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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최저임금 인상과 갈등

1인가구 ‘1만552원’ 필요한데 ‘9620원’…‘최소생활’ 모자란 최저임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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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기준 220만5432 필요한데

최저월급은 201만580원 그쳐

1인 아닌 가구당 최소 생활비는

시간당 1만3608원, 월 284만4072원

최임위선 ‘인상율’ 줄다리기만

최소생활 보장 제도 취지 무색


한겨레

30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8차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을 9620원으로 결정됐다. 박준식 위원장(오른쪽)과 노동자 위원인 이동호 한국노총 사무총장이 모니터 앞에서 마주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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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율은 5.0%로 제안했습니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 2.7%에 올해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치 4.5%(한국은행 기준)를 더하고 올해 취업자증가율 전망치 2.2%를 뺀 값입니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시급 9620원(월급 209시간 기준 201만580원)으로 결정된 지난 29일 밤,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 공익위원 간사인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는 기자들을 만나 공익위원들이 제시한 ‘절충안’의 구체적 근거를 이렇게 설명했다. 앞선 회의에서 노사가 타협점을 찾지 못하자, 이날 공익위원은 가능한 임금 인상 범위를 9410원(현행보다 2.73% 인상)∼9860원(현행보다 7.64% 인상)으로 제시했고, 중간값인 9620원(5.0% 인상)을 타협안으로 제안해 표결에 부쳤다. 이는 노동자위원들이 제시한 ‘현행보다 10.0% 인상’안과 사용자위원의 ‘현행보다 1.81% 인상’안의 절충선이기도 하다.

이렇게 적정 인상율을 찾는 방식으로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방식은 최저임금 제도 취지와 얼마나 부합할까? 최저임금법을 보면 이처럼 노-사-정이 ‘인상율 접점 찾기’ 식으로 최저임금을 정하는 것은 제도 취지에 맞는 방식은 아니다.

최저임금법을 보면 최저임금제도의 법적 취지는 “노동자 임금의 최저 수준을 보장해 노동자 생활 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꾀하는 것”이다. 즉 시장에서의 낮은 지위로 인해 사용자와 임금교섭이 거의 불가능한 저임금 노동자를 대신해 최소한의 임금 하한선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이런 법 취지대로라면 노동자가 최소한의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비용(생계비)을 추산해야 한다.

최임위도 심의 초반에는 이런 사항을 고려한다. 최임위는 매년 연구용역을 통해 무주택 1인 가구 노동자(비혼단신근로자)가 전년도에 실제로 쓴 생계비를 확인하며, 노동자위원은 이에 더해 부양가족이 있을 경우도 함께 고려한 ‘가구 생계비’를 조사하기도 한다. 최임위가 확인한 비혼단신근로자 실태 생계비는 지난해 기준 220만5432원으로, 시급으로 환산하면 1만552원이다. 민주노총이 조사한 ‘가구 생계비’는 시간당 1만3608원(284만4072원)으로 그 차이가 더 크다. 그러나 현행 최저임금이 1988년 제도 시행 이래 34년 동안 1만원도 근접하지 못하다 보니, 생계비를 기준으로 한 논의는 사실상 불가능했다.

필요 금액의 절대 기준이 세워지지 않으니 노사 입장 차도 크게 벌어졌다. 예를 들어 올해 노동자위원은 적정한 최저임금 수준으로 1만890원(현행보다 18.9% 인상)을 제시하고 사용자위원은 9160원(현행 동결)을 제시했다. 양쪽의 차이는 1만80원(현행보다 10.0% 인상)과 9330원(현행보다 1.86% 인상) 으로 좁혀지긴 했지만 여전히 차이가 컸다. 결국 양쪽의 입장 차를 좁히기 위한 ‘심의촉진구간’을 공익위원이 제시하고 그 안에서 다시 타협안을 찾는 과정에서 인상율 줄다리기로 귀결되고 만 것이다.

최저임금의 결정 근거도 매년 일관되지 않았다. 지난해와 올해는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에 취업자 증가율을 빼는 식으로 정했다. 2020년에는 같은 요소에 취업자 증가율을 빼는 대신 ‘노동자 생계비 개선분’을 더했고, 2018년에는 ‘협상 배려분’과 ‘소득분배개선분’ 등 전에 없던 항목을 새로 만들어 넣기도 했다. 일각에서 “사실상 노사가 수용할 만한 인상율을 먼저 정한 뒤 끼워맞춘다”고 의심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이 때문에 노동자 생계비를 핵심 기준으로 삼는 논의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정아 한국고용정보원 부연구위원은 <한겨레>와 통화에서 “최임위는 매년 ‘최저임금으로 생활이 가능하냐’보다 ‘인상율을 얼마로 할 거냐’ 위주로 논의해 왔다”며 “소비자들이 기름값 올랐는지 볼 때 `1리터당 얼마인지'를 보지 `인상율이 몇퍼센트인지' 보는 게 아니지 않느냐. 최저임금도 인상율이 아닌 `이 돈으로 생활이 가능한지'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 부연구위원은 이어 “최저임금을 한꺼번에 생계비 수준으로 끌어올리지 않더라도 ‘현행 최저임금을 10년 안에 생계비의 80% 수준으로 올리겠다’는 식으로 장기 계획을 세워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최근 최저임금이 1만원에 근접하며 실태생계비 시급(1만553원·2021년 기준)과도 가까워지는 만큼, 생계비를 기준으로 하는 최저임금 인상 논의도 현실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최임위도 지난 21일 사용자위원이 요구한 ‘최저임금 업종별 구분적용’ 안건과 함께 노동자위원이 요구해 온 ‘최저임금 결정에 생계비 적용’안을 연구용역할 것을 노동부에 권고했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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