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여야 ‘용적률 상향’ 공감대… ‘집값 상승 불 지피나’ 우려도 [뉴스 인사이드-1기 신도시 정비사업 전망·과제]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분당·일산 제외 평균 용적률 200% 초과

김은혜·김동연 후보 “최대 500%” 공약

당정, 초과이익환수제 부담금 완화 추진

특별법 제정으로 건축규제 등 완화 땐

안정세 찾은 부동산 다시 들썩일 가능성

1기 신도시 자족기능 강화 필요성도 제기

세계일보

1990년 경기 성남시 분당신도시 항공사진. 세계일보 자료사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윤석열정부가 1기 신도시특별법 제정을 국정과제에 포함했지만, 추진 방식과 시점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열흘 남짓 남은 지방선거에서도 1기 신도시 정비사업 문제가 최대 이슈로 부상하면서 기대감이 높아진 상황이다.

20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110대 국정과제에 포함된 1기 신도시특별법 제정과 관련해 정비계획 절차 간소화, 건축규제 완화 등 법안 내용 등을 조율 중이다. 국민의힘 송석준,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 등 여야 양쪽에서 이미 다수의 노후 신도시 재생 관련 법안을 발의한 상황인 만큼 국회와 충분한 물밑 협의를 거쳐 올해 하반기에나 제정 절차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1기 신도시 정비는 국회뿐 아니라 지자체, 지역주민 등 여러 채널 간 소통이 필요한 문제여서 중장기 검토 과제로 선정됐다”며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되, 의원입법 형태로 갈 것인지 등 세부적인 내용이 확정된 것은 없다”고 전했다.

◆여야 모두 ‘신도시 정비’ 필요성 공감

1기 신도시는 분당, 일산, 중동, 평촌, 산본 5곳으로 1989년 개발계획 발표 후 1991년부터 본격적인 입주에 들어갔다. 조성 시기가 빨랐던 분당과 일산 등 일부 단지는 이미 재건축 연한(30년)이 지났고, 대부분의 다른 단지도 2027년이면 입주 30년을 채우게 된다. 지역주민들은 일찌감치 재건축·재개발 필요성을 주장했지만, 문제는 용적률이다. 신도시 특성상 애초에 대규모 주택 공급을 목적으로 설계된 만큼 분당(184%)과 일산(169%)을 제외한 대부분의 1기 신도시는 이미 평균 용적률 200%를 초과하는 상황이다. 용적률 여유분이 많지 않으면, 재건축을 해도 추가로 늘어나는 주택이 많지 않기 때문에 수익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세계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경기지사 선거에 출마한 국민의힘 김은혜, 민주당 김동연 후보 모두 1기 신도시의 용적률을 기본 300%, 일부 지역은 최대 500%까지 상향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김은혜 후보는 특별법 입법을 조기에 마친 뒤 국토부 장관과 각 지자체장이 참여하는 ‘재개발·재건축 협의회’를 신설해 정비사업 기간을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김동연 후보도 용적률 상향과 안전진단 포함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의 특별법을 추진하고, 청년과 신혼부부, 무주택자 등을 대상으로 ‘반값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와 별도로 정부 여당은 연내에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부담금을 완화하도록 법 개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현재 조합원 가구당 초과이익이 3000만원 이하인 경우에만 부담금을 면제해주는데, 이 기준을 상향하는 동시에 구간별 부과율도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내용이 현실화할 경우 정비사업 조합의 수익성이 상당 부분 개선될 수 있는 만큼 현재 민간 차원에서 진행 중인 재건축 사업 등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또 사업비와 안전진단 규제 등에 대한 부담으로 리모델링을 추진하던 기존 단지들이 재건축으로 선회할 여지도 있다.

세계일보

국민의힘 김은혜(왼쪽), 더불어민주당 김동연 후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부작용 해결이 관건

30년 묵은 1기 신도시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데는 여야 모두 공감하고 있지만, 부동산 업계에서는 전형적인 포퓰리즘 공약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1기 신도시의 용적률을 일제히 상향하기 위해선 교통과 전기, 상항수도를 비롯한 각종 인프라 확충도 뒤따라야 한다. 대부분의 1기 신도시가 여전히 자족기능을 위한 시설이 부족해 ‘배드타운’에 머무르고 있는 데다 극심한 서울 출퇴근길 교통정체를 해소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주택 공급만 늘어나면 생활여건이 더욱 악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1기 신도시특별법이 제정되면, 정비사업 단지에 대한 전형적인 특혜 사례로 부각되며 서울을 비롯한 전국의 재건축 단지에서 같은 수준의 용적률 상향 등 규제 완화를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세계일보

지난 4월26일 심교언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동산TF 팀장이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기자회견장에서 경기도 분당과 일산 등 1기 신도시 재건축 사업과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정부 입장에선 가까스로 안정세를 찾은 수도권 부동산 시장이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로 다시 들썩이는 분위기도 부담이다. 부동산R114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1기 신도시의 아파트 시가총액은 대선 직전 2월 말과 비교해 두 달 새 0.34% 올랐다. 같은 기간 서울의 재건축 아파트 단지 시가총액 상승폭(0.20%)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부동산학)는 “분당 신도시 경우 이미 9만8000가구가 살고 있고, 10만가구 수준의 도로와 전기·수도·가스 등의 도시기반시설만 갖추고 있는데 일괄적으로 용적률을 올리면 도시 전체가 감당할 수 없게 된다”면서 “새 정부가 1기 신도시 문제를 중장기 과제로 돌린 것도 이런 현실적인 상황을 반영한 것이고, 앞으로도 단지별 특성에 따라 정비사업을 추진하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부동산 시장이 가파른 상승장을 겪다가 겨우 안정세에 접어든 단계라 규제를 한꺼번에 푸는 것은 투기 심리를 자극하게 될 수 있다”면서 “정부가 주택공급을 꾸준히 늘리면서 시장에 일관된 신호를 보내고, 다방면으로 투기 방지 대책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1기 땐 ‘집값 안정’… 2·3기 땐 ‘투기’ 얼룩

한국전쟁으로 전 국토의 거의 80%가 폐허화된 우리나라는 일찌감치 신도시 개발에 공들여왔다. 전후 복구가 어느 정도 끝난 1960년대부터 경제개발 정책의 일환으로 울산과 수도권에 공업단지가 들어섰고, 1970년대부터 시작된 강남 개발이 크게 성공을 거뒀다. 공업화 등 경제 활성화가 아닌 대규모 주택 공급을 목적으로 신도시 개발에 나선 것은 노태우정부가 시초였다. 1989년 정부는 주택 200만가구 공급을 통한 집값 안정화 정책의 일환으로 분당 일산 중동 평촌 산본 등 5곳의 총 29만가구 규모 1기 신도시 계획을 발표했다. 곧바로 2년 뒤인 1991년 9월 분당을 시작으로 이듬해 평촌(3월), 산본(4월), 일산(8월), 중동(12월) 등이 연이어 분양에 들어가면서 신도시의 모양새를 갖추기 시작했다.

세계일보

1991년 1기 신도시 조성 당시 경기 고양시 일산신도시의 제1, 2차 아파트 건설현장.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정부가 이토록 단시간에 ‘물량폭탄’을 투여한 것은 당시 경제발전과 수도권 인구집중 현상이 본격화하며 집값이 너무 가파르게 오른 영향이 컸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값은 1988년과 1989년 각각 18.5%, 18.8%씩 오른 뒤 1990년에는 37.6%나 급등했다. 1기 신도시 분양이 시작된 이후인 1991년부터 1993년까지는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안정세에 접어 들었다.

집값은 겨우 안정이 되긴 했지만, 속도전이 문제였다. 한꺼번에 너무 많은 아파트를 지어 올리다 보니 전국적으로 건설자재 구하기가 어려워졌고, 염분이 많은 바닷모래나 강도가 낮은 철근을 쓰는 등 부실공사 논란이 벌어졌다. 1기 신도시와 인근 지역의 난개발에 따른 자연환경 훼손과 과도한 인구밀집 문제도 지적된다.

세계일보

1991년 6월 정부 합동점검반이 경기 안양시 평촌신도시의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콘크리트 강도 시험을 하고 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000년대 들어 다시 집값이 요동을 치자, 2003년 노무현정부에서 다시 신도시 카드를 꺼내 들었다. 2기 신도시 계획은 판교, 동탄, 광교, 위례 등 수도권 10곳과 충청권의 아산·도안 2곳에 66만여가구 규모의 주택을 새로 짓는 구상이었다. 다만 2기 신도시는 집값 안정에도 그다지 기여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신규 택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흘러 들어간 막대한 토지 보상금이 투기 수요로 번지면서 2006년에는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이 23.46%(한국부동산원 기준)까지 치솟았다. 판교와 동탄을 제외한 나머지 신도시는 택지 개발과 분양이 여전히 진행 중인 가운데 일부 지역은 대중교통을 비롯한 인프라 확충도 늦어지면서 ‘미분양의 무덤’이라는 오명이 붙기도 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한동안 안정세를 이어갔던 수도권 집값이 다시 급등하자, 문재인정부는 2018년 9월 3기 신도시 구상을 발표했다. 정부는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간선급행버스체계(BRT) 등을 통해 도심까지 30분 이내에 이동할 수 있는 교통망을 조성해 기존 신도시의 문제점을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3기 신도시 택지 인근 지역의 집값이 크게 뛰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의 내부 정보 활용 땅 투기 논란이 불거지는 등 부작용도 이어지고 있다.

박세준 기자 3jun@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