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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유성열]청남대 개방에서 배우는 청와대 활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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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유성열 사회부 차장


충북 청주에도 ‘청와대’가 있다. 남쪽의 청와대란 뜻의 ‘청남대(靑南臺)’다. 1980년 대청댐 준공식에 참석한 전두환 전 대통령이 대청호의 풍광에 매료돼 건설을 지시했고 1983년 축구장 255개 면적(182만5647m²)으로 준공됐다.

청남대는 청와대처럼 청기와를 올린 본관과 골프장, 수영장, 헬기장 등을 갖춘 대통령 전용 리조트였다. 역대 대통령들은 이곳에서 총 366박 471일을 보내며 정국 구상을 가다듬었다. 언론은 이를 ‘청남대 구상’이란 용어를 만들어 보도했다.

청남대와 주변 지역은 오랫동안 청와대처럼 국민이 접근할 수 없는 비밀의 공간이었다. 일반인 출입은 청남대에서 약 10km 떨어진 진입로부터 통제됐다. 청주의 학부모들은 청남대 진입로 바리케이드를 본 자녀가 “저기는 왜 못 가?”라고 물으면 “대통령 별장이라 들어가면 안 돼”라고 말해야 했다. 청남대 내부도 1999년 7월에야 사진으로만 공개됐다.

청남대는 2003년 4월 18일 전면 개방됐다. 대선 후보 시절 “청남대를 국민에게 돌려주겠다”고 약속한 노무현 전 대통령은 청남대의 소유권을 충북도에 넘겼고, 충북도는 바리케이드를 없앤 후 청남대의 문을 열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즉시 청와대를 개방해 22일까지 37만 명이 다녀간 것처럼 당시 청남대에도 수만 명의 인파가 몰렸다.

개인적으로 청남대를 세 번 방문했다. 처음 방문했던 2003년엔 대통령들이 럭셔리하게 휴식을 취하던 공간과 푸른 잔디가 끝없이 펼쳐진 골프장이 그저 신기하기만 했다. 그러나 2시간여 동안 둘러본 뒤 나오면서 든 생각은 딱 하나, “또 올 곳은 아니네”였다.

10년 뒤 대청호에 드라이브를 갔다가 청남대가 생각나 다시 들러봤다. 입장료가 생긴 것에 다소 놀랐지만 승용차 진입이 허용된 점이 인상적이었다. 청남대 진입로 가로수길을 달리면서 왜 이곳이 대통령 별장이었는지 알 수 있었다. 청남대 내부도 몰라보게 달라져 있었다. 각종 관람시설이 새롭게 마련됐고 전직 대통령 이름을 명명한 ‘대통령길’도 눈길을 끌었다. 3시간여 동안 둘러본 뒤 나오면서 든 생각은 “또 올 만하네”였다. 그해 청남대 누적 관람랙은 700만 명을 돌파했다.

세 번째 청남대 방문은 2018년 친구의 결혼식이었다. 당시 청첩장을 받은 동창들은 청남대에서 일반인 결혼식이 가능하다는 사실에 놀랐고, 결혼식 장소가 대통령 헬기가 오르내렸던 잔디밭이란 것에 또 놀랐다. 동창들은 지금도 화창한 가을 하늘 아래 푸른 잔디밭에서 결혼한 친구 얘기를 안줏거리로 올리며 청남대를 추억한다.

청남대는 이렇게 개방에만 그치지 않고 끊임없이 투자하고 다듬고 개발하며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2년마다 선정하는 한국관광 100선에 3번이나 선정됐다. 올해 1월 18일 누적 방문객은 1300만 명을 돌파했고, 4월엔 임시정부기념관도 문을 열었다. 이제 막 속살을 드러낸 청와대가 청남대의 19년을 벤치마킹한다면 한국관광 100선을 넘어 전 세계적 명소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유성열 사회부 차장 r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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