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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 40명에 전화 돌렸는데…"문자폭탄 무섭다" 침묵하는 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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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 이후 더불어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은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를 성토하는 글로 도배가 됐다. 박 원내대표가 국회 정상화를 위해 국민의힘에 법사위원장직을 내주겠다고 한 데 대한 비난의 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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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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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원내대표를 겨냥한 글중엔 “협치같은 현실성 없는 소리 그만하라”, “단독 국회 개원을 당론 채택하라”는 요구는 물론, “역사에 죄인으로 남을 것”, “배신자 XXX” 등 욕설도 적지 않았다. 특히 박 원내대표의 휴대전화 번호를 공개하며 “게시판을 잘 안 본다고 하니, 문자를 보내자”고 독려하는 글도 많았다.

이에 대해 박 원내대표는 30일 오전 중앙일보와의 인터뷰 도중 자신의 휴대전화로 온 6200건의 문자 메시지를 보여주며 “대부분 ‘법사위 양보하지 마라’, ‘저쪽은 배째라는 식인데 왜 야당이 양보하느냐’는 내용”이라며 이를 “엄청난 압박”이라고 했다.

170석 거대 야당의 원내 사령탑마저 강성 지지층의 문자 공격을 ‘정치적 압박’으로 느낀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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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 들머리에 이재명 의원 지지자들이 보내온 화환들이 놓여있다. 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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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내에선 당원 게시판과 SNS 여론은 물론, 당의 입장을 정하는 공식 논의의 장인 의원총회에 대해서도 “강경파들의 욕설과 좌표찍기 등이 무서워 다수가 침묵하면서, 강경 세력들의 주장이 전체 의견으로 과포장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지난해 민주당의 원내 지도부를 맡았던 재선 의원은 1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강경파들의 요구로 ‘언론재갈법’으로 불린 언론중재법 강행처리에 무게가 실렸던 배경도 합리적 의견을 무조건 물어뜯는 강경파 때문이었다”며 “당론 채택을 결정할 의총 전날 의원 40명에게 전화를 걸어 강행처리에 신중해야 한다는 발언을 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대부분 ‘무서워서 못하겠다’며 난색을 표했던 기억이 생생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나마 의총 당일 몇몇 의원들이 신중론을 펴면서 당시 지도부는 간신히 의총 결과를 ‘지도부에 전권을 일임하기로 했다’고 발표하고 언론법 강행처리를 막았다”며 “그런데 당시 용기를 내서 신중론을 폈던 의원들은 어김없이 문자 폭탄에 시달려야 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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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29일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당시 원내대표와 국민의힘 김기현 당시 원내대표가 국회 언론미디어제도개선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재논의하는 내용의 합의문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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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문희상 전 국회의장은 지난달 본지 인터뷰에서 “다른 의견을 무시하고 나만 옳다고 여기는 것이 바로 독(毒)이고, 이러한 강성 당원들만을 보고 가는 정치자체가 민주당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이런 교만에서 독선과 내로남불이 나오고, 우르르 몰려다니면서 아무렇지 않게 말을 바꾸니 국민의 신뢰를 잃는 것이다. 신뢰를 잃은 정당은 정당이라고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팬덤정치’로 상징되는 강성 지지자들에 의한 여론 왜곡 현상은 8월 전당대회에서도 주요 쟁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강한 팬덤을 바탕으로 한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 프레임에 맞선 ‘97세대(90년대 학번ㆍ70년대 출생)’ 후보들이 팬덤정치의 근절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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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70년대생 당권주자로 평가받는 강병원(왼쪽부터), 강훈식, 박용진, 박주민, 전재수 의원.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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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원 의원은 출마 선언 전부터 재선 의원들과의 회동 등을 통해 “언어폭력, 욕설, 좌표찍기, 문자폭탄, 색깔론 등을 배타적 팬덤으로 규정하고 이에 대한 분명한 반대 입장을 천명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박용진 의원도 30일 출마 선언 이후 간담회에서 “더 이상 진영 논리를 위해 악성 팬덤과 정치 훌리건, 좌표부대에 눈을 감는 민주당이 돼선 안 된다”며 “민심이 우선하고 상식이 지배하는 민주당, 다른 의견을 포용하고 상대를 존중하는 민주당, 다시 자랑스러운 민주당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권에서도 강경론으로 흐르는 폐쇄적 의사 소통구조와 팬덤정치의 한계를 지적하는 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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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 박용진 의원과 이재명 의원이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96차 의원총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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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본지 통화에서 “지난 지방선거에서 호남의 전북 유권자들이 ‘김앤장’ 출신이자 민주당을 탈당해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를 지냈던 김관영 전북지사에게 82.11%라는 가장 높은 지지율을 보인 사실이 실제 민심이자 당심”이라며 “호남도 강경파들이 내세우는 이념적 선명성이 아닌 경제적 합리성을 최우선 가치로 여기고 있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광주시장 선거의 투표율이 37.7%로 전국 최하였다는 것은 강경론으로 치닫는 민주당에 대한 광주의 심판으로 해석해야 한다”며 “당이 민심과 동떨어진 강경론으로 흐르는데도 민주당 의원들이 문자폭탄 등을 핑계로 침묵할 경우 민심은 민주당 전체를 ‘처럼회’ 등에 암묵적으로 동조하는 집단으로 파악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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