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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취업 봄 온다…5년간 39만명 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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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요 대기업이 윤석열 정부 임기 동안 1000조원 넘는 대규모 투자에 나선다. 같은 기간 38만여 명을 신규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좁은 취업문’에도 다소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SK와 LG, 포스코, GS, 현대중공업, 신세계 그룹이 26일 향후 5년간 총 468조원을 투자하고 20만 명 이상을 고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앞서 지난 24일 삼성과 현대자동차, 롯데, 한화 그룹이 미래 투자 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이날은 재계 10위 그룹까지 ‘투자 릴레이’가 확산했다. 이들 10대 그룹이 앞으로 5년 내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투자 총액은 1055조6000억원에 달한다. 〈표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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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규모인 2057조원의 절반에 해당하는 천문학적 규모다. 국내에 투자하겠다고 약속한 금액만 따로 추리면 928조원(87.2%)으로 집계됐다. 이들이 직접 고용하겠다고 명시한 인원은 38만7000여 명이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16일 만에 ‘투자·일자리 청신호’가 켜졌다.

재계 2위 SK그룹은 이날 올해부터 5년간 배터리(Battery)·바이오(Bio)·반도체(Chip) 등 이른바 ‘BBC 사업’에 247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투자액은 179조원이다. 절반 이상(142조원)을 반도체와 반도체 소재 연구개발(R&D)과 공장 신·증설에 쏟아붓는다. 전기차 배터리와 배터리 소재, 수소, 풍력, 신재생에너지 등 친환경 미래사업에는 67조원을 투자한다. 디지털과 바이오 분야 투자 규모는 각각 24조9000억원, 12조7000억원이다. BBC를 키워나갈 인재 5만 명도 국내에서 채용할 계획이다.

LG그룹도 향후 5년간 국내에 106조원을 투자하고, 매년 1만 명씩 5만 명을 직접 채용하기로 했다. 우선 약 40%인 43조원을 미래성장 분야에 집행한다. 그중 절반에 가까운 21조원을 배터리와 배터리 소재, 전장, 차세대 디스플레이, 인공지능(AI)과 데이터, 바이오, 친환경 클린테크 분야의 R&D에 집중 투입할 계획이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오는 30일부터 한 달간 열리는 전략보고회에서 각 계열사가 마련한 분야별 전략 방안을 경영진과 논의하고, 중장기 투자·채용 계획을 실행할 수 있도록 독려할 예정이다.

지난 3월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포스코그룹은 53조원대의 국내외 투자안을 내놨다.



SK, 배터리·바이오·반도체에 247조 … LG, 106조 미래투자



국내 33조원 투자는 크게 ▶친환경 철강 생산기반 마련(20조원) ▶2차전지 소재 및 수소 투자(5조3000억원) ▶친환경 인프라 조성(5조원) ▶벤처 투자 및 신기술 확보(2조7000억원) 등에 집행한다. 또 연평균 5000명씩 2만5000명을 신규 고용할 예정이다. 해외에서는 주로 광물자원 확보에 나설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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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GS그룹은 2026년까지 에너지, 유통·서비스, 건설·인프라에 21조원을 투자한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이 중 절반(48%)에 가까운 10조원을 기후변화 대응, 자원 순환 등 신사업·벤처에 집중적으로 투입할 예정이다. 같은 기간 2만2000명을 신규 채용할 예정인데, 이는 최근 3년간 연평균 채용 인원(3000명 수준)보다 30% 이상 늘어난 수치다.

조선업이 주력인 현대중공업그룹은 21조원을 투입해 ‘디지털 대전환’을 추진한다. 총투자액의 절반 이상인 12조원을 들여 생산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스마트 조선소 구현, 건설분야 자동화·무인화 도입, 스마트 건설기계 인프라 구축에 나선다. 또 제약·바이오 분야에 출사표를 던지고 혁신기업에 대한 인수합병(M&A)이나 지분 투자 등에 1조원을 배정했다.

유통 강자인 신세계그룹도 향후 5년간 20조원 규모의 투자를 이어간다. 오프라인 유통사업 확대에 11조원, 온라인 비즈니스 확대에 3조원, 자산 개발에 4조원, 헬스케어 등 신규 사업 발굴에 2조원 등이다. 유통업이 고용 유발 효과가 큰 만큼 연평균 1만 명 이상을 고용할 것으로 예상한다.

LG, 미래성장 집중 … R&D에 21조원

이들 기업이 제시한 투자 키워드는 ‘미래 준비’다. “핵심 성장동력 강화가 초점”(SK), “지속 가능한 미래를 선제적으로 준비하기 위해”(LG), “디지털과 친환경이라는 환경 변화를 사업 기회로 활용하는 것이 성장의 열쇠”(허태수 GS 회장), “미래 성장을 위한 디딤돌을 놓기 위해 매우 중요한 시기”(신세계)라는 설명이다.

기업들은 ‘글로벌 경영환경 변화’도 언급했다. SK 측은 “경영환경의 불확실성과 지정학적 리스크가 상존하는 상황에서 성장 기회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투자와 인재 채용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밝혔다. LG 관계자는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고히 하기 위해 과감하게 투자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대기업의 이런 공격적 투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국의 주요 도시 봉쇄, 인플레이션 우려, 금리 인상 등 겹겹이 악재가 쌓이는 상황에서 경제 활성화에 힘을 보탤 수 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오히려 지금 경영환경이 악화할 때가 투자 적기인 것은 맞다”며 “경기 사이클을 지켜보면서 선제 투자에 나선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날까지 투자안을 발표한 기업은 두산(재계 16위)을 제외하면 자산 순위 1~10위 대기업이다. 재계 10위인 농협은 협동조합이어서 11위인 신세계로 대체했다. 현대차만 3년6개월간(2025년까지) 계획을 제시했을 뿐 다른 9개 대기업이 ‘향후 5년간’이라고 투자 기간을 분명히 밝혔다.

이에 대해 재계에서는 윤석열 정부 임기 5년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한다. SK·GS·두산 등은 새 정부가 핵심 산업으로 육성 의지를 밝힌 반도체와 소형모듈형 원자로(SMR)와 수소 등에 집중 투자 계획을 밝혔다.

일각에선 이번에 기업이 ‘국내 투자’를 유독 강조한 것을 두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이 영향을 끼쳤다고 해석하기도 한다. 바이든 대통령 방한 당시 대미 투자가 부각되면서 국내 투자를 소홀히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자 이를 의식해 서둘러 국내에 ‘돈 보따리’를 풀었다는 얘기다. 다음 달 1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어 이번 투자·고용 확대 조치가 여당에 유리할 것이라는 뒷말도 나왔다.

“정부도 규제혁신으로 뒷받침해야”

그러나 기업은 ‘생존이 달린 문제’라는 입장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25일 중소기업중앙회 창립 기념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앞만 보고 가겠다. 숫자는 모르겠고 그냥 목숨 걸고 (투자)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박남규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전개되는 치열한 게임에서 이기려면 압도적인 투자가 필요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기업이 이렇게 동시다발적으로 투자안을 발표한 배경과 관련해서도 다양한 추측이 나왔다. 익명을 원한 한 대기업 관계자는 “보통 새 정부 출범 전후로 투자·고용 계획안을 준비해 놓는다”며 “이번에는 (24일) 삼성이 발표하는 것을 보고 바로 공개했다”고 말했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고,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로 원자재 가격 상승도 가파르다. 이런 위기 전조 상황에서 대기업의 투자가 약속대로 집행된다면 국내 경제에 상당히 도움이 될 것”이라며 “정부도 규제 혁신과 선도적 시장 창출을 통해 성과 있는 투자가 되도록 뒷받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일현·김경진·이수정 기자 baek.il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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