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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명 넘게 사망했는데… 탈레반 지진 하루만에 "수색 작업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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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해 아래는 아무도 없다" 주장
역량 부족 속 부상자 치료 집중
한국일보

23일 아프가니스탄 파크티카주 고램코트에서 주민들이 지진으로 목숨을 잃은 어린이의 시신을 옮기고 있다. 고램코트=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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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집권 세력 탈레반이 강진 관련 생존자 수색 작업이 종료됐다고 선언했다. 지난 22일(현지시간) 규모 5.9 지진으로 1,000명 넘는 희생자가 발생한지 하루 남짓 지난 시점에 구조 작업에 종지부를 찍으면서 사실상 의료 역량을 생존자 치료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셈이다.

24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모함마드 나심 하카니 탈레반 정부 재난관리부 대변인은 “지진 관련 수색 작업이 완료됐다”며 “1,000명이 사망하고 2,000명이 부상했으며 주택 1만채가 일부 또는 전부 파괴됐다”고 밝혔다. 정부 내에서는 사망자 수가 1,150명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수색 종료 이유는 언급하지 않았다.

전날에도 지진 피해 지역인 파크티카주(州) 모함마드 이스마일 무아위야 탈레반 최고 군사령관 대변인이 “구조 작업이 끝났다”며 “아무도 잔해 아래 갇혀있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22일 오전 1시30분쯤 지진이 발생한지 하루 만에 정부가 생존자 찾기를 끝냈다는 얘기다.

국제사회는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수도 카불은 물론 인근 파키스탄과 인도까지 진동이 느껴질 정만큼 위력이 컸던 강진 바로 다음 날 구조 작업이 마무리된 탓이다. 피해 지역 대부분은 교통이 불편한 산간 지대에 자리 잡아 구조대의 접근이 원활하지 않다. 게다가 장비조차 부족해 맨 손으로 잔해를 뒤져가며 생존자를 수색해야 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탈레반의 구조 완료 선언은 지나치게 이르다는 평가다. 2015년 네팔 강진 구호 작업에 참여했던 관리들은 로이터통신에 “구조가 이렇게 빨리 끝날 수 있다는 점이 놀랍다”고 언급했다.

이는 잔해 수색보다는 생존자 치료에 집중하겠다는 탈레반 정부의 의지 표현으로 풀이된다. 극심한 경제난으로 재난 대응 역량이 턱없이 부족한 탓이다. 이자벨 무사르 카를슨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UNOCHA) 아프간 지부장은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에 “지역 당국은 국제기구에 수색ㆍ구조 작업이 90% 끝났다고 말했으며 구호 단체는 대피시설 지원과 생존자 간호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진 소식이 알려진 후 세계보건기구(WHO), 세계식량계획(WFP) 등 국제기구와 파키스탄 인도 한국 이란 터키 등 여러 나라는 구호물품과 인도적 지원금 등을 전달하고 있다. 하지만 탈레반 정부는 대형 재난을 감당할 만큼 행정력을 갖추지 못한데다 서방의 제재 등으로 국제기구의 현지 활동도 크게 위축된 상태라 구호 작업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 현장에는 콜레라가 창궐할 가능성이 있다고 유엔은 경고하기도 했다. 압둘 카하르 발키 탈레반 정부 외교부 대변인은 적십자사 등 국제사회의 지원 약속에 감사의 뜻을 표하면서도 “지원이 매우 큰 규모로 확대돼야 한다”며 추가 지원을 호소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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