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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중궁궐' 靑, 속살까지 시민개방…"예상보다 소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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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부터 청와대 본관·관저 내부 공개

대통령들의 생활공간…호기심 반영, 긴 대기 줄 곳곳 기념촬영

엇갈린 시민 반응 "화려해 박탈감" vs "낡고 초협하다"

노컷뉴스

청와대 본관 내부와 대통령 관저 건물이 일반인들에게 개방된 지난 26일 시민들이 청와대 본관으로 향하는 모습. 황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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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본관 내부와 대통령 관저 건물이 일반인들에게 개방된 지난 26일 시민들이 청와대 본관으로 향하는 모습. 황진환 기자
"자자 기자분들 말씀하세요."

26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 '대한민국 청와대' 마크가 붙은 파란 단상 뒤에 한 중년 남성이 두 손을 위로 뻗으며 섰다. 그의 상황극이 끝나고 차례가 온 다른 관람객들도 들뜬 표정으로 '손가락 브이' 포즈를 취하며 기념사진을 찍었다. 지난 10일부터 청와대가 시민들에게 개방됐고, 이날 건물 내부까지 차차 공개되면서 곳곳이 기념 촬영 장소가 됐다.

문화재청 청와대국민개방추진단이 청와대 본관과 관저 내부를 관람객들에게 처음 공개하면서 건물마다 입장을 기다리는 줄이 길게 늘어섰다. 경내 관람 신청과 추첨을 통해 입장한 시민들은 "볼 수 없었던 곳을 보게 돼 감동"이라고 하기도 하고, "오래 기다린 것에 비해 볼 게 없다"는 반응도 보였다.



'푸른 기와'부터 정문까지 내려온 줄…'대기 1시간'

청와대 하면 떠오르는 '푸른 기와' 건물인 본관은 1991년 9월 준공돼 대통령 공식 집무와 외빈 접견 공간으로 사용됐다. 1층에는 영부인 집무실과 접견실 등으로 구성된 무궁화실이, 2층에는 대통령 집무실과 외빈 접견실이 있다.

상징성이 큰 건물인 만큼 안을 보려는 관람객 대기 줄이 건물에서부터 청와대 정문까지 240m가량 이어졌다. 30분에서 1시간을 기다려 들어간 관람객들은 파란색 비닐 덧신을 신고 레드카펫을 밟으며 안을 구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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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본관 내부와 대통령 관저 건물이 일반인들에게 개방된 지난 26일 시민들이 청와대 본관 내 대통령 집무실을 둘러보는 모습. 황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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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본관 내부와 대통령 관저 건물이 일반인들에게 개방된 지난 26일 시민들이 청와대 본관 내 대통령 집무실을 둘러보는 모습. 황진환 기자
관람객들은 입장과 동시에 카메라를 들고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사진과 영상을 찍었다. 중앙 계단과 2층 대통령 집무실 책상 앞은 기념사진 촬영 장소로 인기가 많아 주변이 정체되기도 했다.

본관을 둘러본 고현성(22)씨는 "대통령 집무실을 이전한다는 게 20년 정도 된 얘긴데, 진보든 보수 정권이든 소통이 어렵다며 이전하고자 하는 이유를 듣고 꼭 한번 와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부보다 내부가 더 잘돼있는 느낌을 받았다. 세부적인 스위치도 예쁘게 꾸며놨더라"라며 "대통령 집무실 같은 경우 의자나 집기류가 생각보다 작고 낮았다"고 전했다. 함께 온 김주연(22)씨는 "평소 청와대는 가볼 수 없는 곳이라 크고 웅장하다는 느낌 강했는데 실제로 와보니깐 그렇진 않았다"고 했다.

경기도 남양주에서 동갑내기 친구와 청와대를 방문한 전모(76)씨는 아침 일찍부터 청와대 관람을 마치고 나오며 "(본관 무궁화실에 있는 역대 영부인 사진을 보고) 저분들이 밖에서 보듯 화려한 영부인으로만 살진 못하고 아픔도 겪었을 텐데 안쓰러운 느낌이 들었다"며 "청와대를 잘 보존해서 보화로 유지될 수 있게 하고 관련한 역사 교육도 잘되면 좋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국빈 방문 시 공식 행사장 등으로 이용되던 영빈관도 23일부터 행정안전부 대통령기록관에서 일부 개방해 관람객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대기 줄 옆에는 '대기시간은 여기서부터 약 30분, 관람 시간은 약 5분'이라는 내용이 쓰인 안내판이 세워져 있었다. 안내원은 "관람 시간제한이 있는 게 아니라 둘러보는 데 10초 걸린다고 하는 분들도 있을 만큼 관람 시간이 짧은데 줄이 길어 써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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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본관 내부와 대통령 관저 건물이 일반인들에게 개방된 지난 26일 시민들이 청와대 본관 내 영부인 집무실인 무궁화실을 둘러보는 모습. 황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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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본관 내부와 대통령 관저 건물이 일반인들에게 개방된 지난 26일 시민들이 청와대 본관 내 영부인 집무실인 무궁화실을 둘러보는 모습. 황진환 기자
외국 국빈 접견 행사나 대규모 회의 장소로 쓰이던 영빈관 1층에 들어서자 천장에 달린 샹들리에 조명 5개가 눈에 띄었다. 주위를 둘러보던 한 시민은 "화려하다. 문화재를 보는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날 영빈관 앞에서 만난 김모(66)씨는 "대통령이 손님 접견할 때 어떤 모습으로 했을까 궁금해 보러왔는데 대통령 집무실이나 영부인실보다는 실감이 안 났다"면서도 "전반적으로 푸른 숲속에 공기가 좋아 청와대를 국민 품으로 돌려준 건 잘한 일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내 이모(64)씨는 "청와대가 구중궁궐이라더니 여기 있으면 '이 속에서 안주하겠구나' 생각이 들었다"면서 "너무 넓은 곳을 소수 인원만 누리고 산 것 같은데 앞으로 청와대를 조선시대 이후 지금까지의 고궁처럼 국민이 누리도록 하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재벌집" vs "소박하다" 관저 보고 엇갈린 시민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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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본관 내부와 대통령 관저 건물이 일반인들에게 개방된 지난 26일 시민들이 관저를 둘러보는 모습. 황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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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본관 내부와 대통령 관저 건물이 일반인들에게 개방된 지난 26일 시민들이 관저를 둘러보는 모습. 황진환 기자
청와대에서 대통령과 그 가족이 거주해 가장 은밀했던 공간인 관저도 내부 모습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건물 앞쪽은 2미터 이상 가까이 가지 못하도록 막혀 있었지만 건물 뒷길을 관람 코스로 열어놔 창문을 통해 내부를 볼 수 있었다. 다만 청와대 개방 첫날처럼 창문에 다닥다닥 붙어 안을 들여다보고 사진을 찍는 건 불가능했다.

현장에서 문화재청 관계자는 "내부가 비좁아서 관람객들이 들어가기 어렵고 문제가 있을 수 있어 닫아놨다"며 "추후 필요하면 개방을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민들은 뒷길을 따라 건물 안을 들여다보며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한 무리는 8인용 식탁이 있는 식당을 보고 "호텔이야. 재벌 집인데"라며 감탄하기도 했고, 다른 중년 남성은 침대가 빠진 가족 침실을 보고 "별거 없다. 소박하다"고 말했다.

관저 입구에서 환하게 웃으며 '셀카'를 찍던 박모(74)씨는 "방이 너무 멋있었지만 서민들은 힘든데 대통령만 호강하고 산 것 같아 여러 생각이 들었다"며 "하얗게 장롱이 쫙 있었는데 (옷장이 너무 많은 것 같아) 회의를 느꼈다"고 말했다.

반면 부천에서 온 한상웅(84)씨는 "줄 서는 게 너무 힘들고 관저도 와보니 화려할 줄 알았는데 오래 써서 그런지 내부에 흠난 게 많았다. 집무실도 텔레비전으로는 굉장히 넓게 봤는데 와서 보니 초협하고 접견실도 외국 귀빈들이 오는데 한국 이미지를 어떻게 봤을까 싶을 정도"라고 전했다.

경기도 용인에서 온 김병준(24)씨도 "외부만 구경하는 거라 크게 볼 건 없었고 관람 인원이 너무 많아 건물 안에 보려면 줄을 1시간 이상 서야 해 포기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함께 온 조수진(27)씨는 "앞으로 관람 시간을 늘리고 시간대별 입장 인원 제한을 지킨 다음 스태프들이 코스 안내를 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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