권구현군은 앞니 두개가 함입(함몰)됐고, 치아가 일부 깨졌으며, 윗니가 아랫입술을 관통하는 상해를 입었다. 사진은 봉합 수술 후 권군의 모습. 제보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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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구현군의 어린이집에서 작성한 생활기록부. 아이에 대해 ‘기분 좋음’, ‘건강 양호’라고 표기돼 있다. 제보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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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개월 된 권구현군에 대한 병원 진단서. 제보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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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씨는 이 같은 사고에도 어린이집에 치료비나 사고 보상금 등을 전혀 요구하지 않았다고 한다. 권군은 현재 치료를 받으면서 집에 머물고 있다.

어린이집은 권씨에게 사고 이전 10일간의 보육료를 달라고 요구하는 한편 이번 일이 알려지길 꺼렸는지 어린이집이 운영하는 인터넷 카페에서 권씨 부부를 ‘강제 추방’했다고 한다.

권씨는 이 같은 사실을 구청과 경찰에 신고했는데. 현재 어린이집은 과태료 처분만 받았고 아이를 방치한 A씨는 정상 근무하고 있다.

어린이집 측은 경찰 조사를 받게 되자 ‘언론 보도가 있으니 놀라지 말라’는 취지의 안내를 원생 부모들에게 전송하기도 했다.

이에 권군과 같은반에 아이를 보내는 부모들는 걱정이 태산이다. 혹시나 아이가 권군처럼 방치되는 건 아닌지 걱정하고 있다.

이날 세계일보와 통화한 다른 원생의 부모는 “당장 아이를 다른 어린이집으로 옮기고 싶어도 대기해야 하는 등 어려움이 많다”며 “경찰 조사까지 받은 문제의 교사가 아무렇지 않은 듯 일한다고 하니 걱정된다”고 털어놨다.

이어 “우리 아이에게 피해가 갈까봐 사고를 언급하는 것조차 꺼려진다”고 하소연했다.

어린이집을 옮기려면 정원 등의 문제로 긴 시간을 기다려야 하고, 특히 인근에 있는 공립 어린이집에서는 최근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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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구현군이 다니는 어린이집은 사고 후 운영하는 인터넷 카페에서 권씨 부부를 ‘강제 추방’했다. 제보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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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구현군이 보육을 받았던 어린이집 ‘피카소반’에 아이를 보내고 있는 한 부모가 권씨 부부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 제보자 제공


관할 서대문구청은 문제의 어린이집에 ‘사고보고 미이행’ 등으로 시정명령을 내렸다.

구청은 영·유아보호법 시행규칙을 근거로 이같은 처분을 내렸지만, 권씨와 다른 원생 부모들은 당국의 대응이 미흡하다고 입을 모은다. 만에 하나 권군과 같은 큰 사고가 발생해도 앞으로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기대하기 어려운 게 아니냐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는 전언이다.

권씨는 “그래도 이성적으로 일을 처리하기 위해 많이 노력하고 어린이집 측을 나름 많이 배려했다”며 “하지만 돌아온 건 무대응과 발뺌뿐”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아울러 “벌금 내고 영업하는 게 구청의 올바른 행정처리인가 의문이 든다”며 “어린이집은 마치 아무 일 없던 것처럼 지금도 정상 영업을 하고 있고, 해당 교사도 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나아가 “다른 아이들도 피해가 있을까 걱정”이라며 “같은 반 엄마들도 걱정하면서 위로해주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단순 과태료 처분이 영아, 유아를 보호하는 법이냐”며 “아이 키우는 부모라면 걱정될 것”이라고 거듭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 “이런 피해가 다시없길 바란다”고도 했다.

한편 이 사건으로 권씨의 아내는 수면제를 복용해야 잠이 들 정도로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하다.

세계일보는 문제의 어린이집을 상대로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전화 연락을 시도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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