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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공짜 점심은 없다"…나토 회의 계산서 정산할 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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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리스크'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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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박 5일간의 나토 정상회의가 끝났습니다. 우리나라로선 나토 정상회의 첫 초청이었던데다,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이후 첫 다자외교 데뷔 무대 였던만큼 일거수 일투족이 관심이었습니다. 대통령 귀국 직후 여당에선 "'가치 규범의 연대, 신흥 안보 협력 강화,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 세 요소가 달성된 성공적 일정"이었다는 평가가, 야당에선 "외교 초보 윤 대통령의 성급한 외교 행보"라는 우려가 교차했습니다만.. 이제 정치적 수사를 걷어 내고 정상회의 손익 계산서를 냉철하게 두드려 볼 때가 됐습니다.

이번 나토 회의 참석을 두고 대통령실이 내세운 성과를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다자회의에선 북한 문제에 대한 유럽 국가들의 공감대를 이끌어내고, 특히 한미일 정상회담에서는 대북 안보협력을 공고히("한미일 3자 간 북핵 대응을 위해 군사적 안보협력이 재개되는 게 바람직하다는 원칙론에도 합치를 봤다")하는 계기가 됐다는 것입니다. 북핵 문제의 공감대를 나누는 범위를 유럽으로 넓혔다는 점은 성과라 할 수 있겠습니다. 또, 양자 회의에선 우리나라 원전, 방산 등 분야의 우수성을 대통령이 직접 알리는 '세일즈 외교'를 펼쳤다는 점을 대통령실은 강조했습니다. 호주 등과 첨단 산업 소재, 희귀 광물의 공급망 협력을 약속하며 중국에 의존해 온 공급망의 다변화를 꾀했다는 점도 손익 계산서의 성과 항목으로 올라간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를 위해 우리가 지불한 게 무엇이냐는 것입니다. 일본, 호주, 뉴질랜드와 함께 우리 정부를 AP4로 나토로 초청한 것은 미국입니다. "공짜 점심은 없다"는 말이 그 어느 곳보다 더 적확히 통용되는 외교 무대인만큼 우리가 지불해야 할 초청비를 잊어선 안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입니다. 이 초청비를 계산하기 위해선 우선 이번 나토 정상회의가 어떤 의미인지부터 다시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나토 정상회의의 의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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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나토정상회의를 한 마디로 정의하면 탈냉전 시대에 종언을 고하고 신냉전 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 이렇게 말할 수 있겠습니다. 러시아와 중국에 대해 나토가 새롭게 정립한 입장 때문입니다. 지난 2010년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 러시아를 '전략적 파트너'로 명시하면서 끌어 안으려고 했던 나토는 12년 만에 러시아의 이 지위를 박탈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러시아를 "가장 심각하고 직접적 위협"으로 명시했습니다. 물론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입니다.

중국에 대해선 "중국의 명시적 야망과 강압적 정책이 나토의 이익, 안보, 가치에 도전한다"고 했는데요. 미국, 캐나다, 유럽국으로 구성된 나토가 원래 중국에 초점을 맞추지 않았던 걸 생각하면 큰 변화입니다. 게다가 "중국의 구조적 도전을 해결하겠다"는 독트린까지 발표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둘의 밀착이 나토의 가치와 이익에 반한다고 했는데 서방과 중러 간의 선명해진 진영 대립을 그대로 보여줬다는 평입니다. 국내 최고 나토 전문가인 이수형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SBS와의 인터뷰에서 "역사의 한 분기점으로 기록될 만한 회의였다"며 "자유 민주주의 체제와 권위주의 체제 사이의 신 냉전이 시작됐다"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신 냉전이 시작된 배경에는 물론 여러 원인이 작용했을 것입니다.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러시아와 서방의 대립, 트럼프 시대의 고립주의에서 벗어나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철군을 끝으로 중동에서 다시 아시아로, 특히 중국과의 전략 경쟁으로 눈 돌린 미국, 동남중국해에서의 중국의 공격적 확장 정책과 이에 대한 미국과 일본의 견제, 심화된 경제적 상호의존성과 첨단화 된 디지털 기술이 융합해 오히려 안보의 위기로 작동하는 이른바 '경제 안보 시대'의 도래 등 여러 원인들이 다층적으로 작용한 결과였을 것입니다. 이런 복잡한 일련의 흐름 속에 형성되고 있는 신 냉전 질서의 일종의 표지석 역할을 한 것이 이번 나토 정상회의였다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회의에서는 나토가 미국에게 중국을 견제하는 데 있어서 나토의 이름을 쓰는 것을 승인한 데 큰 의의가 있다고 했는데요. 그런데 영국을 제외한 다른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와의 대립, 지리적 이유 등으로 중국 견제에 직접 관여하긴 어려운 상황이니(독일과 프랑스 같은 국가는 대중국 견제 노선이 담긴 전략개념을 정할 때 수위 조절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미국이 아시아 태평양의 4개 우방국을 초청했다는 것입니다. 이수형 수석연구위원은 "아태 국가들을 불러 '나토'라는 모자를 씌워 일종의 반중 전선에 세운 것"이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우리로선 그간 미중 사이에서 견지해왔던 '전략적 모호성'을 '전략적 명확성'으로 전환한다는 걸 대외적으로 공표하는 자리였던 것입니다. 당연히 중국은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이로써 우리가 떠안 게 된 '중국 리스크'가 일종의 나토 초청비인 셈입니다.

미국 주도 질서에 올라탄 한국…중국 반발은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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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는 끝났고 후불로 정산할 비용만 남아 있습니다. 이 비용에 이자가 붙지 않도록 잘 관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중국에 경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시장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 시작 단계일 뿐 여전히 중국과 경제 의존성이 높은데다(우리 수출의 25%, 수입의 23%를 차지합니다.) 북핵 문제를 해결할 중요한 지렛대 하나를 잃을 수 있다는 점에서도 중국과의 관계는 여전히 중요한 관리의 대상입니다.

그러기 위해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우리가 우리의 전략 목적을 잘 정의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과 우리가 군사 동맹을 맺고 있지만 전략 목적이 같지 않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했습니다. 미국은 2017년 <국가안보전략서>에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 태평양' 개념을 공식 언급한 이래로 중국과의 전략 경쟁을 가장 중요한 외교 전략 중 하나로 펼치고 있습니다만 우리 목적은 어디까지나 한미 동맹 강화를 통한 북핵 문제 대응이 주요 목적입니다. 때문에 "미중 경쟁보다는 북핵 위협 대비 차원에서 나토와의 안보협력을 추진한다는 원칙을 갖고 핵의 비확산과 사이버 안보 분야에서의 협력을 추진하는 것이 좋다" (<나토 정상회담에 대통령을 초청한 배경과 한국-나토 협력 방향> 이수형·김성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외교전략연구실)는 제언이 나옵니다. 우리를 반중 전선에 세우고 싶어하는 미국에 무작정 끌려 가면 안 된다는 것이죠.

특히 우리 스스로 "탈중국이다", "중국 견제 전략이다" 이렇게 정의 내리거나 이를 공공연하게 내보이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그러니까 전문가들 조언은 "미국이 주도하는 질서에 올라타되, 노골적 반 중 깃발을 흔들지는 말아라" 라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울고 싶은 아이 뺨 때리지 말라"는 것입니다. 중국은 불만은 있지만 우방국들이 진영 별로 한 데 뭉치는 상황에서 우리만 콕 찍어 사드 때처럼 경제 보복을 할 명분이 현재로선 크지 않다는 게 공통된 전문가들의 평입니다. 명분이 부족하니 일단 우리를 주시할 것이고, 그러니 외교적 묘가 정말 중요한 시점이라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 최근 외교부에선 하나의 대중 메시지를 고집스럽게 내고 있습니다. IPEF에 참여할 때도, 나토 정상회의 참석할 때도 기자들의 '중국 견제 노선을 택한 것이냐', '중국의 반발은 어떻게 대처할 거냐'는 질문에 대한 답인데요. "특정 국가에 대한 견제나 배제를 목적으로 한 게 절대 아니다", "참여하지 않으면 우리 국익에 손해를 본다"라는 로우키 메시지를 지나칠 정도로 반복하고 있는 것입니다. 취재 기자로선 이런 태도가 답답할 때가 있지만 지금은 이런 일관된 메시지 발신이 필요한 때라는 게 전문가들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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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현재의 미중 경쟁 구도에서 우리의 지역 전략이 뭔지를, 우리가 우리의 국익에 맞게 새롭게 짜야 되는 것이 남겨진 숙제"라며 "지금 우리가 '반중 노선 명확히 했다' 이렇게 굳이 스스로 단정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외교적으로 바람직하지도 않고 얻을 수 있는 것도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미중 간에 충돌하는 영역이 아닌 분야에서는 한중 협력 사안들을 최고위급 교류, 한중 전략 대화 등을 통해 계속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고도 덧붙였습니다. 곧 있을 G20 외교장관 회의에서 한중 외교장관 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전문가들은 윤 대통령이 이번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며 참모회의에서 했다고 알려진 발언("마드리드는 한국의 인도 태평양 전략과 구상이 나토의 2022신전략 개념과 만나는 지점")이나, 최상목 경제수석비서관 발언("중국을 통한 수출 호황 시대는 끝났다")에 대해선 공통적으로 우려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너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겨냥하는 말이었다는 점에서 외교적으로 부적절했다는 것입니다. 국책 연구기관의 한 실장은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누가 봐도 중국을 겨냥한 발언으로 보이는 너무 나간 발언"이라고 SBS와의 통화에서 말하기도 했습니다. 최 수석 발언 이후 중국 관련 주식이 폭락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앞서 말했듯 나토 초청비는 후불입니다. '중국 리스크'의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면 그 피해는 오롯이 경제 활동을 하는 서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다자 외교 데뷔전에서 얻은 성과는 정부가 내세우고, 그 비용은 시민들에게 갚게 하지 않으려면 그 어느 때보다 정교하고 세밀한 외교적 접근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김민정 기자(compass@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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