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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대만 근접 훈련에 해협 중간선, 영해 기준선 소멸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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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군 병사들이 지난 6일 최전방인 진먼(金門)도 상공에 진입한 중국군 드론을 신호탄을 발사해 쫓고 있다.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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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군 동부전구가 8일에도 대만 주변 해역과 공중에서 실전 훈련을 계속하며 근접훈련을 일상화하려는 의지를 드러냈다. 중국과 대만의 무력 충돌을 막는 완충지대 역할을 했던 해협 중간선과 대만의 영해 기준선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날 오후 12시 13분(한국시간 1시 13분) 중국 인민해방군 동부전구는 “대만섬 주변 해·공역에서 실전화 합동 훈련을 진행했다”며 “이번 훈련은 반(反)잠수함 및 해상 공격에 중점을 뒀다”고 공식 위챗(微信·중국판 카카오스토리)을 통해 발표했다. 동부전구는 이날 훈련의 구체적인 장소는 밝히지 않았다. 이날 훈련이 지난주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지난 4일 정오부터 7일 정오까지로 예고한 72시간 훈련의 연장인지 여부도 밝히지 않았다.

중국군이 이처럼 대만 근접 훈련을 ‘뉴노멀(New Normal·새로운 기준 또는 관행)’로 만들면서 대만해협의 중간선과 대만의 영해를 설정하는 해안 기준선이 무력화될 위기를 맞고 있다.

쑹옌후이(宋燕輝) 대만 해양사무 및 정책협회 이사는 이날 중도 성향의 연합보에 “요 며칠간 중공(중국) 군용기 여러 대가 대만해협 중간선을 넘었고 앞으로 이러한 추세는 더욱 늘어나면서 점차 ‘정상상태(노멀)’로 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해협 중간선은 지난 1955년 미국 공군 장군인 벤저민 데이비스가 중국과 설정한 뒤 양안 간 암묵적으로 넘지 않는 선으로 간주해 왔다. 하지만 이번 중국의 훈련해역 좌표로 볼 때 “대만해협 중간선은 철저히 존재하지 않게 됐다고 선고한 것과 같다”는 게 그의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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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의 최전방인 진먼(金門)도에서 대만군 병사들이 6일 중국군 드론 침입에 대비한 사격 훈련을 하고 있다.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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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또 6개 훈련구역 중 세 곳을 의도적으로 대만의 영해 12해리(22.224㎞)와 접속수역 24해리(44.448㎞) 안으로 획정했다. 영해와 접속수역은 ‘해양법에 관한 국제연합 협약’이 인정하고 있고, 대만은 외곽의 펑후(澎湖)·둥사(東沙) 주변 영해에 대해 1999년 영해 기준선을 제정했지만 유엔 회원국이 아닌 대만으로서는 국제법상 주권을 주장하기 어렵다. 중국은 대만의 국제법적 맹점을 노려 이번 군사 훈련 구역을 설정하면서 대만의 영해 기준선을 인정할 수 없으며, 대만의 영해와 영공 주장을 향후 무시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드러낸 셈이다.

유엔의 ‘방관’도 중국으로서는 소득이다. 안토니오 구테헤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 3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유엔 입장은 매우 분명하다”며 “‘하나의 중국’ 정책에 대한 유엔총회 결의를 준수한다”고 말했다. 지난 1971년 ‘하나의 중국’ 정책을 결의한 유엔 2758호 결의와 유엔헌장의 ‘내정 불간섭’ 원칙을 내세워 대만해협에서의 중국발 긴장에 국제사회의 개입을 차단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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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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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이런 점에서 차이잉원(蔡英文) 총통과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은 ‘상처뿐인 승리’를 거뒀다는 주장도 나온다. 쑹옌후이 이사는 “펠로시의 대만 방문으로 타이베이와 워싱턴은 ‘피로스의 승리’를 거뒀지만, 대만은 매우 비싼 대가를 치렀다”고 말했다. ‘피로스의 승리’는 기원전 3세기 그리스 에페이로스 왕국의 피로스 왕이 로마 공화정을 상대로 큰 희생을 치른 뒤 거둔 승리를 일컫는다. 반대로 베이징은 “하나의 전역(戰役, 전투)에서는 졌지만, 도리어 전체 전쟁에서 이겼다”고 주장했다.

한편, 대만 국방부는 9일부터 오는 11일까지 남부 핑둥(屏東)현 인근 해안에서 155㎜ 곡사포, 120㎜ 박격포를 동원해 상륙작전 저지 훈련을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전가림 호서대 교수는 “이번 사태로 양안 간 존재했던 해협 중간선과 영해 기준선이 사실상 무력화되었으며 힘에 의한 현상 변경을 막겠다는 미국이 결과적으로 중국의 현상 변경의 빌미를 제공한 셈이 됐다”며 “더욱 심각한 문제는 현 대만정부와 베이징 당국과의 소통 채널이 부재하다는 점”이라고 주장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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