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쿼드, 중국의 해양진출 견제 첫 합의… 北 비핵화 위해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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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일본·호주·인도… 안보 ‘反中 전선’ 강화

인도·태평양 불법 조업 단속, 사실상 중국 해상활동 감시 추진

조선일보

쿼드 정상들 두번째 대면회의 - 미국·일본·인도·호주 4국 안보 협의체인 ‘쿼드(Quad)’ 정상들이 24일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회담을 앞두고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이들은 인도·태평양 지역 내 불법 조업과 선적 등을 억제하는 내용의 대중 해양 견제 구상에 합의했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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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일본, 호주, 인도는 24일 도쿄에서 4국 안보협의체 ‘쿼드(Quad)’ 정상회의를 갖고 인도·태평양 지역 내 불법 조업·선적 등을 억제하는 내용의 대중(對中) 해양 견제 구상에 합의했다. 남중국해,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등 영유권 분쟁 지역에서 중국의 불법 어업에 대한 추적·단속을 시작으로, 앞으로 본격적으로 중국의 해상 영향력 차단을 시도하겠다는 것이다.

전날 중국 경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가 출범한 데 이어 미국을 필두로 한 쿼드 국가들이 ‘반중 전선’을 구체화하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와 함께 4국은 북한 비핵화를 위해 연대하기로 합의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달 들어서도 탄도 미사일을 잇달아 발사하고, 핵·미사일 활동을 활발히 하는 북한에 대해서도 (4국이) 논의하고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협력에 (의견이) 일치했다”고 말했다. 쿼드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진 것은 처음으로 일본이 강하게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시다 총리는 북한 코로나 문제 및 일본인 납북 문제도 즉시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백악관 고위 당국자는 이날 전화 브리핑에서 “(인도·태평양 국가들은) 소속 영해와 배타적 경제 수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파악하는 능력을 향상시킬 필요가 있다”며 “이 구상이 불법 조업 억제 외에도 영토 주권을 수호하고 해상 구조 임무 등을 지원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백악관은 이 구상을 ‘해양 영역 인지를 위한 인도·태평양 파트너십(IPMDA)’이라고 명명했다. 태평양의 섬 지역과 동남아시아, 인도양 지역에서 선박의 송수신 장치를 끈 채로 감시를 피해 불법 조업하는 선박을 추적할 계획이라고 했다. 백악관은 이날 중국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불법 조업의 95%가 중국 어선에 의해 이뤄지는 만큼 중국을 정면 겨냥한 것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전했다.

이에 따라 쿼드 국가들은 위성 기술 및 무선 주파수 등의 기술을 이용해 인도양, 태평양 등에서 불법 조업을 실시간 감시하는 추적 시스템을 구축하게 된다. 워싱턴 정가에선 “중국의 불법 어업 단속이라는 ‘낮은 단계’의 협력을 통해 장기적으로 중국의 해상 활동을 실시간 감시·견제할 수 있는 공유 시스템을 구축하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백악관이 “(이번 구상으로) 불법 어업 뿐만 아니라 불법 선적·접선 등 전술적(tactical) 수준의 활동도 추적할 수 있게 해줄 것”이라고 밝힌 것도 중국의 해상 영향력을 겨냥한 것이란 분석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미·중간 불법 조업이 새로운 갈등의 ‘전선(戰線)’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계획이 남중국해 등에서 중국의 해상력을 약화시킬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중국 남중국해문제연구소 천샹먀오(陳相秒) 연구위원은 “남중국해 등에서 중국의 존재감이 커지는 것에 대응하기 위해 쿼드 국가들의 해양 세력을 통합하려는 미국의 전략”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거론하고 “우리는 민주주의라는 공통의 가치관과 비전을 위해 이 자리에 섰다”며 “쿼드는 전제주의(autocracy)에 대항해 어떻게 민주주의를 실현해 나갈 것인가에 대해 논의하는 모임”이라고 했다. 기시다 일본 총리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중국의) 동·남중국해의 일방적인 현상 변경 시도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공유했다”며 “힘에 의한 일방적인 현상 변경은 어떤 지역에서도 특히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용인돼선 안 된다”고 했다. 중·러와 쿼드 국가들을 ‘독재 대(對) 민주주의’ 구도로 만들어 진영 간 대결 전선을 명확하게 한 것이다.

쿼드 4국 정상들은 이날 회의에서 5G(5세대 이동통신) 및 반도체 등 기술 민관협의체 개설, 우주 기반 지구 관측 데이터 공유, 인도·태평양 지역 개발도상국에 대한 백신 공급 및 인프라 투자 강화 등에 합의했다. 백신 공급의 경우 중국이 아시아 등 개도국에 자국 백신을 앞다퉈 제공해 ‘백신 외교 무기화’를 시도하는 것을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됐다. 이를 위해 4국은 향후 5년간 500억달러(약 63조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다.

[워싱턴=이민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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