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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오마주' 이정은, 첫 주연의 무게감 "가장 좋을 때 가장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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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기다림 끝에 보람이 왔다.

1991년 연극 '한여름밤의 꿈'으로 데뷔한 이정은은 최근에는 영화 '기생충', '내가 죽던 날', KBS 2TV '동백꽃 필 무렵', 넷플릭스 '소년심판' 등 매체연기로 무대를 옮겨 영역을 확장했다.

이미 '기생충'으로 연기력은 인정 받은 이정은답게 판사부터 주부까지 역할에 제약이 없다. 26일 개봉하는 영화 '오마주(신수원 감독)'에서는 삶의 애환을 느끼는 여성 감독으로 분해 열연을 펼쳤다.

'오마주'는 데뷔 30여년이 훌쩍 지난 후에야 만난 첫 영화 단독 주연작이기도 하다. 어느 하나 소중하지 않은 작품과 역할은 없다지만 이정은에게 '오마주'는 새로운 연기인생 터닝포인트가 됐다. 개봉을 앞두고 인터뷰로 만난 이정은은 '아름답다'는 말에 "가진 옷 중에 제일 예쁜 옷으로 골라봤다"며 설렘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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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주'의 시나리오를 받고 어떤 느낌이었나.

"20분만에 하겠다고 했다. 시나리오가 한 번에 읽혔고, 감독이란 사람이 멀지 않게 느껴지면서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독님을 빨리 뵙고 싶었다. 뭘 생각하고 있을지 궁금했다."

-'오마주'를 보면 신수원 감독이 연상된다. 감독을 보면서 참고한 부분이 있다면.

"의상 감독님이나 분장하는 헤어 메이크업 감독님께서 그걸 염두한 거 같다. 감독님은 고정관념 갖지 말자 하셨고, 자전적인 이야기가 농도로 치면 20%라고 했다. 난 나이는 먹었지만 청춘의 상징, 꿈을 꾸고 있는 젊게 보이는 옷을 입는게 좋지 않을까 싶었다. 감독님이 직접 안경도 빌려 주셨다. 연기적으로는 영화하는 감독님들 보면 열정적인 순간이 있는데, 영화 얘기할 때 그런거 같다. 영화에서 만난 사람들, 영화 이야기 눈이 반짝이고 다른 시간에는 별 관심이 없는 거 같다. 그런 부분을 연기에 녹이려 했다."

-오랫동안 연기를 해오면서 여성 영화인에 대한 생각도 많았을텐데.

"여성 감독님들이 몇년도에 어떻게 활동한지 몰랐는데 놀라운 건 아이를 데리고도 현장에 나갔다는 점이다. 얼마나 좋아하고 모든 것들을 걸었으면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 싶었다. 여성 감독님이 나오기 힘들고, 극 중 지완도 세번째 영화의 고비를 가지고 있다. 많으 생각이 들긴 하더라."

-여성 영화인 중 한사람으로서 현장이나 주변 인식 등 나아진 점이나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옛날엔 여자가 편집실에 드나드는 걸 안 좋아 했다고 들었다. 자기 검열도 심하다 보니까, 극 중에서 여성이 담배 피는 장면이 편집된 것처럼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심했다고 전해 들었다. 지금은 검열이란 부분도 많이 빠지긴 했지만 여전히 한편으론 보수적인 생각이 있지 않나 싶다. 지금은 스태프 중에 여성의 비율이 높아져서 현장에선 불합리함 보다는 동료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씩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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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단독 주연의 무게감이나 부담감도 클 듯 하다.

"찍고 있을 땐 저예산이고 하니까, 장편이란 생각을 못하고 계속 찍었다. 요즘에야 느끼는 거 같다. 이 작품에 참여한 사람으로서 작품에 대해서 소개를 해야하니까, 좋은 영화였으면 좋겠다."

-최근에 한 작품이 모두 잘 됐다. 이제는 주연으로 작품을 이끄는 마음은 어떤가.

"'오마주' 시나리오에서 느꼈던 매력은 특정 직업에 대한 멋있음이 아니고, 보편성이 있는 작품이었다. 그런 부분에 공감할 수 있는 분들이 많았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 얼마나 많은 관객들이 찾아올까 두려움이 있다. '우리들의 블루스'는 혼자 주인공을 하고 있는 건 아니어서, 멀티 시스템으로 옴니버스 드라마라서 그런 부담이 크진 않은데, 영화는 공간도 한정되어 있고 얼마나 관객들이 코로나 팬데믹 이후에 극장 찾아주실지 공감할지 그런게 좀 조심스럽다."

-극 중에서 "자네, 끝까지 살아남아라"라는 대사에 대한 여운이 짙다.

"나도 그 대목에서 위로 받았다. 배우로서 연기할 때도 '끝까지 살아남으라'는게 일등하라는게 아니라 좋아하는 일, 열정을 쏟은 일의 완결성을 가지라는 말 같아서 어떤 직종에 있는 사람들에게 힘을 주는 이야기라고 받아들였다. 스스로도 늘 하는 말이다. 매일이 고비이고 흥분이기도 하고 재밌기도 한데, 아침마다 '자 가보자!'라고 생각한다."

-늘 고비라고 생각하는게 의외다. 가장 전성기가 아닌가.

"가장 좋을 때가 가장 불안도 오는 거 같다. 예전에는 현장에서 선배님들을 많이 뵈었는데 이젠 내 위 역할들을 많이 못 본다. 여성 연기자의 경우엔 더 그렇다. 극에서 많이 쓰지도 않고, 내 일이 아니라고 볼 순 없다. 계속 그런 자리를 만들어야 능동적으로 할 수 있는데, 극 중 지완의 문제나 내 문제나 시기적인 차이지만 다가올 문제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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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주'에서 생긴 용기가 있다면.

"신수원 감독님과 작업하면서 용기를 얻은 게, 굉장히 칭찬을 많이 해주셨다. '우리들의 블루스'를 할 때도 해볼 수 있는 용기가 '오마주'로부터 비롯됐다. 노희경 작가님 작품을 할 때 하중이 있다. 글도 촘촘하게 쓰고 완결성 있게 해낼 수 있을까 싶은데 용기를 준 작품이 '오마주'였다. 정말 감사하다."

-'오마주'의 모든 신에 출연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는지.

"너무 바쁘더라. 쉴 틈이 없었다. 22회차 정도 촬영했는데 드라마를 하면서 3박 4일 밤을 샌 적도 있어서 괜찮다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에도작품 이야기 하다보면 숙소에 돌아가서 내일 찍을 분량에 대해 콘티도 그리고 그러다 보면, 잠을 못잘 때가 있었다. 그럴 때 주인공들은 정말 바빴구나 싶더라. 그러나 몰두해서 연기 하는 건 재밌었다."

-극 중 가족으로 나오는 권해효, 탕준상과의 케미도 돋보였다.

권해효 선배는 학교 다닐 때 복학 해서 같이 학창시절 보낸 사이다. 어떤 성격인지 특성을 잘 안다. 아내 되시는 선배님도 우리 학교 출신이시다. 오히려 감독님이 영화에서는 둘의 사이가 냉랭하고 건조한 느낌이어야 하는데 너무 좋아서, 그걸 덜어내는 작업이 오히려 힘들었다 하시더라(웃음). 탕준상은 뮤지컬 할 때 6살인 어린이 시절에 만났다. 그 때도 노래를 너무 잘해서 감탄했다. 무대에서 다시 만나고 싶다. 공연을 보면서 매력에 빠졌는데 지금도 참 매력적인 거 같다. 순수한 얼굴이 좋고, 성장하고 있는 어른이 되어 가는 과정이다. 앞으로도 좋은 작품 많이 할 거 같다. 했던 작품도 다 찾아 봤다."

-'우리들의 블루스'에 대한 반응도 뜨겁다.

"촬영 때문에 초반에 본방사수를 못했는데 차승원 씨가 '반응이 좋다'고 문자했다. 걱정하지 말라 하더라. 기대 이상으로 어른스러운 멘트를 많이 하신다."

-OTT의 성장에 따라 점점 배우들이 연기할 수 있는 플랫폼이 늘어가고 있다.

난 독과점을 싫어한다. 늘 방향성을 잡을 때 이번에 넷플릭스에서 하면 다음은 다른데서 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후배들한테도 편중되지 않게 왔다 갔다 하라고 하기도 한다.

-한국 콘텐트 세계화의 중심엔 '기생충'이 있다. 이후 잘 되는 작품들을 봐도 뿌듯할 거 같다.

"우연히 해외에 나갈 일이 있어서 해외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 배우들 많이 만났는데, 그 친구들이 너무 자랑스럽다고 할 때 이 기운이 다 뻗쳤구나 싶었다. 한국에선 많은 배우들이 다양한 연기 보여주고 있지만, 외국에는 한국 가정이 있는 이야기를 한 배우들이 없다. 다 살인자나, 특이한 역이라 하더라. 이젠 보편적인 역할도 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컸다. 이게 큰 도화선이 됐구나 싶고 굉장히 뿌듯했다. 안보다 밖이 더 느낄 수 있는 거 같다."

-마지막으로 '오마주'는 이정은에게 어떤 의미일까.

"조금 욕심을 내도 되겠다는 생각이 많았다. 내가 보기보다 쭈뼛 거린다. 스스로 조금 더 당당해도 되겠다는 생각을 준 계기가 됐다."

김선우 엔터뉴스팀 기자 kim.sunwoo@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사진=준필름

김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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