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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과이익 세금 환수하라"…정유업계, 2Q 역대급 실적 예고에도 '가시방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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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값 고공행진에 정유사 '횡재세' 논란부터 담합 점검까지

[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고유가에 따른 정제마진 강세로 국내 정유사들이 호황을 누리며 2분기 역대급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정부가 정유업계의 담합행위 점검에 들어가고 일각에선 정유사들의 초과이익 환수를 위한 소위 '횡재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는 등 고강도 압박에 부담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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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1일부터 유류세 인하 폭이 30%에서 37%로 확대 적용된다. 30일 오전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휘발유와 경유 가격 안내판이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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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6월 넷째 주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배럴당 29.5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직전 최고치인 지난주 24.41달러보다 5.09달러나 치솟은 것으로,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정제마진은 정유사가 원유를 정제해 나온 휘발유나 경유 등 제품을 팔아 남긴 차익을 의미하기 때문에 정유사 실적의 바로미터로 활용된다. 통상 배럴당 4~5달러를 넘어야 손익분기점으로 보는데, 현재는 그보다 6배가량 높다. 올해 1~2월 만해도 정제마진은 배럴당 5~7달러에 머물렀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본격화하며 급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 기름값도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기준으로 휘발유 전국평균 가격은 L당 2천144.11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휘발유 가격을 진작 넘어선 경유가격도 L당 2천166.77원으로 사상 최고다.

정제마진이 초강세를 이어가며 국내 정유사들은 2분기 역대급 호실적이 예상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이 전망하는 SK이노베이션의 2분기 영업이익이 평균 전망치는 1조1천569억원이다. 지난 5월 추정치(9천392억원)보다 한달 만에 2천177억원이나 늘어난 수준이다.

S-Oil의 2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9천304억원으로, 지난 5월 8천21억원보다 1천283억원 증가했다. 비상장사인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도 2분기 큰 폭의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

정제마진 초강세가 이어지며 정유사들도 정제설비 가동률을 끌어올려 현재 90%가 넘는 정제설비 가동률을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역대급 실적 예고해도 정유사들은 오히려 가시방석이다. 정부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정유사들의 초과이익을 세금으로 환수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서다. 정부는 정유업계가 유가 상승 분위기에 편승해 불공정행위로 부당하게 가격을 올리지 않았는지 등을 조사하겠다며 강하게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오는 1일부터 유류세 인하 폭을 30%에서 법상 최고 한도인 37%로 더 늘린다.

이에 따라 1리터(L)당 휘발유는 57원, 경유는 38원의 세금이 추가로 인하된다. 유류세가 100% 적용될 때와 비교하면 1L당 유류세는 휘발유 304원, 경유 212원이 낮아진다.

앞서 정부는 천정부지로 치솟는 기름값 부담을 덜기 위해 지난 11월 12일부터 유류세를 20% 인하해왔고, 지난달부터는 인하 폭을 30%로 확대해 적용해 왔다. 그러나 석유제품 가격의 고공행진이 이어지며 유류세 인하 효과가 미미하자 추가로 인하 폭을 확대키로 한 것이다.

특히 유류세 인하 조치의 체감 효과가 미미하자 담합 등 정유사와 주유소의 불공정 행위도 현장 점검하겠다고 나섰다. 국제유가 상승과 환율 급등 등 외부 요인이 크지만 정유업계가 유류세 인하분을 판매가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있어 유가 상승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는 의혹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초과이익 환수 주장까지 나온다. 고유가에 따른 정제마진으로 정유사가 이익을 봤기 때문에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른바 '횡재세' 도입 주장이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와 김성환 정책위의장,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 등은 정유사의 고통 분담을 요구하며 초과 이익을 최소화하거나 기금 출연 등을 통해 환수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잇따른 물가 인상에 대한 국민여론을 피하기 위해 정치권이 꺼내든 카드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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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가 상승에 따른 정제마진 확대 등에 힘입어 국내 정유사들의 2분기 실적 호조가 예상된다. 사진은 SK이노베이션 울산공장. [사진=SK이노베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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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정치권의 움직임에 정유업계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한국은 비산유국으로 국내 정유사들은 원유를 구입해 석유제품을 생산하는 만큼 원가 상승분을 고스란히 떠안는 구조로 정제 마진이 원유 생산국의 생산 업체들만큼 크지 않다.

특히 최근 국내 정유사의 실적 호조는 주로 유가 상승에 따른 재고 관련 이익이다. 지난 1분기 정유업계의 영업이익의 약 40%가 재고관련 이익이었는데, 이는 유가가 하락세로 돌아가면 다시 손실로 처리해야 한다. 장부상 이익에 불과한 것이다.

조세 형평성에도 어긋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내 정유사가 지난 2014년과 2020년 대규모 손실을 기록할 당시 정부의 지원과 적자 보전은 전혀 없었는데, 최근 고유가에 따른 일시적 고수익에 '초과 이익 환수' 등 추가적인 과세를 한다면 조세 형평성에 위배되고, 정유사의 투자와 생산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업계는 고유가로 인한 소비자 부담을 덜기 위해 일부 손실을 감수하면서도 정부의 유류세 인하에 맞춰 직영주유소와 저유소 출하가격을 즉시 인하하는 등 정부 정책에 협조하기로 했다.

대한석유협회는 다음 달 1일 유류세 인하 확대 시행일부터 인하분을 즉각 반영해 공급하고, 직영 주유소도 즉시 가격을 인하할 계획이다. 석유유통협회, 주유소협회 등 석유사업자 단체들도 정부의 유류세 인하 확대 취지에 공감하며 정유사의 공급가격 하락분이 대리점 및 주유소 판매가격에 최대한 조속히 반영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하기로 했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정부의 유류세 확대 인하 효과가 조속히 소비자 혜택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일반 자영주요소 가격의 신속한 인하를 위해 가격 모니터링 강화와 주유소 계도 등 기간 단축과 물가 안정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종성 기자(star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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