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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돔 끼세요" 이게 전부인 성교육…10대 엄마는 죄인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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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무서웠을까요. 변기통에서 혼자 애를 낳다니….”



3살 아이의 엄마인 유지연(가명)씨는 스물 한 살이다. 최근 영아유기 사건에 대한 뉴스를 보며 10대 엄마의 공포가 떠올랐다고 했다. 처음 임신 사실을 알았을 때의 두려움을 알기에, 뉴스에 나온 10대 영아유기범을 미워할 수 없었다고 한다.

유씨는 18세에 출산을 했다. 라면을 먹다가 얹힌 게 임신의 첫 신호였는데, 유씨는 그저 ‘속이 안 좋나보다’ 생각했다고 한다. 시간이 지나 태동이 느껴졌지만, ‘가스가 차서 부글거리나보다’ 하고 넘겼다. 결국, 임신테스트기에서 ‘두 줄’이 뜬 것을 보고서야 현실을 인식했다. 그때 유씨는 ‘계단에서 굴러야 하나. 술을 막 먹어버리면 (유산이) 될까’하는 부정적인 생각을 했다고 한다.



임신테스트기 보고서야 임신 인정



유씨는 “도저히 차분해질 수가 없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이어 “아이를 버리는 분들은 아이 아빠 없는 상황에 혼자 무서워서 그럴 수도 있을 거 같다. 옆에서 ‘우리 같이 키워보자’, ‘입양을 알아보자’ 해 줄 사람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행히도 유씨의 곁에는 엄마가 있었다. 엄마의 도움을 받으며 병원에서 출산을 했다. 남자 친구와는 관계가 멀어졌다. 아이가 생기기 전 “질외사정하면 괜찮다”던 그다. 임신 소식을 듣고도 “책임지겠다”고 했지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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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미혼모들은 중고교생의 성교육 시 미혼모가 되었을 때 받을 수 있는 도움들 안내, 산부인과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한 교육이 함께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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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찐거야”라고 감춘 임신



19세에 출산한 정모(20)씨는 8주차에 임신 사실을 알았다. 하지만, 임신 막달이 다 되어서야 산부인과에 처음 갔다. 병원에 가는 게 무서웠기 때문이다. 가장 큰 걱정은 ‘임신 사실을 알면 엄마가 어떻게 생각할까’였다. 부모에게 알리지 않았고, 생업에 바쁜 부모 역시 ‘살이 쪘다’ 는 말을 믿고 넘어갔다고 했다. 아이 아빠가 책임질 생각이 없다는 걸 느낀 뒤엔 앞날에 대한 걱정이 더 커졌다.

진통이 온 건 새벽 4시였다. 정씨는 아침에 부모님이 출근하기까지 참다가 혼자 택시를 타고 병원으로 향했다. 출산 후 병원에서 “부모에게 연락하라”고 해 비밀을 들키게 됐다고 한다. 출산 후엔 산후우울증이 찾아왔다.



“미혼모여도 도움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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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자신이 낳은 아기를 청주시 한 음식물 쓰레기통에 유기한 A씨가 청주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은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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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가 10대 미혼모들의 생각을 들어보게 된 건 최근 연이어 발생한 영아유기 사건이 계기였다. 지난 13일 자신의 집 화장실에서 아기를 낳은 뒤 살해해 뒷산에 묻은 20대 여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사흘 뒤에는 서울 동대문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종량제 봉투에 버려진 태아가 발견됐다. 언론 보도를 보고 경찰에 자수한 친모는 10대였다.

10대 출산의 경험이 있는 미혼모들은 최근의 사건을 안타까워하면서도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출산과 양육 지원만큼이나 성교육의 내실화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어느 누구도 피임법을 가르쳐 주거나, 미혼모가 될 수도 있는 엄중한 현실을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임신 막달에 산부인과에 간 정씨는 “‘미혼모가 된다 하더라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걸 학교에서 알려주면 좋겠다”고 했다. 정씨는 출산과 양육에 도움을 받고 있는 대안학교 ‘자오나학교’의 존재를 유튜브 광고를 보고 알았다고 했다. 산부인과에 대한 두려움도 없애야 한다고 했다. 정씨는 “아직도 드라마에서 여주인공이 산부인과에 가면 이상하게 그려진다. 그 두려움을 없애야 미혼모도 숨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젠 3살 아들의 엄마가 된 유씨는 성교육에 대한 아쉬움을 호소했다. 그는 “성교육 시간은 설명해주는 내용도 거기서 거기였다. 특히 남자애들은 웃고 장난치기 바빴다”고 회상했다. 유씨는 “임신을 하면 생기는 몸의 변화, 미혼모 지원 정책 등을 학교에서 자세히 알려준다면 좀 더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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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북구에 위치한 자오나학교는 원죄없으신 마리아 교육선교 수녀회에서 운영하는 학교밖 청소녀들을 위한 주거형 대안학교다. 장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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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미혼모네트워크의 오영나 대표는 “결국 임신한 9개월 동안 지원 체계가 없는 게 문제다. 임신 중단·출산을 포함한 여러 선택지에 대한 상담이 뒤따라야 영아 유기가 줄어든다”고 지적했다. 또 “청소년 때부터 피임약 복용법 등 피임 교육을 공개적으로 해서 원하지 않는 임신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 나머지는 그 다음 문제”라고 말했다.



청소년 피임 실천률 65.5%…“성교육은 기억 안 나”



교육부와 질병관리청이 전국 중·고등 학생 약 6만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1년 청소년건강행태조사에 따르면, 성관계 경험이 있는 청소년의 34.5%는 ‘피임을 전혀 하지 않았다’ 혹은 ‘가끔 피임을 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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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0년 서울 서초구 방배동 갤러리 빈치에서 열린 '힐난도 자랑도 수치도 아닌 콘돔 전시회'에서 전시 관계자가 전시물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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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년이 되고서도 임신과 성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 성교육 시스템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다. 대학생 이모(19)씨는 “중학교 이후로는 성교육을 받은 기억이 없다. PPT를 띄워 동영상 같은 걸 보여주고 여성의 생리 주기 계산법 등을 알려줬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모(23)씨는 “학교에서 받은 성교육은 생명의 소중함이 주요 내용이었다. ‘어떤 피임법이 있다’ 정도는 배웠지만, 구체적인 방법은 유튜브와 친구들에게 배웠다”고 말했다.

19세에 출산한 정씨는 “‘콘돔을 쓰라’는 건 배웠다. 하지만, 콘돔이 없는 상황에선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랐다. ‘나는 꼭 피임을 해야 할 것 같아’라고 말하기가 쉽지 않다는 걸 몰랐다”고 했다. 이어 “상대방은 ‘괜찮다’고 한다. 그런 상황에서 내 생각을 똑바로 피력하는 게 옳다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성교육 표준안도 제대로 만든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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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가족부가 일부 초등학교에 배포한 성교육 서적 〈아기는 어떻게 태어날까〉 일부는 '조기 성애화'를 우려하는 시민들의 반발에 부딪혔다. 사진 김병욱 미래통합당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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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 학교의 성교육은 교육부의 ‘성교육 표준안’에 따라 실시된다. 일종의 ‘가이드라인’인 표준안은 2015년 도입된 이후 끊임없이 개정 요구를 받고 있다. 표준안에 포함된 참고 자료에는 ‘여성은 한 특정 남성에게만 성적으로 반응하는데 비해 남성은 성적으로 매력적인 여성들과 널리 성교할 수 있다’ 등의 시대착오적 문구들이 포함돼 수정되기도 했다. 2018년 교육부는 표준안 개편을 위한 연구용역을 세 차례 발주했다. 그러나, 모두 유찰됐다. 이후 n번방 사건이 터지면서 성폭력 예방 등이 보충됐다.

시민사회에서는 표준안 개정 요구가 크지만, 성소수자 등의 문제에서 이견이 커서 논란이 되기도 한다. 여성단체와 성소수자 단체 등에서는 페미니즘 교육 의무화를 원하고, ‘조기 성애화’를 우려하는 학부모들과 기독교 단체들은 ‘성경적 성교육 표준안’을 요구한다. 그러는 사이 청소년 성교육 이수는 10% 넘게 떨어졌다. 2021 청소년건강행태조사에 따르면 ‘최근 12개월 동안 학교에서 성교육을 받은 적 있다’고 답한 청소년은 67.8%로 2018년(78.6%)보다 하락했고 2011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였다.

최서인 기자 choi.seo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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