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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준호처럼, 이용규처럼… 거인군단 돌격대장 황성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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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롯데 자이언츠 황성빈.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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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인 군단에 돌격대장이 나타났다. 스피드와 투지로 가득 찬 외야수 황성빈(25)이 그라운드를 휘젓고 있다.

롯데는 10개 구단 중 가장 느린 팀이다. 지난해 팀 도루 최하위(60개)였고, 올해도 28개로 가장 적다. 베이스에서 상대 투수와 야수들을 괴롭히는 선수가 없었다. 이대호, 전준우, 안치홍, 한동희처럼 강타자들은 있지만 '2%'가 부족했다.

그런 롯데에 소금 같은 선수가 나타났다. 바로 프로 3년차 황성빈이다. 황성빈은 지난달 5일 1군에 올라왔고, 첫 선발 출전한 14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에서 멀티히트(4타수 2안타)를 기록했다. 최근에는 2번 타자로 꾸준히 나서고 있다. 시즌 타율은 0.298(27일 기준). 최근 27경기 연속 출루 행진도 이어가고 있다. 내야안타(15개)는 1위. 타석에선 기습번트로, 루상에선 도루(6개)로 상대방을 긴장시킨다. 래리 서튼 롯데 감독은 "자신의 강점을 잘 살리고 있다"고 칭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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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자이언츠 황성빈.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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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사직구장에서 만난 황성빈은 "아직 1군 선수라 생각하진 않는다. 팀 득점에 도움이 되고 열심히 하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기 전 감독님은 '준비됐냐. 오늘도 달려보자'고 한다. 뛰는 건 자신있다. 내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걸 보여주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최근 활약에 대해선 "노린 공을 쳤을 때 처음보다 파울이 되는 횟수가 줄었다. 타석에서도 여유가 생겼다. 급할 필요 없이 나쁜 공에 손대지 않고, 노린 공만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고 했다.

황성빈은 롯데 팬들에게도 낯선 얼굴이다. 2020년 드래프트에서 지명된 뒤 1년도 되지 않아 그해 4월 군입대했기 때문이다. 롯데는 스피드 보강을 위해 발빠른 외야 자원을 모으고 있었고, 성민규 단장은 대졸인 황성빈에게 입대를 권유했다. 제8기계사단에서 포병으로 복무한 황성빈은 지난해 가을 전역했고, 올해 꿈에 그리던 1군 무대에 데뷔했다.

황성빈은 "군대에선 그라운드에서 야구를 못하고, 보는 것만 할 수 있었다. 같이 입단한 동기, 대학 국가대표에서 함께 뛴 친구들이 뛰는 걸 지켜봤다. 그래도 생각할 시간이 많았다. 열심히 하면 기회가 올 테니 '첫 번째 기회를 놓치지 말자'고 생각했다"고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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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외야수 황성빈. [사진 롯데 자이언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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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마음을 담아 헬멧에도 한 자 한 자 글씨를 새겼다. '실패가 불가능한 것처럼 생각해라', '나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 강하다'는 내용이었다. 황성빈은 "타석에 들어가기 전에 나를 강하게 만들게 필요했다"며 "(비속어 표현을 쓴 건)사실 그냥 해도 되지만, 나를 더 적극적으로 만들어줄 게 필요했다"고 웃었다.

굳게 새긴 다짐처럼 그는 그라운드에서 몸을 아끼지 않는다. 첫 선발 출전 경기에선 허슬 플레이를 하다 벨트가 끊어지기도 했다. 유니폼은 항상 흙으로 더럽다. 전력질주하다 헬멧이 벗어지는 일도 잦다. 화끈한 부산 팬들이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선수다.

그런 그를 보면 자연스럽게 키움 히어로즈 이용규가 떠오른다. 강렬한 눈빛, 크지 않은 체구에서 뿜어나오는 에너지가 닮았다. 황성빈은 "그런 이야기를 들었지만 너무 큰 과찬"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닮고 싶고, 배우고 싶은 선배인 것도 틀림없다. 28일 사직 두산 베어스전에선 이용규처럼 10구 승부를 벌인 뒤 두산 선발 이영하로부터 안타를 때려냈다. 황성빈은 "키움과 경기에서 이용규 선배를 보는데 너무 멋있었다. 끈질기게 공을 커트하고, 나쁜 공을 골라내 볼넷을 나간다. 상대 팀 입장에서 짜증나지만, 쉽게 죽지 않는 건 팀에 도움이 된다. 그런 선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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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외야수 황성빈. [사진 롯데 자이언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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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튼 감독은 황성빈을 보면서 또다른 선수를 떠올렸다. 롯데 자이언츠와 현대 유니콘스에서 활약한 전준호 롯데 코치다. 서튼 감독은 2005~06년 현대에서 전 코치와 함께 뛰었다. 전 코치는 프로야구 통산 최다 도루(549개)를 기록한 레전드다.

공교롭게도 황성빈은 전준호 코치의 가르침을 받았다. 올 시즌을 앞두고 전 코치가 롯데 퓨처스(2군) 팀에 합류해 전지훈련을 함께 갔고, 1군에 올라오기 전까지 지도받았다. 최근엔 전 코치가 가르쳐준 주루 플레이를 경기에서 선보였다.

황성빈은 "2군 캠프 때 전 코치님이 투구 전에 2루에서 스타트하는 걸 연습했다. (23일 KIA전에서)그걸 성공한 뒤 전화도 주셨다. 내게 좋은 점을 더해주신 거라 감사하다"고 했다.

딱 하나 아쉬운 건 수비다. 황성빈은 "수비는 한숨만 나온다. 다 아쉽다. 잡는 것, 던지는 거 모두 부족하다"면서 "김평호, 나경민 코치님과 연습을 많이 하고 있다. 좋아지겠다"고 했다. 이어 "아직 대단한 선배들에게 비교될 정도는 아니다. 그래도 그런 말을 계속 들을 수 있도록 실력으로 인정받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부산=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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