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광풍은 대체 어디서부터 기인한 걸까. 코로나19로 억눌린 소비 심리가 해외 명품 등 고가 상품을 구매하는 이른바 ‘보복 소비’로 전환된 것을 꼽을 수 있다. 과거에는 베블런 효과(특정 계층의 과시 욕구로 인해 소비재 가격이 오름에도 수요는 오히려 증가하는 현상)가 우위를 점했다면 최근에는 파노플리 효과(특정 계층이 소비하는 상품을 구입해 해당 계층에 자신도 속한다고 여기는 현상) 등이 강세를 보이며 명품 소비를 자극하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또 유명 연예인 뿐만 아니라 유튜버, 인플루언서 등의 명품 하울, 언박싱 등 개별 소비자들의 명품에 대한 접근성이 강화되고, 특히 자신을 위한 소비에 돈을 아끼지 않는 포미족, 미코노미 등 명품을 대하는 태도 역시 바뀌면서 명품 소비에 불이 붙은 것이다.
여기에 롯데·신세계·현대 등 백화점 3사가 명품을 앞세워 매출 전쟁을 벌이고 있고, 경쟁 업체가 확보하지 못한 명품 브랜드를 입점시키기 위해 또 집객력 높은 명품을 들여오기 위해 각축전을 펼치고 있다. 이렇다보니 명품 브랜드들의 콧대는 높아질 수 밖에 없고, 공급자 우위의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다. 실제 명품 브랜드들은 높은 판매 비중을 무기로 백화점 판매 수수료도 국내 브랜드에 비해 낮게 책정되고 있다. 백화점에 입점한 국내 브랜드는 판매액의 20% 이상을 수수료로 지급한다. 반면 명품 브랜드는 10%대에 불과하다. 3대 명품으로 꼽히는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는 더욱 적은 수수료를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전 안내도 없이 가격을 인상하고 명확한 인상 이유도 밝히지 않는데, 백화점도 마땅한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다. 명품 브랜드가 백화점 규모를 늘리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소비자들을 호갱(호구 고객)으로 취급한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나올만하다. 속담에 ‘공짜면 양잿물도 마신다’는 말이 있다. 전염병처럼 번지는 명품 중독 세태와 딱 맞아 떨어지는 말이다. 외관은 겉모양일 뿐, 온 몸에 두른 명품이 그 사람의 인격까지 고매하게 만들지는 못한다. 다른 나라 좋은 일 시키는 명품 중독은 이 정도에서 그쳐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소비자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명품 브랜드들의 배짱 영업을 다스릴 수 있는 건전하고 합리적인 소비 문화의 정착이 절실하다. 그래야 국내 기업들도 명품 브랜드를 키워낼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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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호 유통경제부장 |
이광호 기자 k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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