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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일이면 끝날 거라던 전쟁 어느덧 4개월…기약 없는 장기전 된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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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예상보다 적은 전비… 소극적 美
② 인도·중국, 대러 제재 '구멍'으로
③ '푸틴플레이션'에 사분오열 유럽
한국일보

21일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이 탱크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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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24일(현지시간)로 꼭 4개월을 맞았다. 당초 국제사회는 양국 전력차를 이유로 “일주일이면 수도 키이우가 함락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우크라이나는 ‘골리앗’ 러시아군에 맞서 120일 넘게 버텨왔다. 북부에서는 이들을 격퇴하기도 했다.

다만 러시아가 동부 돈바스로 전선을 좁히고 막강한 화력을 앞세운 대규모 포병전으로 전환하면서 전쟁은 또다시 교착상태에 빠졌다. 사태가 수년간 지속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도 나온다. 전쟁이 장기전, 소모전으로 흐르는 이유는 뭘까.

①전비 겨우 7분의 1… 소극적 美


지난 넉 달간 우크라이나에 가장 많은 군사 지원을 한 국가는 단연 미국이다. 대전차 미사일 재블린부터 다연장 로켓, 장거리 곡사포 등 지금까지 군사 지원 누적 규모는 68억 달러(약 8조 원)에 육박한다. 그러나 여전히 전세를 뒤집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전황은 점점 악화하고 있다. 이날 우크라이나는 교전을 벌여온 동부 루한스크주(州) 세베로도네츠크에서 철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도시에서 병력이 빠져나오면 러시아는 주 전체를 사실상 점령하게 된다. 러시아가 이곳을 발판 삼아 또다시 중·서부 지역으로 진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때문에 개전 이후 최악의 수세에 몰린 우크라이나를 돕기 위해선 지원을 더 빨리, 더 많이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외교 정책 분석가 맥스 부트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는 “만일 미군이 (우크라이나) 최전선에 있었다면 지금처럼 인색한 지원은 안 했을 것”이라며 “2월 이후 지금까지 480억 달러 이상 지출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꼬집었다. 미국이 직접 참전했다면 전비(戰費) 규모가 지금보다 7배는 컸을 거라는 얘기다.

미국은 2001년 9·11 테러 이후 21년간 ‘테러와의 전쟁’에 3조 달러 넘게 투입했다. 매일 120억 달러씩 쏟아부은 꼴이다. “군대를 보내달라”는 우크라이나의 호소에도 단호하게 선을 긋고 있다. “핵전쟁과 3차 대전을 피해야 한다”는 게 군사개입 자제 명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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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몰도바 치시나우에서 시민들이 정부의 경제적 무능을 비판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치시나우=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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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구멍 난 대러 제재


구멍 난 대(對)러시아 제재는 길어지는 전쟁의 또 다른 요인이다. 인도와 중국이 대표적이다. 서방이 러시아 ‘돈줄’인 원유 금수 조치에 나섰지만, 미국 일본 호주와 함께 쿼드(Quad)에 참여하는 인도는 러시아산 원유를 ‘뒷문’을 통해 잔뜩 사들이고 있다. 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량은 2월 침공 직전보다 25배 이상 폭증했다. 이달 초에는 러시아산 원유가 인도에서 휘발유, 디젤, 화학제품 등 정제유로 탈바꿈한 뒤 미국 등에 수출되는 정황도 포착됐다. 서방의 제재는 사실상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중국은 아예 러시아와 독자적 경제권을 구축하기로 했다. 5개 신흥 경제국 모임인 ‘브릭스(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를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국가들의 포위망에 맞서기 위한 전략적 다자 협력 틀로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③'푸틴플레이션'에 사분오열된 서방


설상가상 유럽마저 흔들리고 있다. 그간 러시아 응징을 목표로 단일대오를 과시했지만, 전쟁이 불러온 물가상승(인플레이션), 이른바 ‘푸틴플레이션(푸틴+인플레이션)’으로 경기가 악화하자 곳곳에서 휴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진 탓이다. 우크라이나 지원 문제로 의견이 갈리며 정치 지형마저 바뀌는 사례도 속출한다.

이탈리아에서는 연립정부가 무너질 조짐까지 보였다.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을 계속해야 한다는 정부와 달리, 집권당 오성운동(M5S) 당수 주세페 콘테는 “무기 지원은 전쟁을 연장해 불필요한 희생을 늘릴 뿐”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고물가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조속한 종전도 주장한다.

프랑스에서는 19일 치러진 총선에서 극좌·극우 정당이 각각 135석, 89석을 확보하며 약진했다. 러시아 제재에 적극적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달리, 극우 ‘국민연합’을 이끄는 마린 르펜 대표와 극좌 ‘굴복하지않는프랑스’의 장뤼크 멜랑숑 대표는 모두 친러시아 색채가 강하며 제재에도 부정적이다. 영국, 몰도바 등에서는 물가 상승 해결책을 요구하는 시위도 이어진다.

다가오는 겨울은 또 다른 고비다. 러시아가 유럽으로 가는 가스관을 잠근 상태에서, 겨울철 난방용 에너지 수요가 폭증하면 에너지 대란은 현실이 된다.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부총리 겸 경제부장관은 이날 “가스 부족이 겨울철까지 이어지면 일부 산업은 셧다운(운영 중단)에 들어갈 수 있다”고 밝혔다. 겨울쯤 독일 정부가 가스 배급제를 실시할 수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서방의 분열에 전쟁이 장기화되고 결국 러시아가 승기를 잡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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