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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살해 후 극단선택…법원은 "동반자살 아닌 살인" 질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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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유나 양 일가 타살 흔적 없어…비슷한 비극 되풀이

법원, 유사 사건 부모들에 "자녀를 소유물로 여기지 말라"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전남 완도 앞바다에서 인양된 조유나(10) 양 가족 시신에서 타살 흔적이 발견되지 않으면서 부모가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과거 비슷한 비극적 사례들에서 법원은 부모가 어린 자녀를 살해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것은 살인일 뿐 '동반자살' 등의 표현으로 감쌀 수 없다고 강조해왔다.

30일 법원 등에 따르면 자녀를 살해하거나 미수에 그친 뒤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가 살아남은 부모가 살인 또는 살인미수죄로 재판에 넘겨져 유죄를 선고받은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연합뉴스

실종된 조유나 가족 차량 인양
지난 29일 오전 전남 완도군 신지면 송곡선착장 인근 방파제에서 경찰이 10m 바닷속에 잠겨있는 조유나(10)양 가족의 차량을 인양하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 빚 때문에, 스트레스 때문에…'가족 살해 후 극단적 선택'

남편과 이혼하고 홀로 일곱 살짜리 아들을 3년 넘게 양육하던 A씨는 2020년 12월 집에서 아들을 데리고 극단적 선택을 하려다 실패하자 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직장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며 전 남편이 보내주는 양육비 월 70만원으로 생계를 꾸리면서 스트레스 속에 우울증과 불안, 불면증에 시달렸다.

그는 수사 기관에서 "다른 가족들의 사랑을 받지 못하는 아이가 나처럼 우울한 삶을 살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1심을 맡은 울산지법 형사합의12부(황운서 부장판사)는 A씨에게 징역 4년 6개월을 선고했고, 항소심 재판부인 부산고법 울산 형사1부(박해빈 부장판사)는 형량을 감경해 징역 4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B씨는 2020년 4월 아내와 함께 온 가족이 극단적 선택을 하기로 했다가 홀로 살아남았다. 이 일로 아내와 67세의 어머니, 열두 살짜리 아들이 숨져 B씨는 존속살해, 살인, 자살방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아내가 운영하던 업체가 30억원에 달하는 빚을 지고 빚쟁이들이 집까지 찾아와 독촉했고, 아내가 반복해서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자 B씨도 결국 동조하면서 벌인 일이었다. 그는 징역 17년형이 확정됐다.

C씨는 작년 2월 두 자녀를 데리고 경기도의 한 호텔 객실 화장실에서 여섯 살짜리 아들을 흉기로 찌른 뒤 자해했으나 일곱 살짜리 딸이 불러온 호텔 직원에게 발견돼 아들과 자신 모두 목숨을 건졌다.

경제적 문제 등으로 갈등을 겪던 남편과 별거하던 C씨는 홀로 두 아이를 기르다가 생활고와 스트레스에 시달린 끝에 범행을 결심했다. 그는 미리 흉기를 준비하고 아들에게 '숨바꼭질을 하자'며 화장실로 데려가 눈을 가린 뒤 범행했다.

수원지법 형사합의3부(당시 이규영 부장판사)는 C씨의 살인미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4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역시 판단을 유지했고, 상고 없이 판결이 확정됐다.

연합뉴스

실종 차량에서 시신 수습
지난 29일 전남 완도군 신지면 송곡선착장 부근에서 경찰이 10m 바닷속에 잠겨있는 조유나(10)양 가족의 차량을 인양한 뒤 조양 가족으로 추정되는 시신을 수습하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 법원 "자녀를 소유물로 여기는 그릇된 인식" 질타

이처럼 자신의 극단적 선택을 염두에 두고 홀로 남겨질 자녀를 살해하는 범행이 발생할 때마다 법원은 "죄 없는 자녀를 살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C씨 사건의 1심 재판부는 "우리 사회는 그간 이 같은 유형의 범죄에 '부모가 오죽했으면'이라는 온정적 시각으로 '동반자살'로 미화해왔지만, 자녀를 보호·양육해야 할 책임이 있는 부모가 자녀를 부모의 소유물로 여기는 그릇된 인식과 자신이 죽은 후 자녀의 삶이 불행할 것이라 단정하고 책임진다는 잘못된 판단만으로 아무 죄도 없는 자녀를 살해하려 한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 재판부는 또 "자녀의 인권을 무시한, 부모의 일방적인 선의로 포장된 극단적 형태의 아동 학대"라고 덧붙였다.

A씨 사건의 1심 재판부 역시 "자신이 낳아 사랑으로 기른 자식의 목숨을 스스로 거둔 것으로, 생각할수록 몹시 참혹해 차마 언급조차 꺼려지는 바가 있다"며 "기르는 자식의 목숨을 부모가 함부로 하는 행위는 어떤 이유로도 일말의 이해를 얻을 수 없는 바, 천륜을 거스른 범행의 죄책은 매우 무거우므로 피고인이 응분의 형을 감당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일가가 숨진 B씨 사건의 2심 재판부는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며 가족을 살해하는 이른바 '가족동반자살'을 기도하는 것은 가족을 별개의 인격체가 아닌 자신의 소유물로 여기는 그릇된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우리 사회에서 유사한 사건이 반복되지 않도록 엄중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국가와 사회 책임 묻지 않을 수 없어" 지적도

다만 이들 개개인의 범행을 온정적으로 바라볼 수 없다는 점과 별개로 이들이 극단적 결심에 이르기까지 국가와 사회가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는 반성도 각 사건 재판부의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

A씨의 1심 재판부는 "피고인과 같은 사회적 약자가 극단적 결심에 이르기까지 우리 공동체가 충분한 관심을 기울였는지 성찰할 필요도 있다"고 양형 배경을 설명했다.

'어떤 양형 이유'의 저자인 박주영 부장판사는 2020년 5월 비슷한 사건의 1심 판결을 맡아 양형 이유에서 사건에 관한 안타까운 소회를 털어놓으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박 부장판사는 당시 양형 이유에서 "부모의 범행을 온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에 동의할 수 없음에도, 사건의 원인을 부모의 게으름, 무능력, 나약함 등에서 비롯한 개인적 문제로만 치부해버리는 시각 역시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가정에 죽음의 그림자를 드리운 근본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비극은 언제든 재발할 우려가 있다"며 "아동보호를 위한 제도와 사회적 안전망을 다시 한번 돌아보고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jae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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