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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의 '노동 탄압' 취업규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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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위 커피 기업 스타벅스의 취업규칙에서 반노동적 규정들이 다수 발견됐다. 노동자들의 집회·시위, 사측 비판을 징계 사유로 하는 등 헌법이 보장한 노동자의 권리를 제한하는 내용들이다.

스타벅스 취업규칙, '사내에서 집회·시위하면 징계해직'
취업규칙은 고용노동부가 정한 표준 취업규칙에 따라 사측이 '노동자가 준수해야 할 규율과 근로조건'을 명시한 것이다. 고용노동부장관에게 신고해야 하는 공식 규정이다.

그런데 지난해 10월 개정된 스타벅스코리아의 취업규칙을 살펴보니 문제점이 한둘이 아니었다. 먼저 직원을 징계해직할 수 있는 근거 조항들이 열거돼 있는 취업규칙 35조(징계해직의 기준). 35조 10항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들어 있다.

"회사 내에서 통신망, 인쇄 유인물 기타 문서를 배포 첨부하거나 집회, 연설, 방송, 시위 등 행위를 하여 회사의 시설관리권을 현저히 침해한 자"

즉, 회사 내에서 집회·시위, 연설, 방송 등을 하면 징계 해고당할 수 있다는 의미다. 35조 11항에는 "취업 시간 중에 업무와 무관한 정치적 활동 또는 단체적 행동을 한 자"도 징계해직 처리한다고 돼 있다.

이 내용을 본 노동·법률 전문가들은 스타벅스 사측이 '노동조합 설립과 경영진 규탄 등 노동자들의 단체 행동을 저지하기 위해 만든 조항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또 '헌법에 위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평가했다. 김승현 노무사는 "시민의 기본권을 제약하는 냄새가 많이 난다. 언론의 자유, 양심·표현의 자유, 노동자의 단결권 행사 등 헌법상 보장되는 권리에 정면으로 배치될 만한 내용이다. 솔직히 의혹이 든다"고 말했다.

김민재 변호사는 "휴게 시간과 근무 시간을 가리지 않고, 회사 내 공간이라면 유인물 배포나 집회를 무조건 포괄적으로 금지하는 취지로 해석된다. 유인물과 집회, 연설, 방송의 내용과 형태도 따지지 않고 일률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사용자의 영업 활동의 자유로서 허용되는 부분을 넘어서서 근로자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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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대, 손님이 길게 줄을 선 상황에서 일하고 있는 스타벅스 매장 직원의 모습.
회사 비방 단체와 협조만 해도 징계해고
문제는 또 있다. 스타벅스 취업규칙 35조 5항에는 '회사 및 상사를 중상 비방하는 단체 또는 개인과 합의 협조한 자'도 징계해직 대상이라고 명시돼 있다. 내용이 상당히 포괄적이기 때문에 노조 활동을 돕거나 사측을 비판하는 시민단체, 외부 노조 등과 협력만 해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심지어 35조 5항에는 회사 및 상사를 중상 비방하는 단체 또는 개인과 합의 협조하는 것을 넘어 '이를 사주, 교사, 선동, 방조한 자'까지 처벌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스타벅스코리아가 '중상·비방'이라고 판단하는 일에 소극적으로 가담만 해도 해고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민재 변호사는 "굉장히 이례적인 조항"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합의·협조·선동·교사, 이런 문구들이 되게 불명확하다. 행위를 공모한 것을 넘어서서 단지 소극적인 가담이나 참여만 했을 뿐인데도 마음대로 징계할 수 있는 규정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어 보인다. 취업규칙 중에 합의·협조·선동 이런 말이 들어가는 것은 헌법에서 정한 '자기 책임의 원칙'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김승현 노무사도 "우리 헌법의 가장 기본적인 원리 중 하나가 '내가 하지 않은 행위로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자기 책임의 원칙)'인데, 이 대전제도 위반하는 거다. 예를 들어 동료 중 하나가 노조를 설립하려 기관지 등을 만드는데, 신고를 안 하거나 보고만 있었다고 해서 다른 사람까지 징계하겠다는 내용으로도 읽힐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미 한차례 뭇매 맞고도... 징계 조항 '면피 개정'한 스타벅스
스타벅스코리아는 이미 지난해 말 후진적인 취업규칙 문제로 거센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사측이 직원 소지품을 검사하고, 집회·시위를 하거나 소지품 검사를 거부할 경우 매장에서 퇴장시킬 수 있게 한 조항 때문이었다.

- 제52조 (소지품 검사) : 회사는 사내의 질서유지와 예방을 위해 사원의 출퇴근 시 또는 필요할 때 일정한 범위 내에서 소지품의 검사를 행할 수 있다.

- 제54조(출입제한과 퇴장명령)
사원이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할 경우는 회사의 출입을 금지시키거나 퇴장시킬 수 있다.
1. 회사의 허가 없이 유인물의 배포, 벽보의 부착, 집회, 시위운동을 하거나 시도할 경우
2. 소지품의 검사를 부당히 거부한 경우
- 스타벅스코리아 취업규칙 (2021.10.14 개정 전 내용)


결국 이 조항들은 논란 속에 삭제됐다. 하지만 스타벅스는 정작 노동자들에게 가장 압박이 되는 징계·해고 규정은 전혀 개선하지 않았다. 아래 그림과 같이 본질과 상관없는 일부 문구를 삭제하거나 추가한 게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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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는 지난해 시대착오적 취업규칙이 논란이 되자 집회·시위 관련 징계해직 규정에서 '회사의 허가 없이' 문구를 빼고, '회사의 시설관리권을 현저히 침해할 경우'라는 문구를 추가했다. <br>
노동·법률 전문가들은 '기존 취업규칙으로는 법 위반 소지가 크니 단서 조항을 추가해 법률 이슈를 피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12일, 고용노동부 국회 국정감사에서 스타벅스의 취업규칙이 논란이 되자 국정감사장에 출석한 고용부 노동정책실장은 "법 위반 소지가 상당하다"고 말한 바 있다. 이틀 뒤인 10월 14일 스타벅스코리아는 바로 취업규칙을 개정했고, '회사의 시설관리권'이라는 단서 조항을 징계해직 규정에 추가했다.

김민재 변호사는 "법원이 노조 활동의 정당성을 판단할 때 '노동자들이 사용자의 시설관리권을 근본적으로 침해했는지' 여부가 종종 기준이 된다. 스타벅스도 이런 판례를 감안해 취업규칙에 '회사의 시설관리권'을 추가해 취업규칙의 위법 논란을 피해가려 한 것으로 보인다. 정말 스타벅스가 '현저하게 시설관리권을 침해했는지' 여부를 잘 따져 직원들을 징계한다면 다행이겠지만, 다른 취업규칙 조항을 살펴봤을 때 시설관리권은 악용될 소지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스타벅스 경영진은 왜 '노동 억압' 취업규칙 못 버리나
지난해 말 취업규칙 개정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들의 집회·시위, 정치·단체 행동을 제한한 취업규칙은 여전히 헌법 위반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너무 포괄적인 규정으로 노동자들의 기본권을 일률적으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실제로 스타벅스 노동자가 해당 취업규칙으로 해고를 당한다고 해도, 소송으로 갈 경우 무효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민재 변호사는 "헌법상 권리를 침해하기 때문에 스타벅스의 취업규칙은 근로기준법이나 민법에 따라 무효가 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스타벅스코리아, 스타벅스코리아의 최대 주주인 신세계 그룹이 이런 사실을 몰랐겠느냐는 것이다. '스타벅스가 노동자들로 하여금 스스로 자기검열을 하게 만들어 노동권을 제약하려는 목적이 아닌가' 하는 분석도 나온다. 김승현 노무사의 말이다.

회사의 주먹이 법보다 훨씬 가까이 있다는 걸 계속 보여주는 겁니다. 당장의 무기를 보여준 다음에 '네가 소송을 하든 해서 이길 자신이 있으면 넘어와 봐라'고 하는 거죠. 그러니까 노동자 입장에서는 단결권을 행사하거나 뭉치거나 할 때 심리적으로 제약이 되죠. 힘의 우위를 교묘하게 이용하는 건데, '우리나라 대기업이 저럴 필요까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 김승현 / 노무사


김민재 변호사는 "문제라고 지적된 취업규칙에 근거해 징계가 된다면, 법원에서 위법·무효라고 판단할 가능성이 상당히 있다. 그럼에도 직원들은 이런 취업규칙을 보면서 노조를 설립하거나 사측 비판을 시도하기 전부터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스타벅스코리아 경영진의 노동관에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스타벅스의 노동 문제를 지속적으로 지적해 온 정의당 류호정 의원은 "노동조합이 생길까 걱정하는 부분들도 어떻게 보면 '노동 혐오'로 비칠 수 있다. 또 노동자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하게 하는 압박이 될 수 있다. 정말 회사가 소통하고자 한다면, 이런 부분을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타벅스코리아 "최소한의 직장질서 유지 위한 조항이다"
뉴스타파는 스타벅스코리아 측에 연락해 취업규칙 문제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스타벅스코리아 측은 서면 답변서를 통해 "해당 규정들은 다른 많은 회사에서 범용적으로 적용되고 있고, 사용자의 시설관리권과의 충돌을 방지하고, 최소한의 직장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 헌법으로 보장되는 노동자의 권리를 침해할 의도는 전혀 없다"고 밝혔다.

뉴스타파 홍주환 thehong@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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