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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지고, 더듬고…메타버스서 당한 수치심, 처벌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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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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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타로 타인 아바타 내부에 성기를 넣는 행위·최대 징역 2년."(민형배 의원 발의·성폭력처벌특례법)

"아바타에 성적 수치·혐오감 유발 및 스토킹·최대 징역 1년."(윤영덕 의원 발의·정보통신망법)

가상 세계인 메타버스 내에서 아바타 간 벌어지는 성범죄를 현실 세계로 치환해 처벌하려는 규제 움직임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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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는 자신의 아바타를 만들어 활동하는 공간으로, 아바타를 상대로 한 음란 행위를 처벌하는 국내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특히나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 피해 인식이 미약한 10대 청소년들의 활동이 왕성하다는 플랫폼 특성 때문에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선제적인 입법 보완 필요성이 제기돼왔다.

이 같은 여론 추이에 따라 한 달이 멀다 하고 국회에서 새로윤 규제 법령이 발의되고 있지만, 아직 정부는 명확한 입장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현실이 아닌 가상 세계에서 물리적 실체가 없는 아바타 간에 이뤄지는 문제적 행위를 단죄할 수 있느냐에 대한 법조계 등 전문가 견해가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용자들 사이에서도 "현실 세계의 성범죄 사건도 수사가 어려운데 가상 세계 사건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위법 소지가 확인될 경우 플랫폼 운영사가 계정 정지 등으로 대응하면 충분하다"는 회의적 견해가 상당하다.

◆ 국회, 매달 한 건씩 규제 법령 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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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한 법률 개정안이 발의되자 메타버스 서비스를 미래 사업으로 준비하고 있는 정보기술(IT)업계가 잔뜩 긴장하기 시작했다. 윤영덕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양향자 무소속 의원 등 야당 의원 11명이 내놓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 일부 개정안 때문이다.

이들은 정보통신망법 제44조(정보통신망에서의 권리보호)에 '가상 인물이 활동할 수 있도록 입체 환경으로 구현된 공간' 내에서 △상대 아바타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행위 △상대방 의사에 반해 아바타를 이용해 접근하거나 따라다니거나 진로를 막아서는 행위(스토킹)에 대해 징역 1년 이하 실형 혹은 1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아바타를 이용해 공연히 행하는 음란 행위에 대해 100만원 이하 벌금형을 적용했다.

의원들은 "최근 메타버스 등 가상 공간에서 이뤄지는 온라인 활동이 증가하는 반면 기존 법 체계 내에서 권리 보호에 관한 제재 규정을 가상 공간에서의 권리 침해 행위에 적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며 법 개정 취지를 설명했다. 이들은 "가상 공간에서 아바타를 이용해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행위와 스토킹 등의 행위를 금지하고 처벌 규정을 마련하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신현영 민주당 의원도 지난 6월 메타버스 내 아바타 범죄를 추정해 처벌할 수 있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이 법안은 처벌 대상자를 아바타로 구체화하지 않고 '사람 인격을 표상하는 캐릭터'로 표현하고, 처벌 가능 행위 역시 '성적 언동'이라는 모호한 표현으로 반영했다. 반면 윤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은 '성적 수치·혐오감을 일으키는 행위'와 '스토킹'으로 아바타 간 불법 행위를 구체화했다는 점에서 업계가 받아들이는 충격이 컸다.

이 같은 규제 움직임이 강화될수록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들도 아바타 범죄 피해자로부터 민사상 손해배상 소송 등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 5월 민형배 무소속 의원이 대표 발의한 성폭력범죄 처벌 특례법 개정안은 '아바타 신체 내부에 성기 삽입 행위' 등을 현실과 동일한 성폭력범죄로 규정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실제 이 같은 행위가 가상 세계에서 발생하면 가해 이용자에게 최대 2년의 징역형을 내릴 수 있도록 명시했다.

주목해야 할 또 하나의 입법 흐름은 민법이다. 지난 4월 법무부는 민법에 '인격권' 조항을 명시하는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대법원 판례 등을 통해 제한적으로 인용돼온 인격권을 민법에 적시한 것이다. 법무부는 추상적이었던 인격권이 법률로 보장되는 과정에서 기대되는 이익으로 디지털 성범죄와 메타버스상 인격 침해에 대한 구제 가능성을 예시했다. 인격권의 인정 범위가 현실 세계는 물론 가상 세계로 확대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 "법이 능사 아냐" vs "아동·청소년 보호"


물리적 실체인 사람이 아닌 디지털로 구현된 아바타에 대해서도 성범죄와 스토킹이라는 괴롭힘을 법률로 처벌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비단 한국뿐 아니라 미국과 유럽 등 해외에서도 찬반 여론이 뜨겁다. 날로 고도화하는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기기를 쓰고 메타버스상에서 성범죄를 겪으면 현실과 다름없는 극심한 정신적 피해를 입게 된다는 적극적 처벌론과, 가상의 자아까지 인격권을 인정하면 '디지털 삶'이 일상화한 현실에서 상시적 분쟁으로 법적 혼란을 야기할 것이라는 부정적 견해가 맞서고 있다.

올해 대검찰청 계간 논문집인 '형사법의 신동향' 여름호에 실린 '메타버스 공간에서의 성폭력범죄와 형사법적 규제에 대한 연구' 논문에서 현직 검사인 저자들(김정화·김윤식·차호동)은 메타버스상에서 명백히 아동·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는 아바타를 상대로 한 성교 및 신체 접촉 행위는 실정법(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으로 처벌 가능하다고 추정하고 있다. 아동·청소년 대상 범죄에서 확립된 최고법원 판례 취지 등에 비춰 메타버스상 해당 범죄를 처벌할 수 있다고 저자들은 평가했다.

문제는 아동·청소년으로 인식되기 어려운 아바타에 대한 강간이나 강제 추행 행위다. 저자들은 "어느 경우든 행위의 객체가 '사람'이어야 하고, 사람에 대한 유형력의 행사가 있어야만 한다"고 설명했다. '유형력(有形力)'은 신체에 고통을 줄 수 있는 물리력을 뜻하는 것으로, 저자들은 "유형력 행사가 수반되지 않는 아바타에 대한 강간 등 성범죄는 외국에서도 형사법 적용 대상이 아닌 것으로 확인된다"고 밝혔다.

저자들은 이처럼 과도기적 상황의 메타버스 플랫폼 기술 수준, 일반 성범죄와 동일시하기 어려운 아바타 성범죄 특성 등을 고려해 전통적인 성폭력 법제가 아닌 정보통신망법에서 규제 해법을 찾아 유연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IT 법제의 국내 권위자로 꼽히는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매일경제와의 통화에서 자칫 무리한 규제가 개인의 자유를 위협할 수 있음을 염려했다. 박 교수는 "메타버스 세계는 상상의 세계로, 상상의 세계에서 일어나는 행위를 그 내용에 따라 처벌하는 건 상상의 자유, 그리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언제라도 아바타에서 빠져나올 수 있고 또 언제라도 상대와 거리를 유지할 수 있는 메타버스 공간에서 아바타를 통해 상대방에게 동의되지 않은 해악을 미치기는 쉽지 않다"며 "자신을 대표하는 상징물에 가해지는 행위를 자신에게 행해지는 행위와 동일시해 처벌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아바타 범죄에 대한 처벌 규제가 현실 세계에 또 다른 역작용을 일으킬 가능성도 제기했다. 그는 "현실 세계의 성범죄를 예방하고 수사하는 데 투입돼야 할 경찰력이 컴퓨터 앞에 앉아 아바타들에 가해지는 성범죄를 수사해야 하는 등 진짜 성범죄 수사가 소홀해지는 상황이 발생할까봐 두렵다"고 전했다.

◆ 서비스 업체 과실 책임 여부도 '뜨거운 감자'


아바타 성범죄 규제 움직임이 구체화하면서 서비스 운영사의 과실 문제도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메타(옛 페이스북)는 올해 초 아바타 괴롭힘을 방지하기 위해 아바타 간 '1.2m 거리 두기' 기능을 도입했다. 아바타 범죄 예방 취지와 함께 아바타 이용자들이 메타버스 플랫폼을 운영하는 기업을 상대로 관리감독 소홀 등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내놓은 선제적 대응이라는 분석이다.

비단 아바타 성범죄뿐만이 아니다. 메타버스 서비스가 기술 진보와 맞물려 압도적 몰입감을 선사하면서 일부 이용자에게 공황과 스트레스 등을 일으키고 심장마비에 따른 사망 등 최악의 결과를 야기했을 때 서비스 개발사에 대한 과실과 제품 책임을 묻는 소송이 쏟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국에서는 전문 로펌들이 IT 고객사들을 상대로 메타버스상에서 발생하는 불법 행위에서 피해 이용자가 제기할 수 있는 소송 등 향후 법률적 책임을 분석하는 전문 보고서를 쏟아내고 있다. 해당 보고서들이 공통적으로 가리키는 미래 방향은 이용자에게 대단히 불리한 내용의 '서비스 이용약관'이 출현할 것이라는 점이다.

예컨대 2016년 출시된 '포켓몬 고'는 위치정보시스템(GPS)과 구글 지도, AR 기술이 결합돼 세계적 돌풍을 일으켰다. 특정 장소를 비추면 숨어 있는 가상의 포켓몬 캐릭터들이 등장하고 이를 포획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이용자들이 게임에 몰입하는 과정에서 걷다가 벽에 부딪히고 낙마해 골절상을 입는 등 심각한 물리적 피해를 야기했다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서비스 개발사인 나이앤틱은 게임 플레이어에게 발생하는 사고와 부상, 손상 등에 대해 회사의 책임을 면제하는 사용 약관을 만들어 법적 책임을 모두 피해 갔다. 부상을 입은 이용자가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없도록 초강력 사용 약관을 만들어 소송 권리를 무력화한 것이다.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 유력 IT 기업들이 저마다 메타버스상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을 만들어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대체불가토큰(NFT) 등 디지털경제의 미래 정거장인 메타버스에서 각종 장밋빛 청사진이 쏟아지는 가운데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희미해지는 메타버스 세계에서 야기될 각종 법적 분쟁 소지는 제대로 조명되지 않고 있다.

2016년 포켓몬 고 사례처럼 메타버스 서비스 사업자가 과실 면책 조항을 넣는 서비스 이용 약관으로 가상 성범죄와 물리적 피해 등 각종 법적 책임을 피할 수 있을까. 국내외 법조계의 예측은 결코 그렇지 않다. 고객에게 현저히 불리한 약관으로 천문학적 과태료와 배상 책임이 부과될 수 있다. 기술 진보가 야기하는 현실 세계의 부작용을 보완하기 위해 규제는 늘 쌍둥이처럼 진화해왔기 때문이다.

[이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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