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기회를 잡든 놓치든 손흥민처럼 [기민석의 호크마 샬롬]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편집자주

'호크마 샬롬'은 히브리어로 '지혜여 안녕'이란 뜻입니다. 구약의 지혜문헌으로 불리는 잠언과 전도서, 욥기를 중심으로 성경에 담긴 삶의 보편적 가르침을 쉽고 재미있게 소개합니다.
한국일보

토트넘 홋스퍼의 손흥민이 12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2021~22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아스널과의 22라운드 순연 경기 후반 2분 팀의 세 번째 골을 넣고 기뻐하고 있다. AP 뉴시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인간이 자기가 죽을 날짜를 미리 알고 산다면 어떨까? 사람이 미래 운명을 알 수 있다면 사는 것이 어땠을까? 아마 인류의 역사는 지금과는 충격적으로 다르게 전개됐을 것이다. 문화, 종교, 과학도 그 셈법이 확연하게 달랐을 것이다. 물론 개인의 인생도 마찬가지. 완벽하게 대비하여 재난을 피할 수도 있고, 절호의 기회를 잡아 인생 대박을 맞을 수도 있을 것이다. 마침 전도서는 인생에 '때'가 있다고 한다.
"모든 일에는 다 때가 있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마다 알맞은 때가 있다. 태어날 때가 있고, 죽을 때가 있다. 심을 때가 있고, 뽑을 때가 있다."
전도서 3:1

그래서 수많은 대중 담론이 인생의 기회를 말한다. 조건이 출중치 못하다 해도 기회만 잘 잡을 수 있다면 운이 바뀌기 때문이다. 다음과 같은 인생의 때를 알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죽일 때가 있고, 살릴 때가 있다. 허물 때가 있고, 세울 때가 있다. 울 때가 있고, 웃을 때가 있다. 통곡할 때가 있고, 기뻐 춤출 때가 있다."
전도서 3:3-4

그래서 우리는 성공한 카네기의 말을 명언처럼 받든다. '기회가 눈앞에 나타났을 때, 이것을 붙잡는 사람은 십중팔구는 성공한다. 뜻하지 않은 사고를 극복해서 자신의 힘으로 기회를 만들어 내는 사람은 100퍼센트 성공한다.' 명언은 대부분 운명의 때를 민감하게 인지하고 확실하게 붙잡아야 할 것을 말한다. 명언 제조가 새뮤얼 스마일스는 '만일 기회가 오지 않는다면, 스스로 기회를 만들어 내라'며, 우리 스스로 운명의 창조자가 되길 권했다. 더 나아가 인간은 과학적 방법으로 기회 창출 셈법도 고안했다. 확률적으로 신빙성이 있다. 실제로 기회를 기가 막히게 잘 잡아 주식이나 투자로 대박을 터뜨렸다는 간증도 접한다. 정말로 인생은 때를 잘 알아야 하고 기회를 살려야만 할 것 같다.

하지만 성서는 이 문제에 관하여 과학보다 더 냉철하다. 때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공식이 완벽할 수 없음을, 성서는 정직하게 말하기 때문이다. 전도서는 돌을 흩어버릴 때가 있고 모아들일 때가 있으며, 찾아나설 때가 있고 포기할 때가 있고, 간직할 때가 있고 버릴 때가 있다고 말한다(전도서 3:5-6). 주식 전문가도 같은 견해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예외 없는 문법이란 없다. 이 진리는 우리를 불확실성 앞에 또다시 무릎 꿇게 하며, 투자 대박은 늘 신화로만 떠돈다. 이 같은 정황을 전도서는 이렇게 전한다.
"하나님은 모든 것이 제때에 알맞게 일어나도록 만드셨다. 더욱이, 하나님은 사람들에게 과거와 미래를 생각하는 감각을 주셨다. 그러나 사람은, 하나님이 하신 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깨닫지는 못하게 하셨다."
전도서 3:11

인생에 기회가 있다면 인생에 예외도 있다. 달착륙 계산을 빈틈없이 해내는 인간이지만, 고맙게도 운명의 장난은 인생을 정말 흥미진진하게 만든다. 인간은 운명을 애타게 잡아보려 하지만 전도서는 이를 '수고'라고 부른다.
"사람이 애쓴다고 해서, 이런 일에 무엇을 더 보탤 수 있겠는가? 이제 보니, 이 모든 것은, 하나님이 사람에게 수고하라고 지우신 짐이다."
전도서 3:9-10

어떻게 살아야 할까? 뒤이어 전도서는 운명을 계산질하지 말고, 하루하루를 착하게 즐기는 것이 행복이라 말한다.
"이제 나는 깨닫는다. 기쁘게 사는 것, 살면서 좋은 일을 하는 것, 사람에게 이보다 더 좋은 것이 무엇이랴! 사람이 먹을 수 있고, 마실 수 있고, 하는 일에 만족을 누릴 수 있다면, 이것이야말로 하나님이 주신 은총이다."
전도서 3:12-13)

절호의 기회를 놓쳐도 손흥민처럼 늘 웃을 수 있는 것이 행복이다. 결국에는 득점왕이 됐지만, 마지막에 두 골을 넣기 전 일대 일 절호의 기회를 놓치고도 웃었던 손흥민의 미소는 골든부츠 트로피보다 더 골든이었다. 기회는 손흥민처럼 잡고, 미소도 손흥민처럼 잡자!

한국일보

기민석 목사ㆍ한국침례신학대 구약성서학 교수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