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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유값쇼크]"차라리 차 세우는게 낫겠다" 산업현장에도 노동자에도 직격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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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멘트·레미콘 등 비용부담 가중에 울상

'휘발유보다 싼 경유'는 이젠 추억

아시아경제

석회석 채석장에서 석회석을 조쇄장으로 옮기는 85t급 초대형 덤프트럭들. 경유 1ℓ에 고작 246m를 주행할 정도로 엄청난 양의 경유를 소비한다. [사진=김종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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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 김철현 기자, 유현석 기자, 임춘한 기자] 강원도 영월군 도로변에 위치한 한 주유소는 인근 석회석 광산들에 드나드는 대형트럭이 하루에도 십여대씩 들어온다. 시멘트의 주요 생산원료인 석회석을 싣고 전국의 공장으로 가기 위해서는 트럭에 기름을 가득 채워야 하기 때문이다. 활기가 돌던 이 주유소의 분위기는 최근 착 가라앉았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경유값 탓이다. 워낙 오름폭이 커 주유소에서도 주 고객인 트럭 기사들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가격을 확인하고는 발길을 돌리는 이도 있다. 험악해진 표정으로 묵묵히 주유를 하는 기사들의 한숨에 주유소 직원들은 멀찌감치 떨어져 서 있기 일쑤다. "얼마나 더 오를까요?, 이러다간 차를 세우는 게 차라리 나은 상황이 될 것 같습니다" 트럭 운전대를 잡은 지 10년째인 이영화(가명)씨의 전망은 석회석 분진이 흩날린 것 마냥 희뿌옇다.

경유값 폭등에 산업·유통현장 울상

경유값 인상이 산업 현장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특히 경유로 차를 굴리는 대형 트럭, 중장비 등을 운행해야 하는 시멘트·레미콘·가스 업계의 타격이 크다. 국내 한 시멘트회사는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제에 ‘유가연동제’를 포함시켜 경유값이 오르면 비용을 기사들에게 더 주고 있다. 이 회사에선 최근 경유값 인상으로 연간 수십억원의 비용이 더 들어가게 된 상황이다. 그렇다고 기사들의 부담이 완전히 해소된 것도 아니다. 이 회사 차량을 운행하는 한 차주는 "일감을 회사에서 받아야 하는 입장에서 유가 인상분이 제대로 반영됐는지 눈을 치켜뜨고 지켜보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시멘트 업체들은 광산에서 85t급 초대형 덤프트럭과 로더 등을 운용한다. 석회석 채석장에서 조쇄기까지 발파된 거대 석회석을 실어 나르는 85t 덤프트럭은 경유 1ℓ에 고작 246m를 주행, 하루에 보통 3~4드럼을 소비할 정도로 엄청난 양의 경유가 필요하다. 시멘트 업체 S사는 85t급 덤프트럭 57대와 덤프트럭과 덩치가 엇비슷한 초대형 로더 18대를 운용하고, 공장의 각종 장비를 가동하는데 많은 양의 경유를 사용한다. S사가 지난해 지출한 경유 비용만 ℓ당 1250원(2021년 평균)을 기준으로 130억원이다.

게다가 시멘트 전용 운송차량인 벌크시멘트 트레일러(BCT) 운전자의 운임도 인상된 경유가격만큼 올려줘야 한다.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제에 '유가연동 운임협약'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올 들어 S사가 5월 중순까지 ℓ당 1830원을 기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추가로 지출한 경유와 유가 연동 비용은 모두 54억원이다. 경유가격이 2000원을 돌파한 만큼 5월말을 기준으로 집계될 경유와 연동 비용은 최소 60억~7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는 유연탄 가격과 치솟는 경유가격 등 예상치 못했던 비용 지출이 늘면서 자금운용에 비상이 걸렸다"면서 "어떻게 대처해 나가야 할지 걱정이 태산"이라고 하소연했다.

레미콘 제조·판매 업체들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레미콘 믹서차량 차주는 지입차주로 개인사업자지만, 차량들의 유류비는 회사에서 부담한다. 한 레미콘 기업의 경우 이달 중순까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경유 구입비만 40%가 더 들었다.
레미콘 업체 관계자는 "왜 이렇게 악재가 반복되는지 모르겠다“면서 ”정부가 유류세를 더 내려서라도 기업을 살리는 방안을 강구해줘야 한다"고 토로했다.

유통업계도 경유값 상승으로 물류비용 부담이 높아지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대략 경유값이 100원 인상될 때마다 연간 비용에 12억~15억원 정도의 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며 "특별한 방책이 있지 않아 답답하다"고 하소연했다.
현재 새벽배송업체들은 직고용 배송기사들에게 유류비를 지원해주고, 배송 동선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직고용 형태가 아닌 경우에는 물류 업체에서 유류비를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새벽배송업체 관계자는 "경유값 상승이 이커머스와 택배업계의 비용구조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정부의 지원책만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유값 상승이 생활물가의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경유값이 올라가면 물류회사가 배송기사에게 지원을 해줘야 하고 배송단가가 올라가게 된다"며 "결국 도미노처럼 상품 가격 상승이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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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회석 광산에서 석회석을 실어나르는 초대형 덤프트럭과 로더. 최근 시멘트 공급대란으로 시멘트사들은 채석장에서 철야로 석회석을 채석하고 있다. 주변이 보이지 않는 작업환경은 최근 우리 기업들이 처한 상황을 대변하고 있다. [사진제공=쌍용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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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는 생존권 보장 총파업 선언

기업들만 어려운 게 아니다. 화물 노동자들은 경유 가격 폭등으로 생존의 위기를 겪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운송료 인상, 안전 운임제 확대 등을 내걸고 전면·무기한 총파업을 예고했다. 전체 화물차에서 화물연대 가입 비중은 5% 수준이지만, 시멘트와 컨테이너 화물차 비중이 높아 파업 시 물류난으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소속 화물연대 노동자들이 안전운임 일몰제 폐지 등 기름값 급등에 따른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며 다음달 7일 0시부터 무기한 총파업 돌입을 선언했다. 화물연대가 총파업에 나서는 것은 지난해 11월25~27일 이후 약 6개월 만이다.

지난 23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는 서울 정동 민주노총에서 총파업 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경유가 폭등에 화물 노동자들은 수백만원이 넘는 유류비 추가 지출로 심각한 생존권 위기를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가 발표한 유가연동보조금 등 일부 대책은 화물 노동자들의 적자운송 상황을 해결하기에는 부족한 상황"이라며 "화물 노동자들의 생존권 보장을 위한 법제도적 안전망 마련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구체적인 요구안은 안전운임 일몰제 폐지, 안전운임 전 차종·전 품목 확대, 운송료 인상, 지입제 폐지, 노동기본권 확대 및 산재보험 확대 등이다.

이봉주 화물연대본부 위원장은 "14년 만에 경유값이 휘발유값을 역전해 경유값은 리터당 2000원을 넘어서고 있지만 정부 대책은 생색내기용에 지나지 않는다"며 "화물노동자를 보호해주는 유일한 법 제도인 안전 운임제를 확대하자는 요구는 국회에 계류됐고, 7개월 뒤 일몰될 예정"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의 지난 26일 기준 전국 주유소의 경유 평균 판매 가격은 ℓ당 2003.86원이다. 같은 날 기준 전국 주유소의 평균 휘발유 가격은 경유보다 낮은 ℓ당 2001.82원이었다. 경유 가격은 지난 11일 이후 휘발유 가격을 넘어서면서 '휘발유보다 싼 경유'는 과거의 추억이 되고 말았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유현석 기자 guspower@asiae.co.kr
임춘한 기자 cho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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