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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제 석학 3인 “연준, 엇갈린 신호로 달러 변동성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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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중국의 제로코로나 방역 정책 등 대내외 변수로 환율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글로벌 환율 혼돈의 중심엔 기축통화국 미국의 달러가 있다. 인플레 억제에 실기한 미국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은 강달러를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시장 불안까지 더해져 안전자산 달러의 매력도는 더욱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올 초 대비 8% 이상 절하된 상황이다.

한국은행은 외국인 자본유출을 막고 소비자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인상하고 있다. 반면, 수출 경쟁국인 중국과 일본은 경기부양을 위해 완화정책을 고수하고 있어 우리나라의 수출 경쟁력이 높은 상황도 아니다. 일각에서는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우리나라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에 첫 연간 무역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급변하는 환경 속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이코노미조선이 짚어봤다. [편집자주]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의 긴축 등이 겹치며 달러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 인덱스는 5월 12일 20년 만에 최고치(104.92)를 기록했다. 외환 당국은 원·달러 환율이 롤러코스터처럼 변동하자, 환율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달러를 사고팔기도 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지난 석 달(3~5월) 연속 감소하자, 우려도 커지고 있다.

그렇다면 글로벌 경제학자들은 현재 상황을 어떻게 진단하고 있을까. ‘이코노미조선’은 6월 초 배리 아이켄그린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 교수, 스티븐 로치 예일대 경영대 석좌 교수, 제프리 프랑켈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 등 세 명의 경제 석학과 서면 인터뷰를 통해 환율 변동성 확대가 글로벌 경제에 미칠 영향을 물었다.

조선비즈

(왼쪽부터)배리 아이켄그린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 교수, 스티븐 로치 예일대 경영대 석좌 교수, 제프리 프랑켈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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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아이켄그린 교수와 프랑켈 교수는 “약 10년간 각국 중앙은행의 획일화된 통화 정책으로 환율 변동세가 이례적으로 낮았지만, 최근 금리가 움직이면서 환율도 움직이고 있다”면서 “금융 위기로는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로치 교수는 “미 연준이 금리 인상과 속도에 대해 지속해서 엇갈린 신호를 주는 바람에 달러 변동성이 커졌다”며 “한국은행은 환율보다 자국 인플레이션율에 집중하되, 외환보유액을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이켄그린 교수는 국제통화기금(IMF) 수석정책 자문위원을 지냈으며, 대공황과 국제 통화 전문가다. 로치 교수는 모건스탠리에서 수석연구원, 모건스탠리 아시아 회장 등을 역임하면서 중국과 아시아 전문가로 알려진 석학으로, 경제 위기의 위험을 강조하는 비관론자로 꼽힌다. 프랑켈 교수는 클린턴 행정부 시절 백악관 경제자문관을 지냈으며, 코로나19 시기 금융버블 붕괴를 경고해왔다. 다음은 세 경제학자와 일문일답.

일반적으로 환율을 움직이는 요인은.

아이켄그린 “과거에는 수출 경쟁력 변화에 따라 환율이 요동쳤다. 하지만 오늘날 더 중요한 건 자본의 흐름이다. 자본이 빠져나가면, 그 나라의 통화는 약세가 되고, 반대로 금융 자본이 들어오면 통화는 강세를 보인다. 자본 흐름은 금리에 가장 크게 반응한다.”

로치 “저축률과 재정 적자가 환율에 큰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브레턴우즈 체제 이후, 달러는 세 차례(1970년대·1980년대 중반· 2000년대 초반), 평균 31%가량 하락한 바 있다. 낮은 저축률, 과도한 재정 적자 때문이었다.”

프랑켈 “환율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중요한 변수는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금리, 예상 인플레이션율이다. 주요 국가의 금리가 사실상 제로였던 2009~2021년에는 금리가 환율에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 올해 금리가 움직이면서 환율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최근 달러가 강세를 보였다. 왜 그런가.

아이켄그린 “투자자들이 미 연준이 다른 나라 중앙은행보다 더 빨리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자본 흐름은 금리 전망에 따라 반응한다. 1980년대 초반, 폴 볼커 연준 의장이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금리를 인상한 시기와 비슷하다. 당시 높은 금리는 강달러를 이끌었고, 미국에 자본이 몰렸다.”

로치 “현재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가 커지는데도 달러 강세를 보이는 게 놀랍다. 2021년 미국의 GDP 대비 경상수지 적자 비중은 3.6%로, 2008년 이후 최대였다. 미국 경상수지 적자 규모(8216억달러)도 사상 최대였다. 현재의 강달러 분위기는 연준 정책 영향이 크다고 본다.”

프랑켈 “미국 경제 성장률은 2021년 5%를 넘기며 유로존, 일본, 한국 등의 경제 성장률을 웃돌았다. 또 연준이 금리 인상을 결정했기 때문에 달러 강세 현상이 벌어지는 건 당연하다.”

“주요국 중앙은행 금리 정책에 환율 변동성 커져”

환율 변동성이 커진 이유는. 개인이나 기업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아이켄그린 “지난해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의 카르멘 라인하트, 케네스 로고프 등은 ‘2014년 이후 각국의 통화 정책이 거의 비슷했고, 장단기 금리 격차가 축소돼 환율 변동성이 이례적으로 낮았다’고 분석했다. 나도 같은 생각이다. 최근 연준이 다른 선진국 중앙은행보다 더 빠르게 긴축하면서 금리 차이가 벌어지고, 환율 변동성도 확대됐다. 환율 변동 위험을 회피할 수 있는 수단이 있다면 이를 활용하는 게 맞다. 그럴 수 없다면, 수출입 업자들은 예측할 수 없는 환율 변동과 관련된 불확실성을 감수해야 한다.”

로치 “현재 미 연준이 다른 중앙은행보다 공격적으로 금리 인상 신호를 보내면서 달러 환율이 일시적으로 저축률, 재정 적자와 관계없이 움직이고 있다고 본다. 연준이 투자자들의 기대를 충족하는 데 실패하면, 달러 가치가 하락세를 보일 수 있다고 본다. 미 연준이 금리 인상과 속도에 대해 지속해서 엇갈린 신호를 주고 있어 달러에 변동성이 생기고 있다.”

과거 각국 중앙은행은 수출을 위해 자국 통화 가치를 절하하려고 했지만, 이제는 금리 인상을 통해 자국 통화 가치를 끌어올린다. 골드만삭스는 ‘역(逆)환율 전쟁’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어떻게 보나.

아이켄그린 “각국 중앙은행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벌어지는 인플레이션 때문에 금리를 올릴 것이다. 자연스럽고 적절한 일이다. ‘역환율 전쟁’이라는 선정적인 꼬리표를 붙이는 건, 그리 맞지 않다.”

로치 “그 보고서는 큰 의미가 없다. 환율은 상대적인 가격이다. 만약 어떤 국가가 자국 통화 가치가 높아지도록 밀어붙인다면 다른 국가들은 반대쪽에 서게 될 것이다. 모든 국가가 동시에 ‘역환율 전쟁’을 치르는 것은 불가능하다.”

프랑켈 “지난 수십 년간 우리는 자국 화폐 가치를 평가 절하하는 ‘통화 전쟁’을 펼쳤다. 그러나 2021년부터는 경쟁적인 평가 절상인 ‘역환율 전쟁’을 펼치고 있다. 각국 중앙은행은 금리를 인상하고 자국 통화 가치를 높이고 있다. 많은 나라가 수출 증가, 무역 수지 개선보다 인플레이션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 위험이 계속되면서, 경쟁적인 평가 절상이 지속할 것 같다.”

“달러 변동성보다 인플레이션에 주목하라”

강달러 상황이 지속할 경우, 어느 나라가 어려움을 겪을까. 금융 위기로 이어질 수도 있나.

아이켄그린 “채무가 많은 신흥시장국, 대표적으로 아르헨티나와 터키가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세계 금융 위기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다. 글로벌 은행은 2007~ 2008년보다 훨씬 강하다. 코로나19로 세계 경제가 마비됐던 2020년조차도 글로벌 금융 위기는 없었다. 막대한 달러 부채가 있는 신흥시장국과 관광업 붕괴, 높은 식량 가격으로 타격을 입은 저소득국가는 위기를 겪겠지만, 세계 전체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로치 “내가 아는 한 미국 달러 강세로 촉발된 세계적인 경제 침체는 없었다. 현재 세계 경제 전망은 매우 걱정스럽지만, 이는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영향 등에 의한 것이다.”

프랑켈 “높은 금리와 강달러 조합은 신흥시장국 부채 위기를 촉발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세계를 경제 침체로 몰아넣지는 않을 것이다.”

한국은 달러 움직임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이는 한국만의 특성인가.

로치 “아니다.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달러 유동성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 국가다. 그러나 인구가 적고 GDP 대비 수출 비중이 36%(2020년 기준)를 차지할 만큼 수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서, 늘 민감도가 높은 편이다. 또 1997~98년 외환 위기 때 고통을 겪은 탓에 달러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게 유산처럼 남아있다.”

급변하는 환율 속 한국은행은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조선비즈

자료=인베스팅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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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켄그린 “한국은행은 환율보다 인플레이션에 주목해야 한다. 인플레이션율이 중앙은행 목표치(2%)를 웃돌고 있기 때문에 긴축하는 게 적절하다. 미국 연준이 높은 인플레이션을 반영해 대폭 긴축에 나서면, 원화는 달러 대비 약세를 보일 수 있다.”

로치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5% 이상 오르는 등 인플레이션 위험이 있는 상황이다. 한국은행은 국내 인플레이션 위험에 집중해야 하고, 통화 긴축의 방향을 유지해야 한다. 이는 경제 성장 전망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거다. 하지만 인플레이션 압박이 있는 상황에는 신중하게 행동해야 한다. 달러 강세가 신흥시장국의 자본 유출을 이끌 수 있기 때문에 외환보유액을 늘리는 것도 필요하다.”

中 위안화·암호화폐, 달러 패권에 큰 영향 못 준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이 러시아에 달러 결제를 불허하는 제재를 가했다. 이 제재로 미국 달러 패권이 흔들리고, 위안화 힘이 세질 거란 시각도 있는데 어떻게 보나.

아이켄그린 “서방 제재를 우려하는 국가들이 위안화 쪽으로 관심을 기울일 수는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무모한 행동은 독재 국가 화폐에 투자하면 얼마나 위험한지를 일깨워줬다. 위안화로 향하는 움직임은 거의 없을 것이다.”

로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응한 달러 무기화는 이전에 오랫동안 행해지던 제재의 틀을 부쉈다. 달러 무기화는 미국의 힘과 달러 역할을 반영하는 것이다. 언젠가 달러 패권이 흔들릴 수는 있겠지만, 그건 달러 무기화가 아닌 다른 이유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프랑켈 “가능하다. 그러나 위안화의 세계 결제 통화 순위는 5위에 불과하다. 달러에 도전하기까지 갈 길이 멀다.”

암호화폐나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가 달러 패권이나 외환 시장에 미칠 영향은.

아이켄그린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는 제대로 된 화폐 기능을 하지 못한다. 암호화폐에는 미래가 없다. 내재 가치가 없는 투기성 투자다. CBDC는 대다수 사람이 예상하는 것보다 더 느리게 나타날 거다. 유통될 때도 자국 내에서만 유통될 거다. 대부분 국경을 넘나드는 거래에서는 사용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이며, 따라서 세계 외환 시장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다.”

로치 “큰 영향이 없을 거다. CBDC는 기존 통화 당국의 규제 아래 있다. CBDC는 비(非)디지털에서 디지털로 화폐 구성을 바꾸는 정도에 머물 것이다.”

프랑켈 “CBDC가 잘 구축된다면, 은행의 독점력을 줄이는 데 기여할 거다.”

[더 많은 기사는 이코노미조선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Part 1. 변동성 커진 외환시장

· 롤러코스터 환율에 커지는 경제 불확실성

· [Infographic]혼돈의 환율 배경과 영향

Part 2. 경제주체별 환율 불안 대응

· 인플레에 다급해진 각국 중앙은행, 역환율 전쟁 속 각자도생

· [Interview]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

· [Interview] 환테크 플랫폼 ‘스위치원’ 서정아 대표

· [Interview] 달러 투자로 경제적 자유 얻은’나는 주식 대신 달러를 산다’ 저자 박성현 작가

Part 3. 환율 전망

· [Interview] 배리 아이켄그린·스티븐 로치·제프리 프랑켈

· [Interview] 권영선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본부장

안소영 기자(seenrun@chosunbiz.com);심민관 기자(bluedragon@chosunbiz.com);김보영 이코노미조선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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