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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규격 관리 부실…차륜형 차량, 제동시 차선 이탈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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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국방규격 제정 및 관리 실태' 감사

복잡하고 업무량 많아 기피 업무

군수품 품목 지정도 주먹구구식 운용

이데일리

현대로템의 K806 차륜형 장갑차. (사진=현대로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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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군수품 조달의 기준이 되는 국방규격 제정 및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방규격 제정 전 이뤄지는 군수품 품목 관리 역시 제대로 운용되지 않고 있었다. 그 결과 군수품 조달 과정에서 제대로 된 성능 검증이 되지 않거나 민간의 우수한 제품을 조달할 기회를 잃고 불필요한 비용을 지출하는 경우도 있었다.

감사원은 28일 ‘국방규격 제정 및 관리 실태’ 감사결과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국방규격이란 제품 및 용역에 대한 기술적 요구사항과 그 충족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절차와 방법이다. 국방규격은 군수품 조달계약, 원가계산, 품질보증 활동의 기준이 되고 군수품간 상호운용성 및 호환성을 높여 관리 비용을 절감하고 획득기간을 단축하는데 기여한다.

다만, 국방규격이 필요하지 않은 품목까지 국방규격을 제정·관리할 경우 민간의 우수한 상용품을 군에서 사용하기 어려워지고 행정적 부담도 커지는 만큼 국방규격은 필요 최소한으로 제정·관리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 국방규격 제정·관리의 업무가 방대하고 세분화돼 있으며 그 내용도 전문적·기술적 용어와 도면 등으로 상당한 지식이 요구돼 다루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국방규격을 제정·관리하는 업무는 비선호 업무로 인식해 부실한 국방규격 제정·관리로 인한 문제가 계속 발생하는 등 전반적인 점검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감사 이유를 밝혔다.

표준품목, 2013년 일괄 지정 목록 하나도 안 바뀌어

실제 지난해 11월 25일부터 같은 해 12월 17일까지 감사에서 방위사업청 등 9개 기관에 대해 국방규격 제정 및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는지 감사한 결과, 군수품 품목지정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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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규격 등을 만족해 경쟁조달이 가능한 표준품목의 경우, 2013년 방사청이 1309개 군수품을 표준품목으로 지정한 이후 충격식 뇌관 등 2개 품목만 추가되고 이외 변경이 이뤄지지 않았다. 감사원은 “야간표적지시기, 개인화기 야간조준경, 풍향풍속계의 경우 성능, 가격면에서 우수한 상용품이 다수 존재하고 있는데도 이에 대해 상용전환 필요성 검토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장비가 도태되거나 규격이 폐지됐는데도 KDSIS에 표준품목으로 등록된 현황과 같이 해상작전헬기(ALT-Ⅲ), 현무는 무기 체계가 전량 도태돼 운용하지 않고 있는데도 표준품목으로 지정돼 있었다. 20mm(V) 함포 등 30개 품목은 국방규격이 폐지됐는데도 그대로 표준품목으로 지정돼 있었다.

군수품을 식별하기 위한 재고번호도 표준품목은 1311개 품목 중 586개품목(44.7%), 상용품목은 3,285개 품목 중 965개 품목(29.4%)만 명시되어 있어 각 군에서 조달하려는 품목이 표준품목인지 상용품목인지 확인이 제한되는 등 KDSIS 품목지정 정보의 활용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민간의 우수한 제품 등을 조달한다는 취지의 상용품목의 경우, 오히려 국방규격이 발목을 잡고 있었다. 방사청은 각군에서 기본적인 사양과 최소한의 요구성능을 포함한 구매요구서가 아닌 제조방법과 특정 설계요구조건 등을 포함해 과거에 제정된 국방규격으로 상용품목을 조달요구하고 있었다.

그 결과 해군 함정에서 운용 중인 연료유·윤활유 정유기는 2012년 표준품목에서 상용품목으로 전환됐으나, 해군에서 국방규격이 활성화돼 있다는 이유로 국방규격 조달을 요구하자 방사청은 품목 지정 현황을 확인하지 않은 채 군이 요구한 국방규격으로 입찰공고했다.

방사청 관계자는 “국방규격이 한 번 만들어지면 30~40년이 사용되는데 KDSIS 노후화, 군 조직 개편에 따른 담당자 부재 문제 등으로 관리가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며 “올해부터 내후년까지 KDSIS 고도화 작업을 착수, 감사원에서 지적한 부분을 반영해 군수품 조달 현황관리 효율성을 높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성능 미비점 나타났는데도 국방규격 안 고쳐

국방규격 자체가 미비한 사례도 발견됐다. 감사원이 우리 군이 운용하고 있는 군용 차량 중 차륜형 차량 49종의 국방규격을 확인한 결과, 저속에 대한 제동편향 시험 기준이 있는 규격은 10종에 불과했고, 고속에 대한 제동편향 시험기준이 있는 규격은 1종뿐이었다.

같은 기관에서 개발한 차 중 먼저 개발한 차량에는 제동편향 시험기준이 있으나, 오히려 나중에 개발된 차량의 국방규격에는 관련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거나 같은 계열의 차량도 국방규격 내용이 각각 다르게 제정된 사례도 있었다.

이처럼 차륜형 차량의 국방규격이 일관된 기준 없이 다르게 설정되고 있는 이유에 대해 감사원은 현재 어떠한 차량도 소요 결정 단계에서 제동편향에 대한 방지성능을 요구하도록 돼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 결과 방사청은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차륜형 장갑차를 개발하면서 제동편향 방지 성능을 반영하지 않고 2016년 5월 국방규격을 제정했다. 그 결과 양산단계 중 해당 차량이 2019년 8월 고속주행(70km/h~80km/h) 중 제동하다가 차량 후미가 심하게 미끄러지며 차선을 이탈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결국 방사청은 사후적으로 이를 개선하고 2020년 5월 국방규격을 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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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륜형 장갑차 국방규격은 개정됐지만, 다른 차량으로는 이어지지 않았다.국방부, 합동참모본부, 방사청 등은 전력지원체계, 무기체계에 해당하는 차륜형 차량 획득을 위한 소요 결정을 하면서도 연구개발 및 규격화 과정에서 이를 반영하지 않았다.

감사원은 “현재 양산되고 있는 군용 차륜형 차량이 제동편향 성능에 대한 고려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 제동 시 차선 이탈 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감사원 지적에 방사청, 육군, 합참 등은 감사 결과를 받아들이며 이에 대한 대책 마련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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