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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성, 무기징역… 전자발찌도 막지 못했던 두 번의 살인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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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소 3개월 만에 2명 살인…전자발찌 무용지물

"돈 갚으려고 범행"…사건 당시 반성 기미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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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발찌를 끊고 여성 2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강윤성이 2021년 9월7일 오전 서울 송파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는 모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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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훼손 전후로 여성 2명을 살해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강윤성(57)이 국민참여재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27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판사 이종채)는 전날 열린 살인·강도살인·사기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강윤성의 국민참여재판에서 무기징역 판결을 내렸다. 전날 오전 11시쯤 시작한 재판은 같은 날 오후 10시40분쯤에서야 판결이 나왔다.

◆법원, 두 번째 살인 우발성 인정

재판부는 강윤성이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다면서도 두 번째 범죄에 대해서는 우발적이었다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사람의 생명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만큼 소중하고 모든 상황에서 보호돼야 할 절대적 가치”라며 “강윤성이 누범 기간 중임에도 채무 변제를 독촉받아 경제적 곤궁에 처하자 첫 번째 살인 피해자를 목 졸라 살해하고 방치했으며 두 번째 살인 피해자도 살해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사형은 인간의 생존 자체를 영원히 박탈하는 냉엄한 형이며 극히 예외적인 형벌”이라며 “피고인이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잘못을 뉘우치는 점, 두 번째 살인 피해자에 대한 범행은 우발적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면 사형을 정당화할 수 있을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앞서 이날 재판에서 검찰은 사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차량을 빌려 유인과 도주에 유리하도록 설계했고, 전자발찌의 추적 우려 때문에 치밀하게 준비하고 하루 만에 신속하게 수행했으며, 이후 발견하기 어려운 곳에 전자발찌를 버렸다”면서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것을 강조했다. 이어 “돈을 빌리는 과정에서 단순히 기분 나쁜 말을 들었다는 이유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에서 아주 엄정한 형벌이 필요하다”며 “범행을 신고한다고 하니 피해자를 죽였다는 점에서 어떠한 점도 참작하기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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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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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강윤성은 우발적으로 벌어진 일이라고 주장했다. 녹색 수의를 입고 재판장에 모습을 드러낸 강윤성은 자신의 혐의를 모두 인정하면서도 살인은 계획에 없었다고 반박했다. 그는 진술 과정에서 어깨를 들썩이며 울먹이는 모습도 보였다. 안경을 쓰고 직접 증거기록을 넘기면서 자신을 변호하기도 했다.

강윤성은 “(검찰의) 공소사실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순간적으로 일어났던 것이지, 어떠한 계획이나 그런 것은 없었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한다”고 울먹였다. 강윤성 측 변호인은 “미리 구매한 흉기를 적극적으로 사용하지 않았고 범행 목적으로 준비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계획적 범행으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또 “경찰에 자수했고 공소사실의 주요 부문을 모두 인정하고 있으며, 후회하고 자책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법이 허용하는 최대한의 관용을 베풀어달라”고 말했다.

이날 재판에 참여한 배심원 9명은 만장일치로 유죄 평의를 내렸다. 구체적인 양형에 대해 배심원 가운데 3명은 사형을 재판부에 요구했으며, 6명은 무기징역 결정을 내렸다. 법원은 다수가 의견을 낸 무기징역 결정을 받아들인 것이다.

강윤성이 받은 국민참여재판은 무작위로 선정된 국민 배심원이 유무죄 평결을 내리고, 유죄 평결이 내려진 경우 적정한 형량을 토의하는 재판이다. 배심원의 이 같은 결정과 의견은 권고적 효력을 갖는다.

강윤성은 지난해 11월9일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살해 동기나 고의 여부, 범행 이르게 된 경위 등에 있어서 공소사실이 왜곡돼 배심원의 객관적인 판단을 받고 싶다”며 국민참여재판을 희망한 바 있다.

◆출소 3개월 만에 2명 살인…전자발찌 무용지물

전자발찌 훼손 전후로 2번의 살인을 저지른 강윤성 사건은 전자발찌 시스템의 허점을 보여준 사건이었다. 2005년 특수강제추행 등의 혐의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던 강윤성은 지난해 5월 천안교도소에서 전자발찌가 채워진 채 가출소했다. 강윤성은 사회로 나온 지 불과 3개월만인 지난해 8월26일 오후 9시30분쯤 서울 송파구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평소 알고 지내던 40대 여성 A씨를 살해했다. 이후 27일 오후 5시30분쯤에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했다.

강윤성은 A씨 살해 전 송파구의 한 철물점에서 공업용 절단기를 구매하고, 마트에서는 흉기를 구매했다. 이 같은 강윤성의 행적은 재판부에서도 ‘계획적인 살인’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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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성이 철물점에서 공업용 절단기를 구입하는 모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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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성은 전자발찌를 끊은 후 오랜 시간 도망 다녔다. 그는 지난해 8월29일 오전 8시쯤 서울 송파경찰서를 찾아 자수할 때까지 약 39시간 동안 서울과 경기 일대를 돌아다녔다.

강윤성은 이 사이에 또 다른 살인을 저질렀다. 전자발찌를 끊은 뒤 지인에게서 빌린 차량과 지하철 등을 타고 여러 곳으로 이동했다. 또 50대 여성 B씨를 만나 지난해 8월29일 오전 3시쯤 서울 잠실 한강공원에 주차한 B씨의 차 안에서 그를 살해했다. 이후 강윤성은 직접 경찰을 찾아 자수했다. 이 시간 동안 보호관찰소와 경찰은 그의 소재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돈 때문에 범행…사건 당시 반성 기미 없어

강윤성의 살해 이유는 돈 때문이었다. 강윤성은 당시 경찰 조사에서 “B씨에게 2200만원을 빌렸는데 이 돈을 갚으려고 A씨에게 돈을 빌리려다 거절당해 A씨를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강윤성은 실제 A씨를 살해한 다음 날 서울 강남구의 한 휴대전화 매장을 찾아 A씨의 카드로 아이폰 596만원 어치를 사고, 되팔았다. 강윤성은 B씨의 살인 이유에 대해서도 “빚을 한 번에 갚으라고 독촉해 살해했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 범행에 대해서는 우발적으로 벌어졌다고 판단했다.

경찰서에 자수한 강윤성은 당시엔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재판장에서 후회하고 자책하는 모습과는 정반대였다. 송파경찰서 유치장에서 경찰관의 목을 조르는 등 소란을 피웠다. 강윤성은 사건 당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찾은 서울동부지법 앞에서 만난 취재진에게 “더 많이 죽이지 못한 게 한이 된다”고 말해 공분을 자아낸 바 있다. 그는 또 취재진에게 “보도나 똑바로 하라”며 발길질하고, “당연히 반성 안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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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훼손하고 여성 2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강윤성(56)이 2021년 8월 31일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법에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으러 가다 취재진을 향해 발길질을 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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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성은 경찰 조사 과정에서 고위험군 수준의 ‘반사회성 성격장애(사이코패스)’ 진단을 받기도 했다. 당시 경찰이 강윤성을 상대로 사이코패스 진단평가(PCL-R) 검사를 한 결과 30점 이상의 점수가 나왔다. 40점 만점인 검사는 25점 이상일 경우 고위험군으로 분류된다.

강윤성은 전과 14범이다. 첫 실형을 받았을 때 나이가 17살이다. 강윤성은 1982년 8월 특수절도죄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뒤 수년 간격으로 절도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절도를 반복하던 강윤성은 성범죄까지 저질렀다. 그는 1996년 10월 지나가던 여성의 금품을 빼앗고 성폭행해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2005년 9월에는 20대 여성을 차 안에서 흉기로 위협해 금품을 빼앗고 강제추행해 징역 15년의 중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장한서 기자 jh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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