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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최저임금 인상과 갈등

내년 최저임금 9620원…노동계 “물가 올라 실질임금 삭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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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물가상승률 4.7% 전망

460원 인상효과 크지 않아

최저임금 결정 계산 방식에

생계비 반영 지표없어 논란


한겨레

30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8차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을 9620원으로 의결한 뒤 근로자 위원인 이동호 한국노총 사무총장이 회의장을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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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도 적용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460원(5.0%) 오른 9620원으로 결정하자 노동계에선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실질임금이 삭감된 것”이라며 반발했다. 특히 공익위원안으로 결정된 이번 최저임금 인상률 ‘셈법’이 지난해와 동일해 최저임금 심의 무용론도 제기됐다.

노사 공방 속에 이뤄진 이번 최저임금 심의의 핵심쟁점은 ‘물가’였다. 노동자위원들은 “월급 빼고 다 올랐다. 최저임금도 올라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고, 사용자위원들은 “물가인상률이 낮을 때 이미 최저임금을 많이 올렸다”며 반박했다. 결국 공익위원안으로 통과된 2023년 최저임금은 올해 대비 인상률 5.0%로, 정부·한국은행·한국개발연구원(KDI)이 전망한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 평균인 4.5%보다 불과 0.5%포인트 높다. 그러나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지난해 같은 달보다 5.4% 올랐고, 지난달 16일 한국은행이 올해 물가상승률이 4.7%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어 최저임금 적용 노동자들은 실질임금 삭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날 민주노총 소속 노동자위원 4명은 사실상 임금 삭감이라는 이유로 표결에 참여하지 않고 회의장에서 퇴장했다.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임금이 인상되는 것이 아니라 동결을 넘어서서 실질임금이 삭감되는 수준”이라며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까지 더해 저임금노동자들의 삶이 더욱 힘들어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19년까지 최저임금법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산입법위’에서 제외됐던 정기상여금과 식대·교통비 등 복리후생성 금품이 내년부터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모두 포함되므로 이를 고려하면 최저임금 인상이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이번 최저임금 인상률 결정 산식이 지난해와 똑같은 형태로 유지됐다는 점 역시 주목할 대목이다. 공익위원이 제시해 의결된 최저임금안은 정부·한국은행·한국개발연구원이 각각 전망한 올해 경제지표 평균값을 조합했다. 경제성장률(2.7%)에 물가인상률(4.5%)을 더한 뒤 취업자증가율(2.2%)을 뺀 ‘이론 임금인상률’을 최저임금에 적용한 것이다. 이론 임금인상률은 역대 최저임금 심의에서 주요지표로 활용되긴 했지만, 최저임금법의 최저임금 결정기준인 생계비·유사노동자 임금·소득분배율 등을 반영할 수 있는 다른 지표 없이 이 지표로만 최저임금이 결정된 것은 지난해에 이어 두번째다. 지난해 인상률 역시 5.05%로 올해와 비슷하다. 노동자위원들은 최저임금법의 최저임금 결정기준 첫번째로 언급되는 것이 생계비임을 들어, 최초 제시안부터 수정 제시안에 이르기까지 매번 생계비를 근거로 인상률을 내놓았지만, 공익위원안에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한편, 이런 ‘기계식 셈법’이 계속 유지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이 선거 과정에서 최저임금의 업종별·지역별 구분이 필요하다는 언급을 여러 차례 해왔고,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들이 업종별 구분적용과 생계비에 관한 연구를 정부에 권고했기 때문이다. 현재 최저임금법은 업종(사업)에 따른 최저임금 구분적용이 가능하도록 규정돼있지만, 최저임금 제도 시행 첫해인 1988년을 제외하고 한 번도 구분적용이 이뤄진 바 없다. 사용자위원들은 올해에도 구분적용을 요구했지만 불발됐다. 하지만 공익위원의 ‘연구 권고’를 받은 정부가 구분적용 ‘가능’ 결론을 낸다면, 이후 최저임금 심의에서는 구분적용이 이뤄질 가능성도 없진 않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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