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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정부 과기 정책 기조 '임무지향 연구개발' 무엇? [풀어쓰는 과학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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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난제 해결 위해 국가 역량 조정할 유연한 시스템 필요

(지디넷코리아=한세희 과학전문기자)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달 28일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 '2023년 국가연구개발사업 예산 배분 조정(안)'을 심의 확정했다. 24조 7천억원에 이르는 내년 연구개발 예산을 어떤 원칙에 따라 어디에 쓸지 밝히는 자료다.

윤석열 정부의 첫 연구개발 예산안이다. 새 정부가 추구하는 과학기술 정책의 우선순위가 반영돼 있다. 이런 의미를 가진 내년 예산 배분 조정안에 눈에 띄는 표현이 있다. 바로 '임무지향 R&D'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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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과기정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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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연구개발 R&D 예산 배분의 목표도 '미래 선도, 임무지향 R&D로 2030 과학기술 선도국가(G5) 도약'이다. '임무지향R&D'라는 표현이 대문짝만하게 붙어 있다. 과기정통부는 정부 주요 R&D 예산 조정에 있어 이전과 달라진 점 중 하나로 '국가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임무지향 R&D 강화'를 꼽았다.

■ 임무지향 R&D는 무엇?

임무지향(mission-oriented) R&D란 국가와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임무'를 설정하고, 이 임무의 달성에 연구개발 기획과 실행의 초점을 맞추는 것을 말한다.

유럽연합(EU)이 최근 추진하는 '임무지향적 혁신 정책(Mission-Oriented Innovation Policy)'의 영향을 받아 국내 정책에도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했다.

여기서 임무는 사회적 필요성이 크고 난이도는 높은 문제의 해결이다. 기후변화나 탄소중립, 치매, 핵 폐기물 관리, 미세먼지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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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무지향 정책 (자료=KIST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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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이 발간한 ''임무지향적 혁신정책'의 관점에서 본 사회문제 해결형 연구개발 정책' 보고서에 따르면, 임무지향적 혁신 정책은 '사회적 도전 과제 대응을 혁신 정책의 핵심에 두고 있는 이론 및 정책'이다.

과제 해결을 위해 '수행되어야 할 일' 또는 문제 해결을 통해 도달해야 할 상태를 제시하고 이를 구현하기 위해 기존 기술과 산업을 융합하며, 이를 통해 사회 문제 해결과 신성장동력을 만들려는 접근이라는 설명이다.

요즘 EU가 말하는 임무지향형 혁신 정책은 1960년대 미국에서 처음 등장한 임무지향적 정책과는 결이 다르다. 당시 미국은 달에 사람을 보내는 '문샷(moon-shot)' 프로젝트를 추진, 1969년 유인 우주선 아폴로11호를 달에 착륙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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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폴로11호 우주인의 달 착륙 모습 (사진=NASA)



이때의 '임무'는 이루기 어려워 보이는 거대한 과학적 과제의 달성이다. 정부가 목표를 제시하고 정부 기관은 물론, 관련 기업과 학계의 역량을 조직해 임무를 달성했다. 미 육군의 군사적 목적에서 출발한 인터넷 연구도 비슷한 사례라 할 수 있다.

유럽과 미국의 정책이 염두에 둔 '임무'의 성격이 약간 다르긴 하지만, 사회적 필요성이 있는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사회 여러 부문간 협업을 끌어내려 한다는 공통점을 엿볼 수 있다.

■ 우리 시대 '난제' 해결할 임무지향 R&D

임무지향 R&D가 등장한 배경으로는 우선 현대 사회의 문제가 극도로 복잡해지고, 많은 이해관계자가 얽혀 쉽사리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 된 점을 꼽을 수 있다.

기존 과학기술 정책은 과학자들의 호기심을 따르는 기초과학 연구가 자연스럽게 사회 문제 해결에도 기여한다는 전제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기후변화나 양극화 등의 문제는 오히려 더 심각해지는 측면도 있다.

이같은 현대의 난제들은 과학계뿐 아니라 산업계와 시민사회, 정부와 국제 사회 등 다른 분야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 다양한 분야와 서로 논의하고 협력해 나가야 한다. 최근의 임무지향적 과기 정책이 연구 초기 단계부터 시민사회 등 다양한 영역의 참여를 권장하는 이유다.

또 정부는 이렇게 다양한 영역을 포괄해 협업을 유도하며 원하는 결과를 끌어내기 위해 보다 유연하고 유능해질 필요가 있다. 이럴려면 정부 역시 보다 기업가정신을 갖추고 이를 실천할 수 있는 조직으로 변모해야 한다.

"정부는 뒤에서 지원하고 시장실패를 교정하는 소극적 역할을 벗어나 미래에 집중, 직면한 도전들을 해결할 새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 - 영국 유니버시티컬리지런던 마리아나 마주카토 교수"

임무지향 정책은 정부 연구개발 예산이 늘어나면서 이를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내놓음으로써 정당화하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최근 기술 패권 경쟁이 거세지면서 국가적으로 핵심 전략 기술 확보의 중요성이 커진 것도 임무중심 R&D가 주목받는 이유다. 또 임무는 연구개발 예산의 '선택과 집중'의 방향을 제시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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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영창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13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새정부 과학기술 정책방향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자료=과기정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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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영창 과기정통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2023년 국가연구개발사업 예산 배분 조정(안)' 발표 전 사전 브리핑에서 "세계 5대 과학기술 강국(G5) 진입이 목표지만 예산을 계속 늘일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탄소중립 같은 경우 2050년까지 달성해야 하는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가 외부에서 주어진 상황"이라며 "이를 맞추는 것이 과학기술의 역할이며, 여기에 정부도 역할을 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 국민 체감, 초격차...윤 정부 임무지향 R&D 정책 방향

윤석열 정부는 탄소중립 등 국가·사회 차원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책-투자-평가 등 R&D 관리 전반을 임무에 맞춰 체계화하는 임무지향 R&D를 강화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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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과기정통부 연구개발 예산 배분 조정 결과 (자료=과기정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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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을 위한 녹색 대전환(GX)과 디지털 대전환(DX)을 지원해 국민이 체감하는 성과를 창출한다는 목표다. 또 국민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재난 대응, 치안·소방, 신변종 감염병 대응, 사회 취약자 지원을 위한 연구개발에도 투자한다.

새 정부 과기정책의 또 다른 축인 반도체, 차세대 원전, 첨단 바이오 등 초격차 전략기술 분야에서도 임무지향이 강조될 전망이다. 손병호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미래기술전략본부장은 지난달 29일 대한민국과학기술연차대회 심포지엄에서 "정부는 초격차와 대체불가 등을 기준으로 전략기술별로 명확한 임무를 부여하려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 인수위원회에서 활동한 남기태 서울대 재료공학과 교수는 "임무지향 R&D는 기초과학의 체력이 좋아졌으니 이를 바탕으로 근육을 붙여 임무를 해 보자는 것으로 비유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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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주요 연구개발 예산 배분조정 변화상 (자료=과기정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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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기정통부가 '임무지향 R&D'와 더불어 새 정부 주요 R&D 예산 조정의 원칙으로 꼽은 다른 사항들도 임무지향과 연관돼 있다. 임무지향 R&D는 여러 과제 중 핵심 임무를 설정해야 한다는 점에서 '선택과 집중'이 중요하며, 사회 여러 부문이 함께 한다는 점에서 '민관 협업'이 강조된다. 또 부처별 업무 구분보다는 복합적 성격의 임무 달성이 우선이기 때문에, 부처를 아우르는 '통합적 예산 조정'이 필요해진다.

■ 부처 벽 막히고 갈등 조정 못 하면 성과 기대 어려워

임무지향 R&D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결국 정부가 연구개발에 관여함으로써 관료적 비효율 문제가 재현되리라는 우려다.

사회적 이해관계가 복잡해지고 추격형에서 선도형으로 연구개발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국가적 우선순위를 두어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 합의를 도출하기 어려우리란 전망도 나온다. 칸막이가 높은 정부 부처 업무 구조도 문제다. 류영수 KISTEP 사업조정본부장은 "부처 기능에 맞춰 R&D를 하고 예산을 쓰는 현 상황에선 부처별로 임무를 추진하는 것이 국가 우선순위와 일치하는지 확신할 수 없다"라며 "통합 조정을 위한 매트릭스 체계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사실 임무지향적 성격은 우리나라 과학기술 정책에 줄곧 반영돼 왔다고 볼 수도 있다. 2010년대부터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과학기술의 필요성이 거론되기 시작했다. 2018년 나온 '제2차 과학기술기반 사회문제 해결 종합계획'은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혁신생태계 조성과 지역문제 해결, 국가균형 발전,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해 과학기술과 사회혁신정책을 연계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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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제철 준공식 장면 (자료=과기정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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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슬러 올라가면 1960년대 이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나 KAIST 설립, 과학기술의 경제적 역할을 중시하는 정책 기조 등이 모두 어떤 형태로건 '임무'를 염두에 둔 것이라 볼 수 있다.

기존 정책이 정부가 추격자 성격의 과제를 부과하고 과기계가 실행하는 것에 가까왔다면, 이제는 더욱 거대해진 과학기술적 과제와 얽히고 설킨 사회적 이해관계의 조정, 글로벌 안보 환경의 변화 등 보다 어려워진 과제에 유연하게 대응할 역량과 변화 의지가 중요해진 상황이다.

남기태 교수는 임무지향 R&D의 성공을 위해 "메가테크 육성을 위해 국가전략기술육성특별법을 제정하고, 예비 타당성 조사 유연화와 전략기술개발기금 설치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라며 "관련자들이 각자의 역할을 하며 독창성을 발휘할 수 있게 하는 협업 플랫폼, 성과 확산을 위한 디지털 플랫폼, 글로벌 협업과 최우수 연구자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라고 제언했다.

한세희 과학전문기자(hahn@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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