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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뉴스]473억으로 유턴한 대장동 의혹, 다시 시작될 수사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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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대유 자산관리 사무실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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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대유 자산관리 사무실 모습.
"또 대장동이야?"

네, 또 대장동입니다. 지난해 9월 검찰이 전담수사팀을 꾸려 본격 수사에 나선 지 9개월이 지나고 대장동 5인방(유동규·김만배·남욱·정영학·정민용)은 재판까지 받고 있지만, 의혹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습니다. 왜일까요? 결국은 돈입니다.

끄떡하면 수천억원은 우습게 등장하는 '대장동 판'에서 아직도 최소 수백억원에 달하는 현금과 수표들의 행선지가 묘연합니다. 대장동 5인방 중 핵심인 김만배씨와 화천대유 관계자들은 화천대유와 자회사 돈 수백억여원을 '대여'라는 명목으로 곶감 빼 먹듯 빌리고 또 갚았습니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돈이 어디로 흘러갔는지 짐작도 가지 않는 상황입니다.

검찰이 추적한 김만배 장기대여금 473억원

검찰은 지난해 11월 대장동 민간사업자 4인방(유동규·김만배·남욱·정영학)을 기소하면서 이들이 뇌물 유착에 의한 특혜로 공공영역에 손해를 끼쳤다며 배임 혐의를 적용했습니다. 나머지 한 명인 정민용 변호사도 한 달 뒤 배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습니다. 수천억원의 이권에 대한 특혜가 존재하지만 수백억원에 달하는 현금의 행방은 불투명한 상황. 당연히 그 돈이 현재 뇌물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 이외 다른 이들에게 흘러갔을 가능성을 의심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윗선에 대한 수사는 사실상 막혔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사실 대장동 5인방의 로비가 전부 유 전 본부장에게 집중된 것처럼 만든 검찰의 기소 구도 자체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이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대장동 5인방이 유 전 본부장 하나만 매수하면 대장동 사업을 확실히 따낼 거라고 생각할 정도로 순박했을까"라는 기본적인 의문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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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개발 의혹' 피의자,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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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개발 의혹' 피의자,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대장동 의혹의 핵심은 크게 3가지로 △민관 핵심 사업 주체들의 유착 의혹 수사, △사업 인허가권자인 성남시의 배임 공모 의혹, △정치권·법조계 불법 로비 의혹 등입니다. 검찰은 여기서 민관 핵심 사업 주체들의 유착 의혹 수사만 어느 정도 마무리짓고 재판을 하고 있습니다.

나머지 의혹의 수사는 지지부진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불법 로비 의혹은 여전히 불씨가 살아있습니다. 금융정보분석원(FIU)에서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자신의 자회사 천화동인 1호에서 장기대여금 명목으로 473억원을 빌렸는데, 수상한 자금 흐름이 있다고 통보한 건에 대해 검찰은 계좌 추적을 했습니다. 그러나 돈의 용처는 아직도 오리무중입니다.

김씨는 지난해 9월 경찰에 출석하면서 473억원의 장기대여금에 대해 "사업을 하면서 빌린 많은 돈은 각종 운영비로 쓰였다. 계좌에 다 나와 있어 경찰 조사에서 성실히 답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경찰 조사에서는 자금 용처에 대해 '묘지 이장비'였다고 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개발 부지에 있는 묘지 280여개를 이장하려면 현금으로 합의금을 지급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취지였다고 합니다.

검찰에서 김씨의 자금 용처에 대한 진술은 바뀝니다. 검찰이 473억원의 자금을 추적한 결과 김씨는 이성문 전 화천대유 대표에게 137억원이나 이체한 것으로 나타납니다. 이 전 대표는 다시 화천대유 김씨에게 받은 돈 거의 대부분을 천화동인 1호로 보냅니다. 그러니까 천화동인 1호에서 나온 돈이 김씨와 이 전 대표를 거쳐 다시 돌아간 겁니다. 이른바 '대여금 돌려막기'를 한 겁니다. 이보다 앞서 이 전 대표가 천화동인에서 133억원에 달하는 돈을 빌린 적이 있는데 이때 이 돈을 김씨와 같이 썼다고 합니다. 그래서 김씨가 다시 돈을 빌려 갚아 준 것이죠.

천화동인 1호에서 나온 돈이 김씨를 거쳐 이 전 대표, 다시 천화동인 1호로 갔으니 돌려막기가 완성된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이 전 대표가 천화동인 1호로부터 빌린 돈 133억원이 남아있죠. 김씨가 이 전 대표와 함께 썼다는 그 돈 말입니다. 김씨는 133억원을 현금과 수표로 인출했다고 하는데요. 용처에 대해 구체적으로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서도 부정한 곳에는 쓰지 않았다고 검찰 조사에서 진술했다고 합니다. 새롭게 수사팀이 재편되면 들여다봐야 할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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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표 17억 환전상에 현금깡…'자금 세탁' 정황


김씨가 천화동인 1호에서 빌린 473억원 가운데 17억여원은 수표로 인출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게다가 이 중 상당수는 명동의 환전상을 통해 현금화 된 정황이 검찰 수사에서 포착됐습니다. 일정한 수수료를 떼고 수표를 현금으로 바꾸는 이른바 '현금깡'이 이뤄진 건데요. 김씨는 화천대유 고문 변호사 A씨에게 빌린 10억여원을 빌렸는데 이자를 포함해 상환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합니다. 환전상에게 수표를 건넨 것도 A씨라고 주장했습니다.

A씨도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김씨의 주장을 대체적으로 인정했습니다. 자신이 빌려준 돈을 이자까지 포함해 돌려 받은 것이며, 환전상을 통해 현금으로 바꾼 것도 자신이라고 했습니다. 17억여원 상당수의 수표를 환전상을 통해 현금화한 건 "김씨 등과 얽히기 싫어서"라는 이유를 대기도 했는데요. "대장동 사업이 나중에 문제가 있을 것 같아서 그랬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럴 필요가 없었다"며 후회하는 듯한 속내를 내비치기도 했습니다.

A씨는 지난해 10월 검찰로부터 소환 통보를 받고 참고인 조사에서 관련 내용을 자세하게 설명했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조사에서 로비 자금이 아니라, 빌려준 돈을 받은 것이라는 내용도 다 소명했다고 했고요. 하지만 검찰은 A씨의 해명 여부와 상관 없이 현금깡을 한 것 자체를 수상히 여기고 있습니다. 자금 추적을 따돌리기 위한 전형적인 방법이어섭니다. '자금 세탁'이라는 의심에 상당한 무게를 두고 수사를 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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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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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환 기자
검찰은 대장동 수사가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하지만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 등 정치 일정에 이어 검찰 인사까지 겹치면서 사실상 중단된 상태나 다름 없습니다. 대선 전에는 정치적 민감함 때문에 수사가 활발히 이뤄지지 못했다면, 대선 후에는 특검 이야기가 나올 뿐 아니라 수사팀이 재편된다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나왔기 때문에 수사를 확대할 수도, 새롭게 뻗어가기도 힘들었을 듯 합니다.

로비나 비리 수사에서 계좌 추적은 중요합니다. 수사의 기본입니다. 용처 추적도 핵심입니다. 돈에는 꼬리표가 달려 있지 않아섭니다. 돈이 섞이면 계좌 추적만으로 사용처를 확인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필요한 게 메모, 휴대전화 문자, 통화 기록 따위 등의 조사입니다. 자금 흐름을 알 만한 참고인, 자금 관리인 등의 진술도 필요하겠죠. 대장동 수사는 그래서 아직도 완성되지 않았습니다. 수사팀이 재편되면 완성이 될 수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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