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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영토 넘겨라" 주장에 젤렌스키 "1938년 뮌헨협정 연상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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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신저 "전쟁 끝내려면 러시아에 크림반도·돈바스 넘겨야"

젤렌스키 "해당 영토 거주하는 수백만 우크라인 보지 못해"

뉴스1

지난달 23일(현지시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수도 키이우 지하철역에서 외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정윤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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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전쟁을 멈추기 위해 우크라이나로 하여금 러시아에 영토를 넘기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이러한 주장은 "마치 1938년 뮌헨 협정을 연상시킨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26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전날 "우크라이나 영토를 포기하고 독일과의 전쟁을 끝내라는 제안은 1938년 나치 독일을 회유하고자 했던 아이디어와 비슷하다"며 강하게 비난했다.

이어 "우크라이나에게 러시아에 무언가를 주라고 조언하는 사람들은 평화를 위한 교환 대상이 돼버린 영토에 거주하는 수백만 명의 평범한 우크라이나인들을 결코 보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20세기의 외교관'이라고 불리는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98)의 발언을 저격한 것이다.

키신저 전 장관은 지난 23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끝내려면 러시아에 영토를 일부 넘겨야 한다"며 "영토를 전쟁 전 상태로 복귀시키는 게 이상적"이라고 말해 갖은 비판을 받았다.

전쟁 전 상태는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공식 점령하고, 우크라이나 동부 루한스크와 도네츠크 등 돈바스 지역을 비공식적으로 지배하는 것을 의미한다.

러시아는 2014년 친러 분리주의 세력의 독립 주민투표를 거쳐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했고, 돈바스 루한스크·도네츠크도 친러 세력이 자체적으로 분리 독립을 선언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와 국제사회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뉴욕타임즈 편집위원회도 지난 19일 "군사적인 승리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평화를 위해서는 우크라이나가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할 수도 있다"고 키신저 전 대통령과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내놨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쟁 종식을 위해 영토 일부를 러시아에 넘겨야 한다는 주장을 1938년 맺어진 뮌헨 협정에 비유했다. 뮌헨 협정은 영국, 프랑스 제3공화국, 나치 독일, 이탈리아 왕국에 의해 체결된 협정으로, 체코슬로바키아의 영토 중 독일인 인구가 많은 주데텐란트를 나치 독일에게 양도하는 것을 골자로 했다.

나치 독일의 영토 확장을 포기하도록 설득하려는 시도였지만, 결국 추후 폴란드 침공의 도화선이 됐다. 이 때문에 뮌헨 협정은 2차 세계대전을 1년 늦춘 것일 뿐이라는 평을 받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심야 비디오 연설에 "키신저 전 장관이 2022년이 아닌 1938년에 사는 줄 알았다. 다보스가 아닌 독일 뮌헨에서 청중과 얘기하고 있다고 느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또 그는 "아마 뉴욕타임즈는 1938년에도 비슷한 기사를 썼을 것"이라며 "하지만 지금은 2022년이라는 것을 상기시켜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그간 러시아와 협상 테이블에 앉을 의향은 있다면서도 크림반도와 돈바스 지역을 러시아 영토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해왔다.
yeseu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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